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퍽10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1
빅토르 펠레빈 지음, 윤현숙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퍽 10

iPhuck 10

 

빅토르 펠레빈

윤현숙 옮김

걷는사람


 

상의 알고리즘이 사람처럼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며 사랑을 할 수가 있을까?

 

아이퍽 10’ 경찰 문학 알고리즘인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쓴 244개의 탐청 소설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의 제목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시장에서 제일 비싼 섹스 가젯의 이름으로 나온다.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는 범죄 수사를 하면서 이를 탐정 소설로 쓰고 이로써 경찰청에 수익을 안겨주는 역할을 한다. 이 사전 설명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롭지 않은가?

 

가까운 미래의 사랑과 성, 죽음과 문명에 이르기까지 - 현세 인류의 주제와 논쟁들을 감각적인 비유와 신랄한 문장, 매혹적인 구성으로 꽉 채운 소설!” 이라는 책에 대한 설명 또한 흥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굉장히 오랜만에 SF 소설을 읽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얘기 하자면 SF 장르 중에 번역서를 굉장히 오랜만에 읽었다. 또한 러시아 SF는 처음이다. 흡입력이 굉장히 강하다. 잘 모르고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책을 읽는 데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 책의 작가 빅토르 펠레빈을 왜 세계가 열광한 러시아의 신세대 작가라고 칭했는지 알 것 같다. 그만큼 아이퍽 10’은 신선하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마라(미술 세계에서는 큐레이터 마루하 초로 알려져 있음)미술 시장에 대한 은밀한 분석을 하는데 경찰 알고리즘이 필요 하여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를 경찰청에서 임대한다. 페트로비치는 마라에게 미술 시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경매로 팔린 석고들을 찾아가서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마라와 함께 미술 시장에 동행하기도 하고, 마라의 남자친구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2부까지는 페트로비치의 시선으로 서술이 되기 때문에 그가 거의 사람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재미있는 것은 페트로비치가 마라와 대화를 나누면서 어떻게 대답을 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한테 '이해했다'라는 표현은 순수한 말의 형태이며 대략 '언어 자료를 분석하고 의미의 핵심을 찾아 대화의 외형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있는 대답을 생성해내는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건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_p.36_

 

페트로비치는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기계(?)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바로 이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화면이 있으면 진짜 사람처럼 모든 것을 완벽하게 보여 줄 수가 있다. 빠르게 옷도 구렛나루도 색도 배경도 모든 것을 변경 시킬 수 있다. 이렇기에 페트로비치는 조사를 하러 갈 때 어떠한 이동수단도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소설을 쓰는 문학 알고리즘인 페트로비치는 우버를 타고 그 우버를 탄 사람들을 관찰하며 소설 속 소재로 사용 하는 것을 좋아한다.

미래의 상황이기 때문에 책 속에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인물이나 사상, 또는 우버 처럼 지금 우리의 세계에 존재하는 물건, 사람, 미술품, 사상 등이 곳곳에 나와서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물론 책에 나오는 우버는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우버와는 다르게 최첨단이다.

 

페트로비치는 경찰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분석을 하다가 마라가 조금 이상하다는 점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의심을 하며 수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마라가 그것을 알게 되어서 페트로비치를 구십구 년 동안 대여하기로 경찰청과 다시 계약을 한다. 그리고 굉장히 긴장이 되는 순간이 온다. 페트로비치는 사라지는 것일까?

 

3장부터는 마라의 시선으로 서술이 된다. 그래서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경찰 문학 알고리즘인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는 사라지고 비평가인 포르피리 카메네프가 나타났다. 하지만 무언가 마라의 마음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읽는 동안 나도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전의 포르피리가 아직은 남아있는 것 같아서 계속 궁금증이 생겼다.

 

이 책의 우버에서는 아이퍽 10’의 광고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것이 섹스 가젯이기 때문에 가상의 섹스에 대한 장면이 종종 나오며 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사실 이 부분은 가상의 것이 상상이 잘 되지 않아서 그냥 그런가보다 라며 넘어갔는데, 뒤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상황을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굉장히 자극적일 수도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끝까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반전의 반전이 거듭된다. 그리고 다 읽은 지금 나는 초기에 했던 질부에 두 가지를 더 해서 질문을 던지고자한다.

 

이성과 감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과연 살아 움직이지 않는 가상의 알고리즘을 사랑할 수 있을까? 알고리즘과 사람, 이들은 서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읽으려고 선택한 SF소설 아이퍽 10’은 나의 마음에 쏙 들었다. 미술과 영화와 철학까지 아우르며 나오는 내용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내 마음대로 상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한 해를 신나게 마무리하기에도 좋은 책이지만 새로운 해를 시작 할 때 공상을 하며 미래를 꿈꾸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한번 읽어보고 위에 제시한 나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기 바란다.

 

 

#아이퍽10 #iPhuck10 #빅토르펠레빈

#걷는사람 #한러공동번역프로젝트 #러시아문학 #한러수교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리투함시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