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길, 바라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4
정수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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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9 39'를 통해 만나게 되었던 정수현 작가. 그녀의 다른 작품들은 접한적이 없기에, 오로지 그녀가 써내려간 장편을 읽은게 이번이 처음이다. 멋스러운 표지와 미모의 작가 사진, 그리고 자극적인 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아줌마일 지언정 로설,칙릿을 내 삶의 쉼표로 삼고 있는 나이기에 더더욱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했었다. 더불어 '로맨틱 미스터리'라니!! 궁금증이 한가득!

 

 

모든 것이 보잘것 없는 배우 지망생 윤재희. 그녀는 끝없는 좌절에 죽음을 고민하고 있을 지경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동네 꼬마를 지키려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뇌사 상태에 빠진다. 그런 그녀가 입원한 병원에 우연히 나타난 여변호사 이민아. 그녀는 재희와는 반대로 모든 것을 가졌고 또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뇌사 상태에 빠진 재희의 영혼이 잠쉬 쉬어가려고 민아의 육체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녀는 눈에 보이는 외모만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과거의 일로 누군가에 대한 복수를 꿈꾸고 있었던 민아... 민아의 몸 속으로 들어간 잠깐의 시간동안 '가진 것'에 대한 '특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재희는 결국 그녀안에 갖히게 되고, 그녀들은 서로의 존재를 어렵게 인정하면서도 지혜롭게 시간을 나눠쓰게 된다. 하지만 재희가 민아의 오랜친구 건우를 사랑하게 되면서 더욱 그녀의 완벽한 조건과 육체를 탐하게 되는데....

 

 

기욤 뮈소, 더글라스 케네디를 연상시키는 스펙터클한 전개, 생생한 영상미

 

기욤 뮈소,,, 음음.. 그의 작품을 읽었지만 정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법한 스토리에 무궁무진한 상상력, 그리고 흡입력까지 두루두루 갖춘 작가이다. 책을 읽기전에 위의 멘트를 봤다면 어쩜 더 기대를 많이 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금은 기욤 뮈소의 작품을 더이상은 보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기욤 뮈소는 작품은 계속 탄생하는데 어째 뼈대는 똑같고 계절별로 옷만 갈아입은 것 같은 느낌이 너무 있어서 잠시 그의 작품은 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어쨌든 책을 읽는 내내 기욤 뮈소를 연상시키는... 그런 공감대는 전혀 형성되지 못 했다는 사실, 제목이 굉장히 자극적이기 때문인지 빙의 된 재희가 살기를 띄고 민아의 육체를 탐하는 정도의 강도는 나올 것이라 생각했건만, 전혀 그렇지 못 했다. 더불어 민아의 집안에 얽힌 이야기와 그녀의 복수에 관한 이야기는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지루하다고 해야할까?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이지만, 약간 진부한 스토리인데다 민아의 아버지에 얽힌 이야기는 내겐 전혀 반전이 되지 못 했다. 그냥 척... 하고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끼워맞춘듯 생각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재희와 민아가 번갈아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면서 서로를 없애고 지금의 자신을 차지하고자 하는 싸움을 벌였다면 더욱 흥미진진한 전개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짧게 해본다. 즉, 인간 내면에 있는 욕망들을 끄집어 내어 그런 부분에서는 상당히 공감이 갔지만 생각보다 그 수위가 약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내가 재희라면 어떻게 해서든 민아를 타나나지 못 하게 하고 그녀의 삶과 그녀의 남자를 가로챘을 것 같다. 한번살고 가는 인생, 불공평하게 누구는 모든 것을 누리고 누구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조차 없는 그 삶이 원망스럽고 신이 원망스러웠을테니.

 

「 재밌게 읽고 나서 ‘남는 게 없다’는 이유로 칙릿의 가벼움을 비판하는 이들이 있지만, 전 즐거움 자체도 성과물이라고 봅니다.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진지한 작품이 있다면, 즐거움을 주는 칙릿이란 장르도 필요해요. 한국에도 칙릿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

 

예스24에서 책 정보를 보고 있자니 그녀가 남긴 한 마디가 눈에 띈다. 나 또한 로설과 칙릿을 매우 사랑하고, 그런류의 책들을 보고 있을때 느끼는 대리만족이나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들에 굉장히 재미를 느끼고 매력을 느끼는 한 사람이다. 그녀가 말하는 '재밌게 읽고 나서 남는게 없다'라는 내용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예 그런류의 책을 보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나 또한 '그녀가 죽길 바라다'를 그런 관점에서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세련된 표지와 자극적인 제목, 그리고 영화 한 편을 보고 있는 듯 했던 북트레일러까지.. 굉장히 기대를 갖고 책을 접했는데 그래서 그랬었는지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마케팅이 잘 된 그런 책이라고 해야할까?

 

다만, 그녀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사실에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발전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후 작품에서는  자연스레 '기욤 뮈소'를 떠올릴 수 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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