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의 함정
클라우스 베를레 지음, 박규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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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평소 무엇을 하던 스트레스를 좀 받는 성격이다. 친한 친구들도 그렇고 나 또한 내 자신을 '스스로 들볶는' 성격이라 종종 말한다. 일을 할때는 '너무 완벽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지금은 육아를 하는 입장이지만 나는 지금도 하루의 일과를 목록으로 작성하고 지워 나가면서 타임테이블에 맞춰 움직이는 사람이다. 몇시에는 아이들을 보내고 몇시부터는 청소를 하고, 저녁엔 무엇을 해먹어야하니 언제쯤 장을 보고 무엇무엇을 사야하는지... 이런 소리를 들은 이웃은 내게 '골치아픈 성격'이라는 농담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오랜생활 이렇게 살아온 나는 오히려 방심하고 보내는 것이 불안하고 일이 더 되지 않는다. 이런 나이기에 완벽주의에 어떤 함정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에서는 '완벽주의'란 우리사회의 새로운 신앙이라고 이야기한다. 인터넷을 통해 완벽한 삶에 더 가까워졌고, 이젠 완벽한 스펙을 가진 사람만이 취직을 하기 좋은 세상에, 아이들은 탄생에서부터 자라나는 과정까지 계획에 맞춰 움직이게 된다. 오히려 이런 생활에 동조하지 않으면 약간은 떨어지는 것 같은 분위기에 초조하기 일쑤다. 그런데 이런 삶은 살아가는 우리도 완벽한 스펙을 갖추었다고해서 모두 완벽하게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완벽한 스펙'이 보통의 수준으로 되어버리는, 개성이 전혀 없어지는 상황이 되기때문이다.

 

여유로워진 생활만큼이나 학업,일,가정,취미,레져.. 모든 분야에서 계획을 세우고 완벽을 추구하려는 사람들. 심지어는 식단까지도 완벽에 가깝도록 추구하려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 모든것을 완벽하게 틀에 맞춰 생활하게 되는 것이과연 행복일까? 사실 나는 지금도 내 나름의 규격과 틀에 맞춰 생활하고 있고, 두가지를 동시에 해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할 수 없는 성격때문에 골치아픈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이루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음에도 지금도 살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어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이 책을 만나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완벽하려는 것 자체가 남의 시선을 위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저 내 자신을 위한 내면의 행복을 위해서인지. 결국 완벽하려고 했던 회사생활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게 되었지만 그때 뿐이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고, 목록형으로 살지 않아도 보통의 가정일과 육아는 크게 문제없이 굴러간다는 점을 이웃들을 관찰하며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완벽하려는 경향을 쉽게 버릴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완벽주의의 뒷면에 숨어있는 함정은 이를 미끼로 떼돈을 벌고 있는 기업들이었다. 갑자기 빼빼로 데이가 생각이 났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 데이.... 원래 있지도 않는 그 수 많은 ~~~ 데이들은 사탕,과자 업체에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기업들은 이렇게 완벽주의 성향을 이용해서 떼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면서도, 어쨌거나 그 완벽이라는 것이 '성형' 만큼이나 나 자신만의 행복과 자신감을 위해서라면 나쁠 것도 없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계속 들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조금은 완벽이란 말에서 떨어져나와 여유있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학창시절 소위 노는아이라고 불리던 친구들이 사업에 성공하고, 대학을 나오지 않고서도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삶을 추구하고 심지어는 결혼까지 성공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그와 반대로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던 친구들은 결국엔 '셀러리맨'이 되어 있어 십수년이 넘는 시간동안 공부에 인생을 바친것 치고는 그만큰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다. 창의력을 강조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심지어 그 창의력을 위한 학원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하니, 어쨌거나 어떤면에서는 완벽에 대해 이득을 보는자와 피해자는 계속해서 탄생할 것이다. 과연 나는 앞으로도 그런 완벽주의의 노예가 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스스로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면 기꺼이 완벽해지고 싶다. 원형탈모가 생길정도로 스트레스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경쟁의 우위란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혼자 갖고 있을 때 성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교육열과 조기교육 열풍은 완벽주의 노력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그 문제란 바로 최적화가 경쟁적 군비 확장과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이다. 끊임없이 계속 늘려나가지 않으면 확보해놓은 우위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걸스데이’ 행사에서 나디네는 이런 말을 했다. “모두가 의자 위에 올라가 있으면 제 자신이 의자 위에 있다는 사실이 더 이상 두드러지지 않아요.” 이런 식으로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위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가치해진다. 이것은 최적화의 노력이 지닌 근본적인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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