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 미술품을 치료하는 보존과학의 세계
김은진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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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미술품을 치료하는 보존과학의 세계

 

 

김은진 지음

생각의 힘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리차드 메이어 (Richard Meier, 1934~)게티 파이어같은 비상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것일까?” _p.248_

 

 

건축가 리차드 메이어라는 이름에 내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나는 건축을 전공했다. 그리고 가장 관심이 많았던 부분이 미술관 설계였다. 보통 건축이라고 하면 공대생, 공학을 많이 생각 한다. 하지만 이과에 공대생인 것은 맞지만 건축학을 공부하는 것과 건축공학을 공부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건축학은 설계부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어떤 학교에는 예술대에 포함되기도 한다. 그만큼 건축은 예술과 공학을 한꺼번에 공부하고 그에 대한 부분을 알고 있어야 하며 실질적으로 설계할 때에도 상당 부분을 고려해야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건축과 복원과학은 굉장히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는 것을 느꼈다.

 

훌륭한 보존가가 되기 위해서는 세가지 H가 있어야 한다. Head, Hands, Heart. 머리와 손 그리고 가슴이다. 미술과 과학에 대한 지식과 정교한 손 그리고 무엇보다 예술을 사랑하는 정직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_p.177_

 

이 책은 세 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I. 그림이 들려주는 복원 이야기

II. 미술관으로 간 과학자

III. 미술관의 비밀

 

우리가 궁금해할만한 명화들에 관한 숨은 이야기는 대부분 ‘I. 그림이 들려주는 복원 이야기에 나와 있다. 미술관 설계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미술관에도 많이 다니고 작품들도 좋아해서 책도 많이 읽고 많이 접해본 나에게 파트 I’은 사실 많이 흥미롭지는 않았다. 그냥 조금 더 미술품 복원과 과학에 관한 이야기가 추가 되었구나 정도. 하지만 ‘II. 미술관으로 간 과학자‘III. 미술관의 비밀은 훨씬 더 재미있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서 재미있던 것도 있었지만 알고 있던 사실들도 과학과 접목이 되는 부분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II. 미술관으로 간 과학자

 

1. 빛과 작품은 굉장히 연관이 많이 되어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조명에 따라서 작품이 많이 달라 보이고 손상이 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여러 가지 조명에 대한 파장의 분석을 보고 설명을 듣고 나니 똑같은 조건의 색만을 사용한다고 해서 복원이 되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요즘에는 LED가 대세다.

 

2. 작품을 과학분석 할 때,

1) 작품 분석을 이유로 작품을 훼손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2) 회선의 보존 처리 방법을 찾기 위한 실험 대상으로 결코 실제 작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3)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과학뿐만 아니라 예술적이 부분도 복원과학자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인 것이다.)

 

보존가와 보존과학자는 같은 목적을 위하여 다른 일을 한다. 보존가가 직접 작품을 다루고 상처를 치료하는 사람이라면, 보존과학자는 보존가의 활동에 필요한 과학적 정보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 분석은 과학자의 영역으로, 보존 처리는 보존가의 손에, 미술사적 해석은 미술사가에게 전문적으로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 여러 분야의 융합이 미술품 보존에서 중요한 이유다.” _p.218_

 

3. 매크로 엑스선 형광분석법 (Macro X-ray Fluorescence)

처음 그린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나, 경제적인 이유로 비싼 캔버스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할 때 배경색을 다시 칠 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흔하던 시기가 있었다. 매크로 엑스선 형광분석법을 통해서 그런 작품들을 발견 할 수가 있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언급 되었던 작품도 그렇게 감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구지 발견된 작품을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원래대로 복원을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III. 미술관의 비밀

 

1. 게티센터는 미국의 석유 재벌 장 폴 게티 (Jean Paul Getty)가 개인 소장품으로 설립한 미술관이다.

작품이 걸려 있는 벽은 철골 구조의 강화 콘크리트이고 미술관의 각 구역은 조그만 방으로 분리되어 있다. 각 방 사이에는 접이식 벽이 준비되어 있는데, 불이 나더라도 이 벽을 펼치면 다른 방으로는 불이 절대 번지지 않는다. 공기 시스템은 외부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가 포함되어 있고... 건물의 외벽은 크래버틴이라는 석회암으로 마감되어 있고, 지붕은 파쇄석으로 덮었다.” _p.250-251_

 

불이 났을 때 미술품이 철저히 보호하기 위한 설계다. 불로부터의 보호라기보다는 불을 끄기 위한 물을 사용하는 것으로부터의 보호가 더 적절할 표현 일 것 같다. 물은 작품에 치명적이다.

 

2. 벌레들이 있다!

벌레들에 대한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그래, 맞다, 습도도 일정하고 나무도 있고 종이도 있고 여러 가지 벌레들이 좋아하는 환경이 갖추어진 곳이 미술관 아니던가.

전시장 정기 소독과 작품을 보관하는 수장고의 가스로 소독하는 훈증과정, 그리고 작품에 충해관리와 친환경 전략등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어서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 주었다.

 

3. 액자도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것을 조금만 더 소중히 간직하면 그것은 역사가 된다.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면, 액자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작품의 이야기를 내놓기 시작한다. 그림을 가두는 틀이 아니라 바깥 세상과 그림을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_p.297_

 

나는 예쁘게 생긴 책을 좋아한다. 이 책은 예쁘게 생겼다. 그리고 내용도 풍부하다.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미술품 복원과 그에 따른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어렵지 않게 담겨 있다. 비전문가들이 읽기에 편안하고 구성도 잘 되어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사로 일하고 있는 작가가 복원을 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로 서술이 되었다면 더 생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파트 I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의 정통 이과생이었던 이력이 어려울 수도 있었던 과학을 예술과 연결시키는 전문적인 내용을 보다 쉽게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 할수 있지 않았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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