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파는 외계인, 미친 초록별에 오다
웨인 W. 다이어 지음, 김보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발전되는 과학과 가능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의 사고수준은 진화되어야 한다. 인간보다 훨씬 우월한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해 우리를 관찰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우리는 외계인의 객관적인 관점을 순수한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을까?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헛된 믿음으로 잠식된 사고방식을 외계인의 객관적인 눈을 통해 깨닫고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웨인 다이어의 (요약)서문이다. 이 글을 읽으며 참 많은 기대를 했더랬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작가에 자기계발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심리학자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는 웨인 다이어. 기대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비록 웨인 다이어를 처음 접하는데다 자기계발서적을 그닥 즐겨하지 않는 독자라 할지라도 말이다. 포부도 당당한 서문과 표지를 장식하는 무려 '유쾌한 행복소설' 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책이라면 좀 더 재밌어야 하는게 아닐까? 명성에 걸맞는 깊은 성찰 또한 우러나야 하는게 아닌가?

 

결론부터 까고 들어가자면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온다.

 

시작은 우라노 공식을 해독한 과학자 어스본으로부터 시작한다. 지구를 거울에 비췬 것처럼 꼭 닮은 우라노스라는 행성에서 어스본은 우라노스인과 지구인의 차이점을 찾고자 한다. 어스본이 찾아낸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해줄 전문가는 마침 호텔 티비를 통해 걱정지수를 예보하고 있던 에이키스라는 아름다운 아나운서였고 급하게도 약속을 잡은 어스본은 그녀와 만나 우라노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껍데기는 닮았지만 근본은 완전히 다른 두 세계의 남녀의 대화는 평행노선을 그리고 결국 어스본이 에이키스를 지구에 초대하기에 이른다. 두달여간 지구를 둘러본 에이키스는 거침없는 비판을 토로한다. 시종일관 굽신거리는 어스본은 에이키스에게 한눈에 반한 모양이다. 아, 사랑이란 사람을 가리는 법이 없지. 어스본(웨인 다이어)의 눈에 에이키스와 그녀가 속한 우라노스는 그야말로 파라다이스, 인류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이상향이다.

 

솔직히 나 역시 에이키스의 주장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에이키스가 아닌 저자 웨인 다이버의 생각일 터이지만 그가 말하는 행복은 평소 내가 그려오던 이상이기도 하다. 행복은 외부적인 것이 아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단 하나, 의연한 마음가짐만이 필요하다. 핑계거리를 만드느라 시간을 허비하며 불행을 정당화시키려는 노력 자체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에이키스의 말이 구구절절 옳다. 비록 그녀가 저자의 설정만큼 똑똑해보이지도, 순수해보이지도 않을지라도 에이키스가 하는 말만큼을 옳다. 바꿔 말하자면 저자 웨인 다이어의 주장은 퍽 완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할 수 없다. 이성적으로 완벽한 논리가 감성적으로는 와 닿지 않는다. 대체 저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책을 썼을까? 터무니 없이 부족한 개연성, 빈약한 스토리, 우라노스를 향한 맹목적인 (신앙에 가까운)동경, 현시대에 대한 무자비한 비판, 에이키스라는 외계인의 눈에 지구인들은 터무니없이 어리석고 나약하며 비겁하게 비춰진다. 단 한줄로 요약되어버린 2달간의 체류기간동안 그녀가 무엇을 보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에이키스의 오만에 가까운 주장만 듣고있어야 한다. 그 사이사이에 양념처럼 곁들여지는 어스본의 비굴한 모습은 보너스인가?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 차 있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좌절과 만난다. 공허한 성공이 삶의 목적인양 다그치는 세상은 몇번이고 나를 배신한다. 진정 행복해지고자 한다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인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불완전한 인간을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이키스의 주장처럼 행복은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누가 억지로 앉히고 구구절절 주입시킨다 해서 교육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만에 빠진 심리학자의 자기과시적 소설에 내가 공감 코빼기라도 할까보냐. 차라리 웨인 다이어의 주장이 그렇고 그런 자기계발서적으로 나왔다면 백번 공감하고 생각을 다잡았을지도 모른다. 지구인 어스본의 깊은 감상과 고뇌, 성찰이 어우러졌다면 동감했을지도 모른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외계인 에이키스, 인간이 아닌, 인간일 수 없는 에이키스의 입을 통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웨인 다이어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예수나 부처가 아냐. 평범한 인간일 뿐이지. 제 아무리 훌륭한 이론을 정리했다 하더라도, 계명을 설파한다 하더라도 개인은 행복해지지 않아. 대중은 어리석지만 어스본처럼 어수룩하지도 않지. 진리는 에이키스의 말처럼 단순명확하지도 않아. 당신의 말처럼 쉽게 이뤄지는게 이상이라면 세상은 골백번도 더 변했게? 정신차려. 적어도 당신은 나보다는 똑똑한 사람이지. 그렇다고 완벽하다는 소리는 아냐. 제발 다시는 교훈적인 감동을 빙자한 설교적 소설을 쓰지 말아줘. 종이가 아깝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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