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한재호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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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한재호 옮김

글항아리

 

수전 손택은 나에게 수전 언니, 혹은 손택 언니이다.

나는 늘 수전 손택의 사진을 보거나 글을 접하게 될 때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수전 손택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지도 않았고 책을 많이 읽어 본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랬을까. 아마도 한 장의 사진을 본 이후에 그 인상이 강해서 그랬던 것 같다. 나와는 가깝지 않지만 늘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어서 내 눈에도 자주 보이는 언니의 이미지였던 것이다. ‘언니앞에 빠진 말은 아마도 잘 노는이라는 단어가 아니었을까 싶다. 잘 노는 언니수전 손택.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눈을 땔 수가 없었다. 표지 속의 수전 손택은 까만색 목폴라를 입고 담배를 손에 들고 있는 언니였다. 그래서 언니의 삶이 이제서야 궁금해졌다. 나와는 다를 것이 분명한 언니의 삶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빼곡한 글씨에 꽤 두꺼운 책이지만 년도 별로 나와 있는 언니의 삶은 나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책의 제목인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수전 손택을 잘 표현하는 단어이다. 영혼을 가진 그녀, 매혹적인 그녀.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 내가 그녀에게 붙이고 싶은 단어는 에너지, 즉 열정이다.

 

"어머니는 정말 에너지가 끝없는 분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가장 큰 특징이었죠. 저는 어머니가 하루 24시간치를 첫 번째 한 시간에 산다는 농담을 하곤 했어요. 어머니는 모든 걸 다 경험하고 싶어 했습니다. 모든 영화 모든 무용 공연, 모든 클럽을요." _p.116_

 

수전 손택은 어떻게 이렇게 술도 잘 못 마시면서 밤새도록 이야기를 하고 바와 파티와 사람과의 관계를 즐기면서 평생을 살았을까. 그녀였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녀이기에 어울린다.

나는 그런 열정을 지닌 사람이 아니다. 그러한 에너지는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기운이 빠진다. 책을 읽는 내내 수전 손택의 그 열정을 나도 함께 따라가느라고 사실 나는 좀 힘들었다. 하지만 수전 손택의 그 다음 삶이 자꾸자꾸 궁금해서 책을 옆으로 치워 둘 수가 없었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매 번 새로운 수전 손택의 삶이 여러사람의 입을 통해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그녀 자신의 입을 통해서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 또 그녀의 아들의 입을 통해서 서술되고 있다. 흥미진진하다. 여담이지만 너무 다양한 사람들과 매체와 작품들이 나와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메모하면서 읽어야 하나 심히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녀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녀는 언제고 자유로웠다. 속박이 된 것 같아 보였지만, 또 의무감과 책임감에 사로잡혀있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내 눈에는 모든 것이 다 자유로운 한 마리 새로 보였다. 어디로든지 날아 갈 수 있지만 어느 틈에 섞이기 보다는 다채로운 색으로 어디에 있어도 눈에 띄고 그곳을 사로잡고 오색으로 물들이는 그런 새.

 

그녀는 지성미가 넘쳐났다.

문학, 영화, 연극, , 오페라, 정치, 인간 세상의 거의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 부분에 도전을 하고 노력을 했으며 늘 호기심으로 다가갔다. 물론 자아가 굉장히 강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판도 많이 받았고 관계가 흐트러지기도 했지만, 그녀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그녀의 삶은 이어질 수 있었고, 재정적으로는 압박이 많은 기간도 있었지만 마음만은 늘 풍요로웠다.

 

어머니는 언제나 강력히 미래를 지향했으며 과거는 돌아보는 법이 없었다고 말한다. 손택은 월계관에 안주하거나 향수에 젖는 법이 없었다. 이런 태도는 그의 성공, 그리고 늘 현대적 담론에 정통해서 새로운 세대 독자층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에 크게 기여했다.

"언제나 자기 기록을 넘어서려 노력하는 지성의 마라톤 주자" _p.358_

 

"만년에도 손택은 여전히 스물한 살 같았습니다. 언제나 모르는 것에 관심이 있었죠. 많은 사람이 만년에 이르면 자기가 아는 것에 의존하죠. 하지만 수전은 어제 태어나서 여전히 온 세상이 신세계인 것처럼 살았습니다." _p.399_

 

그녀는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생존에 성공했다. 마지막에는 어쩔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누구에게나 죽음의 그림자는 다가온다. 그녀는 그녀의 최선을 다했고 그 안에서도 강렬히 투쟁했다고 생각한다.

 

손택은 정신을 가다듬고 한 가지 가능성, 즉 생존만을 준비했다. _p.389_

 

"아직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그걸 하지 못하면, 나 자신을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거에요" _p.434_

 

"어머니는 아파하거나 괴로워하시지 않고 편안히 숨을 거두셨다. 어머니는 그렇게 떠나셨다." _p.437_

 

수전 손택의 병원에서의 거의 마지막이던 그 모습을 묘사 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끝까지 참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올랐다.

 

다 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 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

 

이 말은 가장 많이 인용되는 손택의 문장 중 하나라고 한다. 그녀를 추모하며 다시 한번 그녀의 말을 새겨본다.

 

수전 손택이라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미국과 유럽과 세계의 흐름이 함께 나오는 책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 한국도 두어 번 나오는데 굉장히 반가웠다! 여성으로 독자적인 삶을 원하는 분들, 작가의 삶을 살고 싶은 분들, 문학과 예술의 흐름을 알고 싶은 분들, 다양한 작품을 접하고 싶은 분들, 그저 수전 손택이 궁금하신 분들,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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