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손지상 옮김 / 네오픽션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

아오야마 미치코 장편소설

손지상 옮김

네오픽션

검은 엉덩이에 하얀색 별모양의 마크가 있는 고양이!

엉뚱하고 사람처럼 미소를 지어주는 고양이!

나무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갑자기 멈추어 서서

왼쪽 앞발을 들고 발바닥의 핑크 젤리로 나무를 통 하고 치는 고양이!

이 고양이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이 귀여운 고양이가 나온다. 그리고 이 고양이는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골목 안에 있는 신사를 찾은 사람들에게 그들만의 길로 이끌어 주는 어떠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아-주- 중요한 역할! 행복을 찾아가는 길을 안내해 주는 것처럼 말이다.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자그마한 신사가 하나 나온다.

참배당 앞에 걸린 방울을 땡 하고 울리고, 동전을 새전함에 던져 넣고 절을 두 번, 박수를 두 번, 다시 절을 한 번.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빈다.

참배당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커다란 나무가 하나 있다. 다라수 나무. 다라수는 엽서나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다라수 잎을 긁으면 글씨가 새겨지고, 몇십 년이 지나도 남아있고, 우표를 붙이면 발송도 된다는 신기한 잎이다.

여름의 막바지, 이 신사를 찾은 일곱 명의 참배객들이 고양이를 만났다. 그리고 다라수 나뭇잎을 받았다. 그 잎에는 그들의 눈에만 보이는 무엇인가가 쓰여 있었는데, 각자의 소원과 각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해 준 단어였다.

실연으로 아파하던 미용사인 미쿠지는 “서향”이라고 쓰여 있는 다라수 잎을 받았다. 서쪽으로 갔을 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말로 모든 불운이 다 다가왔다. 그러면 “서향”의 의미는 무엇일까?


“억지로 잊어버리려고 하지 말고 기다리자, 하고 결심했다. 아직 남아있는 가슴속 아픔이 언젠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만큼 훌륭한 무언가로 변할 그때까지.” _p.42_


십대의 딸과 소통에 힘들어 하던 고스케씨는 “티켓”이라고 쓰여 있었다. 딸이 좋아하는 그룹의 콘서트에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티켓”이 그 콘서트 티켓을 의미하는 것일까?


“선생님 마음속에 제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드셨나요?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또 도와달라고 하는 건 태만한 자세가 아닐까요.” _p.71_


삶의 목표가 없어서 방황하던 신에게는 “포인트”라는 단어가 주어졌다.


“나는 계속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골라야 좋을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 좋을지. 그렇게 멀리 있는 종착점만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었다. 그건 목적지가 아니었다. 현재 위치였다.” _p.124_


표현이 서툴러서 결국 아내도 떠나가고 아들과도 멀어지고 지금은 며느리와 손자와 함께 지내고 있는 기노시타 할아버지는 이 신사의 선대 궁사와는 친구였다. 친구를 먼저 떠나보내고 오랜만에 찾은 신사에서 “씨뿌리기”를 받는다. 화가 나서 버리려고 했지만 어느새 다라수 잎은 할아버지의 봉지 안에 담겨 집까지 함께 온다.


“기노시타 아저씨께서는 한 가지 착각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미쿠지가 계시한 말씀은 길흉을 나타내는 게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소중한 것을 전하기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단어입니다.” _p.177_


낯선 동네로 이사를 와서 학교생활에 힘들어 하는 이끼를 좋아하는 소년 가즈야는 “한가운데”라는 다라수 잎을 받았는데, 한가운데라는 장소성은 누구의 시야로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것 같다.


“그래. 이끼는 항상 한가운데에 있어. 내 안의 한가운데, 그게 이 세상의 한가운데야.” _p.240_


결혼과 육아로 만화가의 꿈을 포기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 지사키의 다라수 잎에는 “스페이스”가 쓰여 있었다. 혼자서 고민하던 지사키가 남편에게 용기를 내어 만화와 관련된 면접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남편은 오히려 응원을 해 주었다.


“자기 스페이스가 좁다고 어떻게 확신하는 거죠? 스스로가 그렇게 정해버린 게 아닐까요? 아무도 좁다고 한 적도 없는데.”


점성술로 인한 유명세로 개인의 삶이 없어진 니코. 어린시절 좋아하던 들고양이 구로베와 닮은 고양이가 나뭇잎을 주었다. 그곳에는 “타마타마” 라고 쓰여 있었다. (가끔,이따금 혹은 우연히 때마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필요할 때 뚜껑을 열고 안에다 털어버리고, 기분이 개운해지면 열쇠로 잠그고 되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장소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 사람이 천상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면 별이 이끄는 힘을 도구 삼아 천상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는 힌트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_p.362_


이들이 받은 다라수 잎은 맨 앞에서 설명한 엉뚱한 고양이가 다라수 나무를 퉁 하고 쳐서 팔랑 하고 떨어진 나뭇잎이다. 고양이가 말씀을 준 것이다. 이 고양이는 신사에서 미쿠지라고 불리운다. 미쿠지는 원래 신사나 절에서 길흉을 점치는 제비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고양이 미쿠지는 다라수가 있는 신사에 불쑥 나타나서 제비뽑기 점처럼 말씀을 나뭇잎에 남기고 간다고 해서 미쿠지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미쿠지가 전해준 말씀을 따라서 이 책의 일곱 명의 인물들의 삶과 대비해서 나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누구나 삶을 살다보면 힘든 일도 생기고 고민거리도 생긴다. 하지만 어떻게 그 문제를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나오는 것 같다. 우리도 미쿠지의 말씀에 따라 생각해보고 그것을 따라서 삶을 살아가 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