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권하다 - 삶을 사랑하는 기술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가 들어갈수록 심리서적이나 철학과 관련된 책에 눈이 자꾸 돌아간다. 지금도 심리학 공부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이유 또한 자꾸 관심이 생기고 필요한 것 같고, 또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배워두면 좋을 것 같다는 그런 기대감과 깨달음 그 비슷한 것 때문이었다. 쏟아지는 책 중에 심리학, 철학에 관련된 책들이 상당수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나만 그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철학이라는 단어만 보면 막연한 무게감 때문에 접근하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종교인들의 에세이나 명상집, 쉽게 접할 수 있는 심리학 책에서도 철학이라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철학을 권하다>의 저자는 대학 시절부터 사회불안장애,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 와중에 학업은 문제없이 잘 진행이 되었지만, 공황발작까지 나타나는 등 그의 증상은 그냥 두고봐서는 안될 상황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는 <인지행동치료>를 하는 모임을 찾게 되고, 조금씩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회복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만났던 철학에 흥미를 느끼게 된 그가 지금은 영국 최대의 철학 커뮤니티의 창립자가 되었고, 이렇게 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접한 <삶을 사랑하는 기술>철학을 만인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책을 펼치면 아테네학당에 모인 철학자들의 그림이 있는데, 그림 속 철학자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쓰여있다. 그냥 보기에도 흥미로운 이 그림을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본다면, 왠지 모를 어마어마함과 두근거림으로 바라보게 된다.

 

<기조연설, 오전 수업, 점심시간, 오후 수업, 졸업식>의 구성으로 되어있는 내용들을 일일이 이야기 하는 것도 어렵겠지만, 사실 축약하는 것도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누구나 알법 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부터 생전 듣지 못 했던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철학까지 이해하기 쉽지만 조금은 깊이 들여보고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에 대해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더불어 그저 지루한 이론에 지나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예를 보여줌으로써 조금은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철학을 접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막연하게 생각했을땐 어려울 것 같은 철학도 제대로 들여다보면 모두가 자신의 마음먹기,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이 모든것이 자신이 선택하기 나름이라는 조언도 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심리학 공부하며 들었던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또 자주 보아왔던 철학 사상들도 알게 되니 조금은 더 흥미롭게 봤던 것 같다. 내용 전체에서 작가가 철학에 대해 확실한 믿음과 매력에 한껏 빠져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고, 그의 열정도 느껴졌다.

 

책을 읽고 있자니 나도 그동안 내공이 쌓여서 그런건지, 학습을 통한 결과물인 것인지... 많은 이야기들을 이미 알고 있고, 나도 모르게 생활습관처럼 실천하려고 하는 것들도 많이 있어서 조금은 기뻤다. 가볍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은 물론 아니지만, 그렇다고 펜으로 줄을 그어가면서까지 공부해야 할 책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새기면서 조금은 가볍게 맑은 정신으로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우리가 삶의 목표라고 말하는 쾌락은 일부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편견 탓에, 아니면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해서 이해하는 것처럼 방탕한 쾌락이나 관능적인 쾌락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우리가 말하는 쾌락이란 신체에 고통이 없고 영혼에 문제가 없는 상태다. 즐거운 삶이란 끝없이 술 마시고 떠들며 노는 것도, 성을 탐닉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식탁에 온갖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먹는 것도 아니다. 즐거운 삶이란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무엇을 선택하든 회피하든 그 근거를 찾고, 영혼을 잠심하는 잘못된 믿음을 없애는 데서 얻을 수 있다.    p131

 

 

 

 

저녁이 찾아오면 나는 집으로 돌아와 서재로 간다.

서재 문 앞에서 흙과 땀이 묻은 작업복을 벗고

궁정에 들어갈 때 입는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렇게 엄숙한 옷차림으로 고대인들이 모여 있는 궁정에 들어서면,

그들은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그곳에서 나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며 내가 태어난 이유인 음식을 맛본다.

고대의 성현들에게 삶의 동기가 무엇이었냐고 물으면, 그들은 친절하게 답해준다.

이렇게 서재에서 네 시간쯤 보내다 보면 세상사를 잊고,

짜증나는 일들도 모두 잊는다. 가난도 더 이상 무섭지 않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리던 마음도 편안해진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프란체스코 베토리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1513년 12월 10일)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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