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 카브레 - 자동인형을 깨워라!
브라이언 셀즈닉 글.그림, 이은정 옮김 / 뜰book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위고 카브레는 최근 개봉한 영화 '휴고'의 원작 소설이다. 소설?? 다 읽고 난 다음 책 정보를 찾아보니 장장 500페이지가 넘는 이책은 초등학생용 창작동화에 속하는구려, 아! 초등학생도 이런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거구나! 쉽게 읽히면서도 재미있지만 심오한 뜻을 가진 이런책 말이다!

 

책의 두께가 주는 위협감과 표지에 그려진 왠지모를 공포스러운 눈을 보고는 처음에 책을 들춰보기가 살짝 겁이 났는데, 왠걸.. 수 많은 부분이 그림으로 채워져 있어서 읽기에 거부감이 없었다. 심지어 성인이 제대로 읽어도 한시간도 걸리지 않는 분량이라는 말씀! 사실 우리아이가 보는 동화책 말고는 글밥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진 책은 본기억이 없다. 내가 '위고 카브레'를 전적으로 성인이 봐도 되는 소설로 구분했을때 말이다. 그래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ㅠㅠ

 

 

 

위고 카브레라는 아이는 아버지를 잃고 삼촌 빝에서 기차역 시계수리를 몰래해오고 있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유품과 비슷한 '자동인형'을 수리하려는 집념하게 장난감가게에서 도둑질도 하고, 몇달전 행적을 감춘 삼촌덕분에 먹을 것도 훔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오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장난감을 훔치다 가게주인 조르주 할아버지에게 들키게 되고, 위고가 애지중지하던 '자동인형'을 수리하기 위한 수첩마져 빼앗기게 된다. 이런일을 인연으로 조르주 할아버지의 손녀정도 되는 이사벨과 함께 비밀을 나누고 모험을 하는 친구사이가 되고, 자동인형에 얽힌 비밀과 조르주 할아버지의 실체에 대해서 파헤쳐가는 모험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수 많은 그림이었다. 저자인 브라이언 셀즈닉이 직접 글과 그림을 모두 완성했다고 하니, 약력이 책에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서 궁금증이 더해졌다. 아이들 책의 삽화를 그리는 미국 출신의 화가라는 정보를 인터넷 서점에서 접하고는 이해가 갔다. 칼데콧상등을 수상한 경력까지 있으니 대단한 실력을 가진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위고 카브레'를 보는순간 상이고 뭐고 이런 책을 만들 상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그림실력과는 별도로 대단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지닌, 작가로써도 완벽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더불어 내용과 함께 다음 그림이 궁금해서, 그리고 머릿속에 영화못지 않는 영상을 제공해주는 생생한 삽화들은 이 책의 가장 첫번째 매력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휴고'를 아직 보지 못 했는데, 이런 내용과 그림을 영상에서는 어떻게 담아내고 있을런지 매우 궁금해졌다. 그리고 삽화와 함께 실려있는 실사도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어라?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였던가?'

 

장난감가게 주인할아버지인 조르주 멜리에스는 실존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저자는 조르주 멜리에스의 이야기를 언젠가 한번 써보고 싶었고, 실제로 그가만든 자동인형이 박물관에서 화재로 소실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위고 카브레'의 줄거리가 생각났다고 한다. 실존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고 해도 전적으로 내용의 100%, 그리고 주인공 위고와 이사벨은 소설속의 인물이다.

 

어찌보면 '이게 뭐?'하는 식으로 그려질 수도 있는 줄거리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12살 위고와 이사벨이 찾고 있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꿈을 잃지 않는 사람, 꿈을 꾸는 사람, 희망을 품고 키워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젠 늙어버린 노인이 되어버렸지만 조르주 할아버지도 이들을 통해서 가슴깊이 살아있는 자신의 꿈을 다시 끄집어 낼 수 있었다.

 

 

 

"어떤 기계든지 만들어진 목적이 있다는 거 알아?" .. 중략 ...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야. 만일 네가 자신의 목적을 잃어버린다면... 너도 고장 난 기계나 다름없어. "      2부 p382

 

 

"난 시계를 고칠 일이 없어도 그냥 시내를 바라보려고 이따금 여기에 올라와. 난 세살을 거대한 하나의 기계로 상상하기를 좋아해. 너도 알겠지만 기계에 불필요한 부품이라는 건 없어. 기계에는 꼭 필요한 부품이 필요한 개수만큼 들어 있지. 세상이 거대한 기계라면 나도 어떤 이유가 있어서 여기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 말은 너 역시 여기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야."     2부 p386

 

 

"여기 모인 여러분을 보며 저는 실크 해트(남자가 쓰는 정장용 서양 모자)와 다이아몬드와 비단 드레스로 치장한 파리 시민들을 보고 있다고 말하지 않으렵니다. 은행가와 주부, 가게 점원을 보고 있다고 말하지 않으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오늘 밤, 본래의 여러분을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본래 마법사와 하녀, 여행가와 탐험가, 그리고 마술사였습니다. 여러분은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2부 p514

 

 

 

책을 덮으며 생각해본다. 과연 나에겐 열정을 다할만큼 이루고 싶던 꿈이 있었을까?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그저 내 내면의 기쁨을 위해서 도전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던가? 뒤돌아보니 지금까지도 그런 꿈을 갖지 못 했던 것 같다. 학창시절엔 공부하느라 사회에 나와서는 남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하고 살았기때문에 이제는 '진정 내가 원하는 꿈'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과연 존재했었는지 조차 의문이 든다. 나이를 먹어서도 나의 미래로 인해 종종 고민하고 싶은 생각에 빠지고 결국 답을 얻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아이가 몇년뒤 이 책을 접한다면 '나와같은 시행착오는 조금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내용, 교훈, 그림, 소재.. 모두 너무나도 매력적인 '위고 카브레'. 덕분에 영화 '휴고'와 '자동인형' 그리고 조르주 멜리에스 라는 인물이 더욱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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