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여행 - 네가 원한다면, 그곳이 어디든
박선아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이제 다섯밤만 지나고 나면 우리 큰 아이는 7살이 된다. 7살이라는 나이는 설레이면서도 두렵기도 한 그런 나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형님이 되어 초등학교에 갈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허락이 조금더 많아진다는 생각에 꿈에 부풀어 있다. 반면, 세상에 찌들대로 찌들어 좋은것 나쁜것 가리지 않고 모두 귀로 들어온 엄마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무서운 세상에 딸 아이를 자신있게 홀로 내보낼 수 있을지, 그리고 남들처럼 취학전 준비를 수 많은 사교육으로 해야하는지..

 

여기, 20년의 사회생활을 과감히 접은후 7살 딸아이의 손을 잡고 과감히 세계로 떠난 한 엄마가 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준비한 80일간의 여행. 물론 아무리 컸어도 아이와의 여행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녀의 용기에 절로 박수가 나온다. 또한 그런 장기여행을 허락하고 이해해준 그녀의 남편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낯설지 않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오소희 작가의 책을 통해서 자주 보아온 풍경이기 때문이다. 어쩜 그녀의 책은 단순히 여행서가 아니기때문에 더더욱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소희 작가와 아들 중빈의 여행기를 접한 이후로 이렇게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여행에 대한 에세이를 종종보게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내게 조금은 편견이 있다. 누구도 오소희 작가의 이야기처럼 와 닿지는 않을 것 같다는... 그리고 모두가 그녀를 따라하고 있는 것만 같다는 그런 느낌 말이다.

 

여행을 좋아하기에, 아직 가보지 못 한 곳이 더 많기에, 우리 아이가 이제 곧 7살이 되기에... 여러가지 면에서 호기심을 가득안고 책장을 펼쳤다. 혹자는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고되기만하고 남는 건 사진뿐이다, 어린아이가 무얼 기억하느냐 돈버리는 거다.. '하고 말을 한다. 책을 여니 첫머리부터 그녀 또한 그러한 걱정들을 수도 없이 들었다는 고백이 시작되었다. 단순히 즐기고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여행이라는 것은 그 어감만으로도 몸안에 휴식을 주는 것 같다. 언제고 일상에서도 격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 짧은 시간에 수 많은 상황을 겪고 지혜를 배우게 된다.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게 되고 내가 속하지 않은 다른 세계를 접하면서 그렇게 시야가 넓혀진다. 넓혀진 시야와 마음, 그리고 머리로 당분간은.. 아니 어쩌면 평생을 새로운 깨달음과 감정으로 살아갈 수 있다. 아마 그런게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많은 사람들이 귀찮음과 피로를 알면서도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건, 우리 시대에서는 겪어보지 않은 그런 문화를 통해서 내 아이가 조금더 일찍 새로운 세계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나라면 감히 감당해 냈을까? 싶은 공포스러운 상황들도 그녀에겐 이젠 추억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였기에 수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게 되고, 세계 곳곳에 눈물을 흘려야 이별이 가능할 만큼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항상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아이와 함께라서 또 다른 아이의 시선으로 모든걸 느끼고 배우게 된다. 그리하여, 그녀는 오히려 딸 아이에게 여행에 대해서, 여행의 방법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참 부럽다. 작가의 딸인 손양의 7살이. 내년에 7살인 우리 딸 아이의 손을 잡고 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이제 돌이지난 둘째를 봐줄 사람도없지만, 간이 콩알만큼 작은 엄마는 아직 혼자서도 여행을 해본적이 없다. 그럴 계획도 없고. 그런데 온전히 내 아이를 혼자 책임지며 여행을 떠난다니.. 꼭 해외가 아니어도 좋지만 왠지 아직은 자신이 없다.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내년쯤이면 조금은 수월해질 둘째를 생각하니, 올해는 특별한 것이 없었던 여름 휴가를 내년엔 제대로 보내겠구나.. 하는 생각에 소소한 계획들을 세워보았다. 더불어 곧 찾아올 신랑의 마흔번째 생일엔, 오랜만에 둘이 함께 하는 여행을 하겠다는 계획과 내 나이 마흔에는 친구들과 멀리 떠날 계획도 생각해봤다. 그러니 이리저리 자금을 미리 준비해두어야 할 것 같아 여행적금을 들기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고학년쯤 되면 방학때 한달을 온전히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는 계획도 오래전에 세워봤다.이처럼 내게 여행은 꼭 해외가 아니어도 좋다.  잠시 내가 속한 곳을 떠나 낯선 풍경에 서는 것. 모든걸 있던 그 자리에 두고 멀리서 그것들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또 새로운것에 적응해 나가는 그런 신선함. 그저 그것이면 충분할 것 같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오소희 작가의 에세이와는 같은 맥락이 아니기때문에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그녀의 것은 그녀대로 마음에 든다면, 이 책 또한 이것 그대로의 매력이 충분했으니까. 나는 아이와의 여행을 조금 더 미루어본다. 나와 아이가 함께 유창하게 외국어를 뽐낼 수 있는 그런 날에, 그리고 엄마와 딸이아니 같은 여자로써 친구같은 여행을 할 수 있는 그런 날로. 아마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이와 함께 무거운 트렁크를 끌고 힘겹게 낯선곳에 서야했던 그녀의 이야기가 이젠 추억이 되어 이렇게 글로 사진으로 남겨져 수 많은 엄마들 가슴에 불을 지피게 된 것에 더욱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그리고 취학전 너나할 것 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어려운 결심을 한 것에 대해서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보낸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7살이 되는 딸 아이를 내년에는 실컷 놀게 해주고 함께 놀아주기로 결심을 했던 터기에, 수 많은 엄마들이 조금은 아이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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