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도시 (리커버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사라마구 장편소설
정영목 옮김
해냄


사람들이 갑자기 이유없이 눈이 멀어 앞이 하얗게 보이는 백색 질명에 걸려, 그 전염병이 몇 주간 지속되었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고 모든 것은 엉망이 되었다. 갑자기 이유없이 눈이 멀었던 것 처럼, 또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은 다시 앞을 보게 된다.

이 사건의 4년 후,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때의 사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염병과도 같은 백색 투표 사건이 발생한다.

주제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그 이후의 이야기가 "눈뜬 자들의 도시"이다. 4년동안의 일이 아니고, 백색 질병 4년 후 이상하게도 비가 엄처나게 쏟아져 내리는 선거일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한다.   

책의 제목이 "눈뜬 자들의 도시"여서 흥미로웠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사람들이 눈을 뜨면서 끝나니까 그 눈뜬 사람들이 어떤 사건을 겪게 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초반, 아니 중반에 이르기까지 4년 전 눈이 멀었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서 관련이 없나보다하며 채념하고 있었다.

사실 앞부분은 술술 넘겨가면서 읽히지는 않았다. 다음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많이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 이유중 하나가, 내용이 선거와 관련된, 정치와 관련된, 우익정당에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총리와 각 부처의 장관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그들이 도시를 바라보는 입장이 그들의 입을 통해서 서술이 된다. 평소에 관심이 별로 없는 부분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주제사라마구라는 작가의 글이 사람들을 끄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미스테리한 현상들 때문이다. 그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나로하여금 자꾸 궁금증이 일어나게 만들었고 친철한 설명조차 해 주지 않는다.

예를들어, 1차 선거 때의 일이 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선거를 하고 있지 않던 사람들이 비가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하지 않고 집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오후 4시에 무슨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기라도한 듯이 사람들은 거리로 흘러나와서 투표소 앞에 장사진을 이룬다. 그래서 투표시간도 연장이 된다.

또 정부에서 이 도시에 계엄령을 선포하기 전에 이 도시 밖으로 정부를 이동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혹시라도 이 계획이 흘러나가 사람들의 폭동과 같은 상황에 대비하여 스물일곱 개의 길을 통해서 새벽 3시에 출발을 한다. 이들의 출발과 동시에 거리의 모든 곳에 불이 켜진다. 어떠한 극한 상황도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들도 아무도 거리에 없었다. 그리고 이들이 도시를 빠져 나가자 거리의 그 불빛들은 다 이전처럼 다시 꺼진다.

이러한 일들에 독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흥미롭게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중반이 지나가면서 드디어 4년 전의 눈이 멀었던 사건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리고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싶었던 말이 나오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내가 한 말은 우리가 4년 전에 눈이 멀었다는 것이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쩌면 지금도 눈이 먼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_P.226_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도움을 받고 꼭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처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면 나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처음 의사의 진료실에서 만나서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6명의 사람들이 "눈뜬 자들의 도시"에 다시 나왔을 때는 반가웠다. 하지만 사람 마음속에 있는 그 이기심들이 눈에 보였고 그로인해서 가장 최선이었던 그 친절과 선행이 악행으로 변질되어 판단되어지는 책의 마무리를 보면서 한없이 안타깝고 안쓰럽고 화가날 뿐이었다. 세상에는 이런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이이기에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 씁쓸함과 동시에 마지막 문장에서 작가는 나의 궁금증을 굉장히 자극했다.

"맨 마지막 문장에 나오는 눈먼사람은 누구인가요? 도대체 무슨 의미이지요?" 이제 타계한지 10년이된 이 특별한 작가 주제사라마구에게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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