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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ㅣ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2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 지음, 방교영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7월
평점 :
카자코프 단편선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
방교영 옮김
걷는사람
이 책의 저자 카자코프는 러시아가 사랑하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라는 평범하면서도 조금은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 제목 탓인지 별로 끌림이 없었다. 그래서 한.러 공동 번역 출간 시리즈로 나온 5권의 책 중에서 가장 나중에 손이가게 되었다. 단편집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쉽게 한 편씩 읽을 수 있다는 것도 그 계기중에 하나였다.
앞서 4권의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는 멀고도 멀었던 러시아 문학이 조금씩 가까워지게 되었고, 5권을 다 읽은 지금에는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읽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이 책안에 있는 14편의 단편을 통해서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를 훨씬 더 수훨하게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몇가지 특징을 아는 척 하며 반갑게 읽을 수 있었다. 앞의 4권을 읽지 않았다면 이 단편들을 읽으며 떠올렸던 이미지들이 그냥 단지 아름다운 이미지로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단편들을 읽고 공통적으로 떠오른 세가지가 있다.
- 아름다운 풍경 묘사
- 사람과 동물과 자연
- 모스크바
1. 모든 풍경들의 묘사를 참 잘 하는 작가다. 아름다운 풍경이든, 지독하게 쓸쓸한 풍경이든, 공포감이 느껴지는 숲속에서의 풍경이든, 모든지 다 약간은 희미한 안개속에 있는 듯하게 풍경을 묘사해 놓았다.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참 아름다운 묘사라는 생각이 든다.
"... 너의 빨간 장화는 윤이 나듯 반짝였고, 오솔길은 자르르하게 검게 빛났고, 바람이 불자 사시나무는 살랑거렸고, 자작나무와 전나무들의 윗부분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냈고, 낮이 되고 정오가 찾아왔고, 춥고 또 더웠어." _p.228_
2. 사람과 동물과 자연이 매 단편에 나온다. 그리고 그들은 미묘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또 아무리 아름답게 보일지라도 아픔을 가지고 있고, 시련이 있고, 두려움이 있다. 관계라는 것을 계속 생각하게 해 준다.
- 사람과 사람 : 파랑과 초록,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고요한 아침, 못 생긴 여자, 꿈속의 넌 슬피 울었지, 작은 초, 참나무 숲의 가을, 간이역에서, 12월의 연인
"새벽녘 잠이 달콤하고, 머리가 베개에서 떨어지지 않으며, 잠결에 눈이 감기지만, 야슈카는 졸음을 견디고, 발을 질질 끌며, 침대와 의자를 잡고 낡은 바지와 셔츠를 찾아 오두막집 안을 어슬렁 거리기 시작했다." _p.151_
- 동물과 자연 : 사냥개, 푸른 별 아르크투르, 테디
"아르크투르에겐 특별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그는 삶이 아무리 그에게 모질게 굴어도 절대 동정받기 위해 날카로운 소리를 내거나 낑낑거리지 않았다." _p.63_
- 사람과 자연 : 귀신 이야기, 카비아시, 빵 냄새, 섬에서
"홀로 남겨진 후에 두샤는 궤짝을 열었고 어머니의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 그녀는 옛날 그 언젠가 이 모든 것을 꿈에서 봤다고 느꼈고 지금 그녀는 자신의 꿈속으로 돌아왔다." _p.213_
3.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 우리나라의 서울과 마찬가지로 모든 정치, 경제, 문화가 집중되어있는 곳이다. 그래서 모스크바로 가고싶다거나, 모스크바에서 왔다거나, 모스크바에 있다는 것, 모든 것이 모스크바로 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문장을 여럿 보았다. 그래서 모스크바라는 지명이 나오면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고 희망하는 사람들이 그려진다. 어쩌면 허영이나 부를 상징하는 지명일 수도 있겠다.
"그녀는 조금 꽉 끼는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이런 차림의 그녀를 모스크바에 사는 누군가의 집이나 클럽에 데리고 간다면 모두가 뒤에서 비웃었겠지만 이게 그녀가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좋은 원피스였을 것이다." _p.311_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하여 <5+5> 공동번역 출간 시리즈가 발간되었다. 처음 도스토옙스키의 단편선을 시작으로, 그 다음에 SF장르인 <아이퍽 10>을 읽었고, 강제 이주 노동자의 삶을 다룬 장편 서사 <줄레이하 눈을 뜨다>를 이어서 읽었다. 그리고 러시아의 역사와 이를 조명할 수 있는 솔제니친의 평론집 <세기말의 러시아 문제>를 읽으며 러시아에 대해서 더 깊에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았다. 그리고 그 마지막 책으로 이 책을 읽은 것이다.
러시아에는 우리나라의 어떤 책 5권이 번역 되었을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단이 궁금해진다.
채만식의 <태평천하>, 이문열 단편선, 20세기 한국 시선 (한용운, 윤동주, 박경리, 김남조), 김영하의 <빛의 제국>, 방현석 소설집 <내일을 여는 집>, 이 5권이 러시아에 발간 되었다고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러시아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이 생기고 알아갔다. 하지만 러시아에 소개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호들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면 되겠냐는 생각과 반성이 든다. 우리나라 문학을 더 사랑하고 관심을 갖는 계기 또한 마련된 러시아 문학 5권의 책이었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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