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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평점 :
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장편소설
김마림 옮김
열린책들
사람의 마음속에는 선과 악이 모두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계속 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하고 악해진 마음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죽으면 기분이 어떨까. 나는 두 차례의 수술 이후에 나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남아있을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한다. 나는 없어지면 그만이지만 남아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이 책에 서술자인 ‘핀’(나)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되어 계속 눈물이 난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죽음 보다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 죽음은 평범한 죽음이 아닌 (사실 이 세상에 평범한 죽음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죽음이든지 다 사연이 있고 아픔과 슬픔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극한 상황에서 사고로 인한 죽음이다. 또 그 사고로 인해서 선이라고 믿었던 부분에 악이 크게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악해진 마음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것은 극한 상황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의 생활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쩌면 내면의 악이 선보다 더 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사고로 바로 그 자리에서 죽은 ‘핀’(나)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 오드리 언니를 제외하고 모든 가족들이 숲속의 외딴 산장으로 가족 단합 여행을 떠난다. 클로이 언니는 남자친구 밴스와 나는 모와 함께 간다. 힘이 부쩍 세진 오즈도 있고 강아지 빙고도 있다. 천사 같은 캐런 이모와 밥 삼촌 그리고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그들의 딸 내털리까지도 함께 가게 되었다. 엄마와 아빠는 사이가 많이 안 좋아서 사흘간 같이 있는 것이 걱정이다.
무사히 산장에 도착을 했다. 갑자기 눈이 너무 많이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을 먹으러 출발을 하고 중간에 길에 차가 고장 난 내 또래의 잘생긴 남자아이 칼을 태웠다. 그리고 수사슴을 피해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걷잡을 수 없이 차는 미끄러져 내려갔고 우리의 캠핑카는 가드레일을 뚫고 산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죽었다. 아빠는 다리와 얼굴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다들 약간씩 부상이 있지만 그래도 심하지는 않다.
초반의 내용이다. 아직 앞인데 어떻게 내용이 흘러가려고 벌써 죽는 것일까. 너무나도 두근거리고 긴장이 되어서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작가는 죽은 자의 영혼을 너무나도 잘 설명을 해 놓았다. 정말로 죽으면 이렇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순식간이었고, 너무 생생하다. 나는 몸을 느낀다. 내 팔과 다리, 심장, 호흡 하지만 다른 것들은 느껴지지 않는다. 추위도, 축축함도, 중력도, 공기도." _p.65_
아침까지는 이렇게 버텨야할 도리밖에는 없지만 밴스가 가만히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며 클로이를 대리고 나간다. 하지만 곧 둘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눈으로 깨진 창을 막고 엄마는 내 옷과 신발을 벗겨서 모에게 준다. 캐런 이모는 내털리에게 줘야한다고 했지만 엄마는 모에게 주었다.
다음날 아침 엄마와 카일은 구조요청을 하러 떠나고, 남은 자들 사이에는 미묘한 기운이 흐르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다. 결국 오즈와 빙고도 엄마를 찾아서 떠난다. 밥 삼촌이 오즈에게 새로운 역할을 준 것이다.
여기까지는 앞으로 이어질 구조 이후의 살아남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아니 이해한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사람은 극한에 몰리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것 같다. 정말로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는 한 내가 어떤 행동을 할 거라고 과연 장담을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나는 죽고 난 후에야 사람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되고, 상대방의 좋은 점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냉소주의가 우리들에게 만연해 있음을 깨달았다. 아마도 이것이 이 상태로 존재하는 좋은 점일 것이다. 전보다 모든 것을 더욱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 능력." _p.230-231_
핀과 오즈를 제외한 빙고도 포함하여 모두가 구조됐고 살아남았다. 각자가 살아가기 위해서 각자의 모습으로 노력을 한다. 삶을 포기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기도 하고, 모든 것을 없애고 회피하면서 잊으려고 하기도 하고, 왜곡된 진실을 기억하고 주위에 말하면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기도 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으로 돌아가서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시간은 상처를 치유해 주고 아픔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 또한 상처를 치유해 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다른 사람의 따뜻함으로 보살핌을 받으며 치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이 해피엔딩 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진실이 밝혀져서 잘못을 한 사람을 처벌을 받는 것이 해피엔딩일 수도 있다. 그리고 모두가 그 사고에 대한 상처에서 벗어나고 핀과 오즈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들과의 좋았던 날들을 추억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 해피엔딩이라면 엔딩 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의 마지막 오드리의 결혼식 장면에서는 확실히 미소를 짓기도 했고 눈물이 약간 맺힌 채 소리 내어 웃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도 책을 덮은 이후에도 나의 머릿속에 자꾸만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그리고 가슴속에 자꾸만 남아서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것이다.
“나라면? 나였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과연 누가 누구의 잘잘못을 지적하며 어떤 것이 옳다고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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