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홍 - 彩虹 : 무지개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미실'로 화제가 되었던 김별아 작가의 신간 소식이 들린다. 무언가 행복한 꿈을 꾸는 것 같은 여인의 모습이 담긴 표지 또한 눈에 띈다. 아직 그 유명한 '미실'을 읽지 않았던 나이지만, 일단 신간으로 김별아 작가를 처음 만나기로 했다. 그냥, 김별아 작가의 신간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구이부터 해놓고는 하나둘 올라오는 서평으로 '동성애'에 얽힌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썩 좋아하는 소재는 아니기에 주저하다 새해 첫 책으로 읽게 되었다.

 

 

세종의 며느리이자 문종의 두 번째 빈이었던 순빈 봉씨. 그녀는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이 태어난 여인이었다. 하지만 문종의 두 번째 빈으로 자리를 함과 동시에 평생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하루하루 깨달아 간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지 사내로 태어났지만 여인에게는 티끌만큼도 관심이 없는 문종. 후사를 보지 못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문종 또한 여인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그로 시작된 난생 처음 외로움을 알게 된 봉빈. 결국 그녀는 금기된 사랑을 시작하게 되고, 그렇게 사랑앞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만약, 동성애 스캔들을 다룬 책이라는 걸 알았다면 '미실'을 읽기도 전에 '채홍'을 보게 되었을까? 물론 동성애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일단 내 취향은 아니라는 점에서 궂이 찾아서 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새해 첫 책으로 여행서를 시작했는데, 3일 내내 몸이 좋지 않아 가볍게 읽으려도 '채홍'을 펼쳤더랬다. 하지만 읽는 내내 무언가 찜찜함과 싸워야했다.

 

책은 시작부터 봉빈의 죽음을 알리고, 그녀가 왜 죽음을 맞이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귀하게 태어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그녀가 결국 높은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비록 두번째 부인이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오지 않을 그자리에 앉은 봉빈은 문종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사랑과 관심에 목마르게 된다. 사실 사극이나 책을 보고 있자면, 그런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게 감사하단 생각이 든다. 여인이라는 이름 하나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도 없고 책을 마음대로 볼 수도 없고, 오로지 한 남자만 바라보고 결혼해서도 각방을 써야하는 그런 삶이라니. 부부간에 오순도순 나누는 정도 허락되지 않는 것일까? 사가에서도 그럴텐데 궁의 생활이란 일단 입궐하는 순간부터 임금의 그림자도 보지 못할 위치에 있는 궁녀라도 그 누구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일까? 오래전부터 궁녀들 사이의 동성스캔들은 상당 수 있었던 것 같다. 매일 보는 사람이 정해져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라는 생각마져 든다. 외로움에 점점 지치고 문종과의 골이 깊어지던 봉빈은 궁녀와 금기된 사랑을 시작하게 되고, 이미 단짝 궁녀와 연분을 키우고 있었기에 질투가 화를 부른 삼각관계는 죽음을 부르게 된다. 항상 당당했던 봉빈은 죽기전까지 '...그저 사랑하고 보니 사내가 아니었을 뿐...'이라며 자신의 사랑은 정당하고 죄가 없음을 이야기한다.

 

책은 봉빈만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내시 김태감의 이야기와 수 많은 궁녀들의 일상과 머릿속. 육체와 마음은 봉빈의 동성애를 이해하고 지지하면서도 현실에서는 그녀를 욕하고 벌해야하는 그들. 작가는 그런 그들의 느낌들을 낱낱이 표현해낸다. 마치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몸속에라도 들어갔다 나온 것 처럼 말이다. 여색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문종. 그런 그로인해서 벌써 두명의 여인이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되었고,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미임을 멀리하는 그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 또한 나름의 이유로 편히 쉴 곳을 찾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좋은 위치에 있고 없고는 행복의 기준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자신의 생활 하나하나를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문종과 봉빈, 궁녀.. 모두 너무나 딱한 삶을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 만큼이나 답답하게 모든건 왕을 기준으로 남자를 기준으로 살아갔던 곳이 또 있을까? 생각하니 다시한번 현기증이 난다.휴,

 

재미로 쉽게 읽고자 펼쳤던 소설이 생각보다 무거운 주제와 깊이때문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시대적인 묘사로 인해서 쉽게 읽지히 않는 문장도 좀 어려움이 있었지만, 봉빈의 뼈속깊은 외로움에는 동조하면서도 지혜롭지 못하다 판단되는 그녀의 행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불어 동성애를 키우게 된 것 또한 그녀는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육체적 탐욕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았다. 봉빈은 연정을 품었던 소쌍을 마음으로부터 흠모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 첫 시작부터가 육체적인 집착이었기에 공감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가 본 봉빈의 죽음은 소쌍을 그만큼 마음깊이 사모해서 목숨까지 버렸다고 생각되기 보단, 그녀의 뼛속깊은 외로움의 증거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행복해지고 싶었기에 불행한가 보다. 너무도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었기에 외로워졌나 보다.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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