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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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한 독서편력을 가진 나에게 인문서적은 오르기 힘든 산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꾸준히 도전하는 분야는 존재하고 대표적인 것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종류의 심리서다.
스스로를 비롯, 주변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나는 어떤 책을 읽든 일단 등장인물에 주의를

기울인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쉽게 작가가 가진 힘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를 매료시키는 힘, 온전히 감정을 몰입하고 작품에 동화되게 하는 힘을 말이다.

이야기의 뼈대는 에피소드와 소재의 차지겠지만 그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것은 분명 등장인물이다.

 

이런 습관은 독서 뿐만 아닌 실생활에서도 당연히 튀어나온다.
나는 사람을 행동 이면에 도사린 동기와 인과관계를 찾기 즐긴다.
[우습게도 이 습관은 내 인간관계에 그렇다 할 이점을 주지 않는다. 중이 제머리 못 깍는다는 말이 백번 옳다.]

 

그리하여 하나 둘 찾아보게 된 심리학 관련 서적들을 고르는 조건은 당연히 '흥미롭고' '잘 읽히는' 이다.
훨씬 전부터 나에 대해 보통보다 조금 떨어지는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흥미롭고' '잘 읽히며' '알지 못했던' 혹은 우리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인간 심리를 다뤄야 한다는,

까다롭다면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한 책이 또 한권 나타났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20세기에 있었던 흥미로운 심리실험 사례 열가지를 모아 놓은 책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작가의 문체가 상당히 드라마틱하다는 것이다.
사례를 옮긴 부분은 대화에 충분한 묘사가 곁들여진 단편소설 같고 저자의 생각이 드러난 부분 역시 말랑한 감수성

이 여기저기 숨어있다. 작가에 대한 어떤 사전 정보도 없었지만 그가 여자이거나 적어도 감성적인 글재주를 가진

(이야기꾼 기질이 다분한) 남자일 거라는 예상을 하기 충분했다.

 

책의 후반부에 접어들고 나서야 나는 저자가 여자란 사실을 알아냈다.
그녀의 남편 이야기가 나왔기 대문이다. 더 이후에 겉표지 뒷쪽에서 '미국 최고의 수필상'을 두차례나 수상하고 '뉴

레터 문학상'논픽션 부분 창작상을 수상했다는 이력도 찾아냈다. 그녀는 심리학자이자 작가, 칼럼니스트였다.

 

그것은 그녀의 책이 인간 내면에 신경을 기울일 겨를이 없다 여기는 보통 사람에게 충격을 안겨줄 진실을

능수능란하게 폭로한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마치 어렸을때 절대적인 대상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주입된 후 당연히 여겨왔던 빨간색이

사실은 빨간색이 아니였다는 말을 듣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의 믿음이 송두리채 흔들리는 기분을 안겨준다.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나를 억압하고 조종하는 법칙들이 존재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철석같이 믿어온 기준들을 순식간에 뭉개버린다. 

몰라도 사는데 하등 불편함이 없을테지만,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인간 안에 도사린 복잡한 진실들은

선명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책은 말한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사기꾼의 교묘한 궤변처럼 들린다.
우리 의식이 거부부터 하는 교묘한 트릭이 거미줄처럼 우리를 묶고 있다 말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작가가 이처럼 일반인들의 관념을 통채로 부정케하는 사례들을 노련한 이야기로 풀어 나갔음이다.
적당한 완충장치도 놓고 건드려선 안될 부분은 살짝 가리고 지나간다. 그러면서도 순식간에 독자를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쇼킹한 힘을 가짐에 분명한 책이다.

다만 조금이라도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작가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크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저자의 흥미 위주로 선택되어진 사례들 중 몇은 실제 학계에선 넓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실험들이였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작가의 돌발적인 행동들은 책의 설득력을 약화시켰다.

물론 그러한 점 덕분에 책이 흥미로웠던 건 사실이지만 작가가 좀더 중도적인 입장을 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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