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18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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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세상 오디션

구미호 식당 2

 

박현숙 장편소설

특별한 서재

 

 

나는 언제 죽을까.

 

이 책을 거의 다 읽었을 무렵에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님의 부고 소식을 듣기 바로 직전까지 재미있게 이 책을 읽고 있었고,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굉장히 신선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상을 다녀와서는 한 동안 얼마 남지 않은 페이지를 차마 마저 읽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굉장히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동안 내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죽음을 생각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나의 죽음, 내 주위의 죽음. 떠나간 사람들과 남아 있는 사람들.

 

저 세상 오디션은 남은 사람들이 있는 이 세상이 아닌 떠나간 사람들이 있는 저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메시지는 명확하다. ‘어떠한 삶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나의 숨이 다하는 날까지 잘 살아갈 것.’

 

가볍게 후룩후룩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분명히 생각은 깊고 많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책은 청소년 문학에 속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삶을 살아나가야 할지를 택할 때 굉장히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의 삶을 보다 잘 이끌어 줄 수 있도록 어른들이 청소년 문학, 특히 이 책을 꼭 읽어 봤으면 좋겠다.

 


 

올해 612일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열세 명이 저세상에 오기는 했는데, 이 길은 저세상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고 한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도 각자의 억울한 사정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죽어서 까지도 저세상에 못 가고 떠돌아다닐 수도 있다고? 사람들은 모두 허망하다. 이럴 바에야 죽지 말걸 그랬다는 말도 한다.

 

나일호는 정말 억울하다. 죽을 생각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된 거지? 그러면 내가 죽었다는 말인가? 나는 나도희를 구하기 위해서 달려갔을 뿐인데, 무엇이 잘못 된 것일까. 나도희도 여기 있는 것을 보면 나도희랑 같이 죽은 것 같기는 한데. - 억울하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오류가 생길 일은 없다며 딱 잘라서 거부당한다.

 

저세상으로 가는 길로 가려면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고 한다. 죽은 마당에 오디션이라니.

 

명품으로 칭칭감긴 이수종이 1차 오디션에 도전을 한다. 노래를 꽤 잘 한다. 가수 돌팡이었구나. 하지만 탈락.

 

마천은 수많은 영혼들 중 일부를 선별해서 세상으로 내보내는 일을 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살고 올 시간을 정하는 일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영혼 한 영혼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세상에 나가지 못한 애달픈 영혼들을 돌보는 눈물겹게 고통스러운 일도 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세상으로 나가는 행운을 얻게 된 영혼들에게는 꼭 지켜야 할 규율이 있다. 바로 정해진 시간을 꽉 채우고 돌아오는 거다. 그걸 지키지 않는 것은 내 고통에 대한 배신이며, 선별에서 뒤로 밀린 수많은 영혼에 대한 크나큰 배신이기도 하다.” _p.12_

 

2, 3, 4... 오디션은 계속 진행 되지만 여전히 모두가 탈락을 한다.

그러면서 각자의 삶을 돌아보고 어쩌면 이 황량한곳에서 기한 없이 떠도는 영혼이 될 서로에게 은근히 서로서로 의지를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심사위원을 감동 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지 자기의 심사위원이 눈물을 흘릴까?

 

마천이 나일호가 이곳에 잘 못 오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오류가 생긴 것이다. 이를 이용하려는 도진도 아저씨가 있다.

 

참 답답한 소리를 하는구나. 너희들이 살았던 그 세상에서 사정없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참아내며 견디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며 그 시간 안에서 좌절할 때도 있고, 절망할 때도 있지만 또 다른 희망과 행복을 찾기도 한다. 나는 세상에 나가는 영혼들에게 살다 올 시간을 부여할 때 어둠과 같은 막막한 시간만을 넣지는 않았다. 견뎠어야지. 참아야 했다. 여기에 온 사람들 중에 딱 한 시간만 더 참았어도 기쁨을 맞이할 사람도 있었다.” _p.135_

 

나일호는 어쩌면 다시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도진도 아저씨의 작전으로 소문은 퍼지고 사람들은 한 명씩 나일호에게 와서 각자의 사정을 얘기하며 부탁을 한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자신의 삶보다도 남아있는 이들의 삶을 더 걱정하는 그들의 마음씀씀이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힘들더라도 조금 더 버티며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

 

우리가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기쁨도 슬픔도 감내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쁨과 슬픔은 혼자서 버텨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중에 죽었을 때 걱정되는 남겨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친구의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님은 병중에 눈을 감으시면서 가족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아버님 없는 삶을 어떻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셨을까. 보고 싶더라도 함께하고 싶더라도 남은 그 삶의 기간 동안 참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끝까지 잘 지내다가 만나자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열심히, ,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세상에 갔을 때 혹시라도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다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미리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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