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라 - 상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 이은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기전에 좋아하는 작가라던가, 스토리가 마음에 들던가 하는 등의 '꼭 읽고 싶은 나만의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표지 디자인인이나 제목을 보고 '읽고 싶은 책인가?'에 대한 결론을 잘 내리는 편이다. 낯선 사람끼리의 만남에서 첫 인상이라는 것이 인간관계의 시작에 상당부분을 좌우하는 것 처럼, 나에게 있어서 책의 첫 이미지는 함께 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조금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다. 그런면에서 '배를 타라'는 거의 점수를 얻지 못 하고 내 품에 들어왔다. 청춘소설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왠지 어울리지 않는 '배를 타라'는 제목에 자꾸 손이 가지 않았다. 그리하여 미루고 미뤄지다 시작한 독서를 책을 집어 들고도 한참을 헤메이게 했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단 한권의 다른 책도 몇주간 전혀 손에 대지 못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섯개의 별점을 주고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읽기의 속도가 내용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이상하게 속도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최근에 보았던 어느 책 보다도 내 가슴을 마구마구 휘저어 놓았던 책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별점을 가득 줄 수 밖에 없다.

 

 

 

누가봐도 대단해보이는 음악가 집안의 쓰시마. 이야기는 쓰시마가 고등학게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첼로를 전공하면서 생기는 일상을 그린다. 자신이 또래와는 무언가 차원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며 어려운 철학책 보는 것을 즐기던 쓰시마는,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음악을 이야기하고 정서와 감정을 나누는 진정한 우정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의 첫사랑 '미나미'를 만나게 되면서 행복하고 달콤한 일상들을 겪어 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뜻하지 않은 '미나미'와의 충격적인 이별을 겪으면서 쓰시마는 전혀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존경하던 선생님을 궁지에 몰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열정을 다하던 첼로도 포기하고 그렇게 성인이 되어버렸다.

 

 

 

고등학교 1학년 생의 사랑이라고 치기에도 너무나 풋풋했던 미나미를 향한 쓰시마의 마음. 눈이 부시도록 너무나도 아름답던 그녀와 해피앤딩을 맞이하지 못 한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되고, 쓰시마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 일을 계기로 그의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다. '배를 타라'는 이미 성인이 된 쓰시마가 과거의 자신의 일들을 후회하는 심정으로 써내려간 글이다. 그가 지금은 몇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찬란했던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고, 하나하나 잊지 못 하고 있음을 보니 그의 후회와 안타까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것 같았다. 오만함으로 가득했던 쓰시마가 조금은 성숙해지고 정서적인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들을 만났던 그 시절. 그들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연주를 하면서 희열과 행복을 느끼던 그 시절. 하지만 너무나도 소중했던 첫 사랑과의 안타까운 이별로 인해 모든것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쓰시마.

 

누구나 인생에 있어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하게 되고 또 '첫사랑의 열병' 또한 겪고 지나간다. 하지만 내 학창시절, 내 청춘에는 쓰시마의 그것처럼 가슴을 간지럽히고 내 인생에 대단한 영향을 줄 만한 사건이 없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절로 생겼다. 그때뿐.. 지나고 나면 겪을 수 없을 그런 일들이 내 인생에는 있지 않았다는 것이 왠지 심심한 생을 살아가는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들면서,  상처입은 마음으로 지금까지 괴로워하고 있는 쓰시마가 조금은 부럽기까지 했다.

 

'배를 타라'를 인상깊에 본 것은, 고1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해야만 해서, 하라고 하니까 선택한 길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연주를 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오케스트라 연습과 발표 연습을 하면서 느꼈을 그들의 고뇌와 쾌감같은 것은 일반적인 학생들이라면 그 시절에 겪기 힘든 그런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런 경험을 하고 있는 그들의 여건, 그들의 인생, 그들의 모든 것이 부럽고 대단해보였다.

 

이야기전반에 철학과 음악에 관한 내용이 너무 많아서 처음엔 이런 이유로 책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이런 쪽에 지식이 없는 내가 좀 바보스럽단 생각도 들곤 했는데, 음악을 알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책의 감동과 설레임, 재미를 느끼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던 것 같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니, 너무 멋진 인생, 멋진 청춘을 보낸 것 같아서 정말 부럽다!

 

 

 

"젊었을 때 가능한 한 많이 흡수하는 것이 좋다. 자신에게 어떤 음악이 맞는지 결정하려면어떤 음악이라도 해볼 수 밖에 없다. 포레와 바흐 정도라면 어느 쪽이라도 연주를 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앞으로 성장해서 <자신이 완성>되면 역시 취향이라든지 우수한 분야가 생기게 된다. 지금은 어떤 곡이라도열심히 연주해두는 게 좋아. 젊었을 떄는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지."         上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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