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해피엔딩 - 황경신 연애소설
황경신 지음, 허정은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하늘에서 눈꽃이 내리는 계절 봄. 그 봄과 잘 어울리는 표지를 가진 '모두에게 해피엔딩'의 첫 인상은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듯이 읽고 나면 내 마음에도 사랑이, 행복이 퐁퐁 솟아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책은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에이,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 비, 그리고 그녀.

내가 참 좋아하는 숫자 3은 사랑할 땐 적합하지 않은 숫자다. 누군가는 슬프고 누군가는 행복하지만, 가끔은 그 셋 모두가 행복하지 못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구를 찾아갔던 모교에서 우연히 만난 연하의 에이. 그 이후 많은 시간들을 그녀와 함께 보내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 에이를 사랑하진 않지만,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여행도 하고 데이트 비슷한 것도 하면서 언제고 손이 닿는 그 곳에 두고 있는 그녀. 실제로 자신이 사랑하는 비에게서 충족받지 못한 많은 부분들을 에이로 채워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수 년의 세월을 보냈고, 가장 안타까운 점은 그 사이에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  소중한 것과 소중한 시간을 나누면서도 사랑하지 않는 사이.. 정말 그녀가 에이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책을 읽는 동안 그래도 한번쯤은 그녀가 에이에게 마음이 기울기를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또 그게 아니라면 에이가 그녀에게 용기있게 고백하고 남자답게  행동하기를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또.. 그게 아니라면 비가 이젠 자신의 마음을 찾아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길 바랬을지도...  그 셋의 사랑은 시작과 끝이 모호하다. 그런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답답했다.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왜 눈물을 삼키며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야 하는 것일까? 그냥 용기내어 '내가 너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할 순 없던걸까? 예전이라면 이런 행동들을 쉽게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사랑앞에선 소극적이고 소심했던 사람이니까. 하지만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나이들고 돌아보니 꼭! 그때가 아니면 안되었을 것들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다. 남에게 빼앗기고, 고백한번 제대로 해보지 않고 평생을 후회하는 것 보단 용기내어 외치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들의 절절했던, 애끓지만 그렇다고 열정에 불탄다고는 할 수는 없는, 손 닿는 곳에 그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고 일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그런 상황들을 애틋한 20대를 보낸 경험이 있는 내게도 그때 그 감정을 다시 솟아오르게 만들어 줬다.

 

덜 사랑하는 자, 더 사랑하는 자.. 그 셋의 이야기는 그녀가 새로운 남자를 만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에이와 비로 덮여있던 그녀의 세상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렇게 그 사람들을 마음에 담아두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일상을 시작해간다. 이로 모두가 해피엔딩이 되는 것이다.

 

많은 시간이 지나 언제고 꺼내볼 수 있는 애틋한 사람이 있다는 것. 아마 그것만으로도 평생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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