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고인이 된 프랑수아즈 사강은 19세에 <슬픔이여 안녕>을 통해 세계적인 작가, 프랑스가 가장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이름을 발음하는 동안에도 왠지 그 이름은 작가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강하게 온다. 비밀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울 것 같은 그런 느낌. 책을 읽기전에 작가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어서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보니 그녀의 인생 자체가 소설속의 이야기를 보는 듯이 평탄치 않았던 것 같다. 두 번의 이혼과 도박, 경주, 그리고 마약까지. 50대에 들어선 그녀가 마약 혐의로 서게 된 법정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할만큼 쎈~ 여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은 자주 들어왔는데 이게 바로 프랑수아즈 사강이 한 말이로구나. 법정에서도 작가의 스멜이 느껴지는 멋진 한마디를 남기다니.

 

그녀에 대해 약간의 정보를 알게 되니 더욱 작품이 궁금해진다. '길모퉁이 카페'는 그녀가 40대 전후에 써내려갔던 19편의 단편 모음집니다. 과거 발행이 되었다가 절판이 되어 매우 구하기 어려웠던 책이라고 하니 이번 출간소식의 그녀의 국내 팬들에게는 더 없는 희소식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인생 만큼이나 스캔들을 몰고 다녔던 그녀였기에 '사강 스캔들'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하는데, 그래서 일까? 작품속에 왠지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이 드러나 있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단편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뭘 읽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그런 오묘함 때문에... 오히려 짧은 글이라서 더욱 술술 읽힐 것 같은데, 단편집을 보면서는 그런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도 단편집은 잘 안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19편의 단편들은 모두 '결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70년대에 씌였다고 보기엔 놀라울 만큼 세련되고 복잡하고 어쩌면 충격적인 상황들이 주를 이룬다. 프랑스인들의 70년대는 정말 이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아내를 곁에 두고 임종하는 남자의 이야기, 일정보다 일찍 집에 귀가한 후 남편의 외도 흔적을 발견하게 된 아내, 한 남자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기차안에서 새로운 반전을 맞이하는 여인,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는 가장의 이야기..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내용이 대부분 우울하고 그래서 인지 공감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녀의 깊이를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것인지... 각각의 이야기의 결말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반전들이 기다리고 있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녀는 19편의 단편을 통해서 누구나 인생에 한번쯤은 맞이 할 '결정적인 순간'을 이야기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생의 길모퉁이에서 마주친 생각지 못한 사건들로 인해 바뀌게 되는 인생.. 내게도 언젠간 그런 터닝 포인트가 오겠지만 나는 좀 희망적이고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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