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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과 사귀다
이지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월
평점 :
하루를 살아가며 접하게 되는 장소는 몇 곳이나 될까? 우리가 하루에 만나는 사람은, 하루에 나누는 대화의 양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이런 물음은 생각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매일 마주치고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사소하기도 하고, 당연스럽기도 하다.
'그곳과 사귀다'는 이렇게 흔히 지나칠 수도 있는 우리 옆의 많은 공간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50곳의 장소와 그와 관련된 이야기,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작가가 직접 찍은 감성적인 사진들이 함께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또한 여행을 좋아한다. 시간과 여건만 된다면 언제든, 어디로든 항상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가 둘이 되고 뜸했던 여행이었기에 겨울이 지나고 날이 좀 풀리면 어디부터 가야할지 생각하느라 요즘 셀레는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또 오랜만에 친구들과 해외로 여행을 가기로 해서 가족을 두고 가뿐한 마음으로 시간을 즐기려하는 계획도 있었다. 이렇게 여행은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 만으로도 많은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꼭 어디론가 떠나야만 하는 걸까? '그곳과 사귀다'를 읽는 내내 그런 물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도 현실의 벽에 막힐땐 여행 에세이를 읽거나 하면서 마음을 달래곤 하는데, 가까운 곳에서도 충분히 내 마음이 달래질 수 있고 치유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싶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면 하는 것들이 있다. 동네 커피전문점에서 테이크 아웃 커피를 한잔 사고 그 향을 맡으며 천천히 걷는다. 그리곤 좋아하는 라디오를 틀어 놓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를 마신다. 가끔은 혼자 아껴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감상하기 위해 조조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일행은 없지만 가고 나면 모두가 친구인 것 같은 서점에 들러 좋아하는 책을 살피기도 한다. 물론 이런 중에 친구들과 떠들썩한 수다 시간을 갖기도 하고 함께 맛집을 찾기도 한다. 지금 생각하니 이 모든 시간들이 오로지 나를 위해서,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나의 영혼을 위해서 가졌던 시간이었다. 그로 인해 치유되고 충전되고 난 또 다른 활력을 얻어 매일을 즐겁게 살 수 있었다. 그러기에 떠나지 않아도 되었음을, 매일 겪은 사소한 일들과 사소한 것 같았던 많은 장소들에게 감사해야함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서점, 극장, 공연장, 우체국, 포장마차, 커피숍, 공원, 옥상 등... 작가는 너무나 사소한 곳 같은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글을 읽고 사진을 보고 있는 나도 추억에 잠기고 그 곳에 대한 나만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그로 인해 책을 읽는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것을 생각하고 많은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것만 같은 삶에 대한 감사, 흔하게 지나치던 수 많은 장소와 많은 사람들에 대한 감사, 그리고 이렇게 무사히 매일을 사소하게만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이변없이 보내고 있는 삶에 대한 감사.. '이보다 더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이 있을까?'하는 물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