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 ㅣ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2년 6월
평점 :
오래전 강아지들을 키웠었다. 워낙 소심하고 겁이 많은 성격이라 골목에 조그만 강아지 한마리만 있어도 빙빙 돌아 집에가던 나였는데...
어느날 퇴근에 집에 들어가니 하얀 푸들 한마리가 벌벌 떨고 있었다. 이미 다 자란 성견이었던 강아지는 전 주인의 학대와 괴롭힘에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심한 강아지라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그때 처음 알았다. 우리 엄마가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걸... 아마 이미 다 커버린 아이들과 일에 바쁜 아빠때문에 딱히 정을 줄 곳도 없고 마음 한켜도 허전해서 강아지를 분양받아 오셨던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우리집에 온 첫 강아지는 '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곱슬곱슬 고운 털에 얼마나 울었는지 지워지지 않는 눈물자국이 있던 그아이덕분에 강아지에 대한 두려움을 나도 떨치게 되었다. 너무나 영리하고 판단도 잘하던 별이는 새로온 우리 집에서도 화장실에서만 볼일을 보는 너무나 착하고 순한 아기였다. 그런데 우리 아빠는 너무나 미워했었다. 실제로도 우리 몰래 다른집에 강아지를 가져다 주던일이 몇번 있더랬다... 그리고 집에 들어온 강아지는 햇님이.. 조그만 아가때 엄마가 분양받아온 햇님이는 요크셔테리어로 아기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고, 그래서 그런지 아빠도 정을 주면서 키웠다. 아마도 당신이 애견을 처분해도 끊임없이 집에 새로운 식구가 올 것 이라는 판단하게 포기하셨는지도 모르겠다. 별이도 그랬고 햇님이도 그랬고 식구중에 나를 제일 잘 따랐다. 다섯 식구가 모두 이뻐했는데 햇님이는 나를 엄마로 삼았고 나도 햇님이가 너무너무 좋았다. 나이차가 많이나는 사촌동생들이 갓난 아기였는데도 이뻤던 기억이 전혀 없을 정도다. 그때는 햇님이한테 푸~욱빠져있었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결혼을 해서 집을 떠나게 되었고 그리고 아기를 가지게 되었다. 자연스레 햇님이랑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았았고,그 즈음 언니와 동생도 해외로 서울로 공부와 일때문에 집을 떠나게 되었다. 햇님이가 한꺼번에 많은 가족들을 잃었던 느낌이었을 것 같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항상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그렇게 미안한 마음만 잔뜩 품고 있을때, 우리 큰 아이가 태어나고 돌쯤 되었을까? 햇님이가 하늘로 떠나버렸다. 엄마 마로는 아침에 일어나니 깨어나지 않더란다. 그래서 자세히보니 잠들어 있더란다 영원히... 그 미안함과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때 정말 영원히 사랑하고 아껴주겠노라고 다짐하고 약속했었는데... 나의 무관심때문에 떠나버린 것 같은 마음...
그렇게 나는 별이와 햇님이와의 추억을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2'를 보면서 다시 떠올렸다. 오래된 사진첩을 들추고 내가 아가들과 함께 했었던 그 수많은 시간들을 꺼내어보고, 느끼고 공감하고 그리워하면서..
작가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면서 있던 일상과 생각들을 웹툰으로 연재하고 있었다. 그때 그 시절을 몇번이고 추억하게 하는 반려동물들과의 많은 에피소드와 교감들.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공감할 수 없는 가슴찡함. 그녀의 가족 낭낙이는 너무나 사랑받고 있어서 부럽고 감사했다. 별이랑 햇님이랑 둘다 뜻하지 못 한 이별을 갑작스럽게 맞았던 나는, 한번도 헤어짐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었고 그래서 매일매일 오늘이 마지막인 것 처럼 마음을 듬뿍 주지 못 했던 것 같아서 너무나 미안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애견샵 앞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단 이야기를 할때마다 '다시는 키우지 않을거야'하는 마음을 먹게 된다. 온전히 그 아이들을 향해줄 수 없으니까. 나에겐 이제 두 아이가 있으니까. 그리고 이제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게 된다면 정말 제대로 사랑해줘야 한다는 것을 과거의 뼈아픈 기억때문에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2'를 접하고는 휴대폰에 어플을 깔고 웹툰을 챙겨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작가뿐 아니라 그녀의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관심있어할 것 같은 낭낙이의 건강한 생활.. 정말 그녀의 바램대로 20년은 거뜬 할 것 같은 낭낙이를 응원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반려동물을 통해서 느끼는 수 많은 감정들, 그들을 통해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정성껏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햇님아 너무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