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죽음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나에게 단한가지 독서 편식이 있다면 바로 추리나 스릴러를 읽지 않는 다는 사실. 예전에는 고전에 속하는 추리물들을 종종보곤 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굳어져가는 머리를 좀 회전시킬 요량이었다. 허나, 작가의 의도대로인지 내가 머리가 잘 안돌아가는 것인지 범인 맞추기에 성공한 기억은 없는 듯 --;;

겁이 과하게 많은 나라서 추리물은 그닥 땡기지가 않는다. 더군다나 요즘 나오는 책들은 묘사가 너무나 생생해서 보고 있지만 등골이 오싹하기도하고, 또 자주 등장한느 싸이코 기질이 다분한 범인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내 정신건강에 매우 해로울 것 같은 느낌이 너무나 들어서 읽지 않는다..

 

그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도 지인들의 수 많은 추천으로 몇권 접해보았지만, 책은 재미있고 좋은데 계속 찾게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여기.. 그런 편견을 깨준 작가가 있었으니 바로 '안드레아스 빙켈만'이다. 웅진의 서평단으로 활동할때 접했던 '사라진 소녀들'. 사실 평가단이 아니었다면 읽었을 법하지 않은 추리물이었지만 평가단이었기에 억지로라도 읽어야했던 그런 괴로움으로 시작했지만 '대단한 작가를 발견했다'는 행복으로 마무리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안드레아스 빙켈만!! 대단한 작가라는 사실을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소시오패스'. 25명중에 1명은 소시오패스라고 한다. 아, 이 무슨 끔찍한. 히틀러나 스탈린은 이런 소시오패스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하는데, 오늘의 주인공 또한 소시오패스다. 18세 소녀의 실종, 그 소녀를 추적하는 사립 탐정, 운동을 하고 돌아가던 중 납치된 여자, 그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 여경찰들, 그리고 범인의 아내... 수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엮여있는 이번작품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묘사때문에, 밤에만 책을 읽을 시간이 있는 나는 한참을 손에 쥐고 있더랬다. 더 읽고 싶어도 어디선가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때문에.. 아.. 나는 정녕 겁쟁이인 것인가!!! 싸이코패스의 결정체인 범인은 납치 한 여성들을 아주 천천히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 죽음의 과정을 마치 겪어보기라도 한 듯이, 아니라면 실험이라도 해본듯이 너무 자세하게 쓰고 있어서 내 피부가 다 따끔거리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ㅠㅠ

 

그런와중에도 이번 작품이 매력을 퐁퐁퐁 발산하는 것은 이런류의 책에서 보기 힘들게 피해 여성과 여경찰들이 용기있게 그려진다는 사실이다. 끔직한 위험을 겪고 있으면서도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범인을 잡기 위해서 끝까지 용기를 내는 미리암, 그리고 남편의 폭력과 무언의 협박에도 사건을 해결하는게 가장 큰 정보를 제공해주는 니콜라. 그녀들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목숨까지 내어가며 위험한 추적을 하는 여형사들.. 이번 작품에 나오는 여성들의 대부분이 강인한 인상과 용감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조금은 더 신선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지금까지 남편이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닥터 벡은 고개를 저었다. "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남편분은 또다시 그럴 겁니다. 한 번 손찌검을 한 사람은 다시 반복하게 돼요. 절대로 가만히 두시면 안 돼요! 저는 여기서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찾아오는 사람들을 너무나 자주 봅니다. 그런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사람들은 재차 병원에 찾아오죠. 그러기를 원하세요?"    p134 

 

"...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는 소시오패스들이 적어도 그들에게 부족한 점으로 인해 고통이라도 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사이코패스들은 동정심을 구걸함으로써 아주 구체적인 모표를 추구할 뿐이죠. 이들은 양심이 있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주 정확하게 꿰뚫고 있어요."     p218 

 

지난 2년간 가정폭력 사건 전담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남편한테 폭행을 당하는 여자들을 많이 봐왔다. 그중 몇 명은 니콜라처럼 수년에 걸쳐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존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겁에 질리고 주눅이 든 여자들로, 폭행을 가하던 남편이 갑자기 없어지면 더욱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지곤 했다. 여자들의 머릿속에서 남편이 아직 존재하는 이상 남자를 그냥 집에서 쫓아내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었다. 게다가 여자들의 머릿속에서 그런 남편의 모습을 지우는 것은 상당히 오래 걸렸고 경우에 따라서는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적지 않은 여성들이 다시 남편을 집 안으로 불러들이며 자신들의 운명에 순응했다.    p277-278

 

 

 

책을 보면서 내가 관심깊에 생각했던 부분은 바로 폭행당하는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지인중에 폭행까지는 아니지만 가정불화로 인해 괴로워하는 분이 몇분있다. 절친도 있고 아는 사이도 있고.. 그러데 그 굴레가 영원히 끝나지 않고 계속 반복되고 있는거다.. 그만큼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끌고 있으니 서로가 함께 하고 있는 시간동안 괴로울 수 밖에 없고, 또 그 괴로움때문에 자신의 시간과 인생을 조금씩 허비해가고 있는 모습을 볼때마다 안타깝다. 하지만 그사람들 주변에는 점점더 사람들이 떨어져나가고 있다. 만나면 안좋은 기운만 가득안기게 되니, 그것도 수년간 반복해서 말이다.. 그러니 일부러 연락을 받지 않거나, 피해는 경우를 자주 봤다. 폭행이라는 것도 마약과 비슷해서 반복이 심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가정에서 자란 자녀는 나중에 커서도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남자들은 실제로 자신이 폭행을 하는 경우도 많고..

 

범인의 아내 니콜라 또한 남편의 의심스러운 행동을 알고 있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더 캐지도 않았고, 피를 흘리는 상처를 받을 만큼 폭행 당하며서도 남편의 따뜻한 말한마디나 잠자리에 쉽게 사그라드는 그런 여성이었다. 결국 자신 이외의 피해자가 더 있다는 생각에 목숨을 건 결투를 해내는 용기를 발휘한다!  

 

나도 궁금한데 작가의 너무나도 구체적인 묘사 때문에 작가 자신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는 이야기를 언뜻 본 것이 생각났다. 정말 그런 질문 받고도 남을만한 실력이랄까! 난 이런 실력은 갖고 싶지 않다..--;; 전작에 비해서 이번작품은 뭐랄까,, 범인의 동기라던지 과거 배경들이 별로 나타나지 않은 점이 조금 아쉬웠다 살짝... 소시오패스들은 평소엔 너무나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다고 한다. 25명중에 1명.. 이 확율이 제발 거짓말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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