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향기
장 크리스토프 뤼팽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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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향기'라는 제목을 보고 있지나 뜬금없이 좀 성인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아놔.. 내 뇌구조가 이상허다구.

요즘 만나는 작가들은 프로필을 보고있자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오는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처음 만나는 '장 크리스토프 뤼팽' 또한 만만치 않은 이력을 가진 사람이다. 의사이며 국제 기아퇴치기구 명예의장에 세계 각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벌인.. '국경없는 의사회'의 부회장을 역임한 사람.

대단한 이력속에서도 더욱 빛이 나는건 그런 활동을 하면서 출간한 여러 책들이 수상을 하면서 작가로써도 대단히 인정받은 사람이라는 것. 신은 공평하시다던데, 우째 이렇게 많은 능력을 주셨을까? 그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 활동들을 하니 더욱 도와주시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환경 스릴러'라고 불리는 아담의 향기는 60억이 넘는 인구를 줄이기 위한 음모를 꾸미는 한 단체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 배운 것도 많고 머리도 좋아서 그런지 아주 독특한 뇌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자연을 해치고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전제하에 그 인구를 대폭으로 줄이자는 계획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들의 계획을 전혀 모르는 쥘리에트를 이용해 '콜레라'균을 입수하고 빈민가에 퍼트려 가난한 자들의 목숨을 거두기로 결정한다. 그들의 뒤를 CIA 출신 의사 폴과 케리가 추척하면서, 단순히 동물 해방을 위한 환경단체의 반란이라고 여겨졌던 일들이 지구를 파멸시키는 어마어마한 계획이라는 것을 밝혀진다. 

 

책 속에 등장하는 쥘리에트를 보고 있자니 '스티그 라르손'의 작품 '밀레니엄'시리즈의 주인공인 '리스베트'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쥘리에트의 외로움과 고독,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일들이 아마도 '리스베트'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 더불어 자신이 어떤일에 가담했는지 조차 모르고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겁도 없이 그 상황들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리스베트의 헤어진 여동생이 아닐까?하는 상상까지 해보게 된다. 의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폴은 과거의 연인이자 지금은 유부녀가 된 케리를 팀원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조금은 녹슬었지만 여전히 실력이 보장되는 환상의 콤비로 아무것도 없던, 쉬워보이는 사건의 진실을 캐내게 된다. 이미 책의 첫 머리에 쥘리에트가 범인이며 어떤 범행을 저릴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대단한 스릴이 있거나, 반전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쥘리에트와 폴, 케리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알아가는 과정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요즘들어 환경을 주제로한 책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상상하기 싫은 자연재해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면서부터일까?  '막심샤탕'의 '다른세상'시리즈 또한 인간에게 피해를 당한 지구가 인간들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낸다는 내용이었는데, 자기계발서 중에 '종말에서 살아 남는 법'뭐, 이런 주제의 책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소설 중에서도 비현실적인 내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었던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자연을 보호하고 가꾸고 조심해야하는 방법이 아닌, 이미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수치를 넘겨버린 인구를 한꺼번에 줄이자는 계획이라니.. 그것도 그들은 빈곤국가 빈곤층을 한번에 줄이는 계획을 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그들이 더욱 비위생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인구도 그들때문에 더욱 증가한다는 그런 생각에서. 너무 똑똑하면 미친다고 하더니 아마 그들이 딱 그런 케이스인가보다.  그런데 허무맹랑해 보이는 그들의 생각을 듣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다. 통계상으로는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빈곤층과 빈곤국가에서 인구 증가율이 확실히 높다는 것 쯤은 나도 알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면 입이라도 줄여야한다는 생각이지만, 아마도 그들은 자식을 낳아 일손을 더 보탤 수 있으니까, 아니라면 가족계획을 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사치이거나 또는 가진게 없으니 자식이라도 있으면 든든하고 마음이라도 부자가 될 것 같아서 아마도 별다른 제한을 하지 않고 사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그렇다고 없는 것도 서러운에 무차별적으로 자신들의 목숨마저 잃어야하다니. 그게바로 가진자들의 특권이란 말일까? 만약 '아담의 향기'를 그런 극빈층에서 읽어내려간다면 상당한 화제가 될 것이다.

 

 

 

" 틀림없이 마주쳤지만 인디언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거야. 인디언들은 자기들이 사는 땅에서 주인 행세를 하지 않아.그들은 땅에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지. 땅은 그들을 너그럽게 봐주고, 그들은 땅을 존중하지. 제 것으로 삼겠다고 땅을 마치 죽은 살코기처럼 조각조각 나누는 욕심 따위는 결코 부리지 않아.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니까. 인디언들과 함께하면 만물의 균형을 배우게 되지."   p 236

 

" 자연은 사는 것뿐만 아니라 죽는 것도 중요하지.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라서 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해야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거니까. 자연을 보호한다는 것은 뭘 죽여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 거야."  p240

 

 

쥘리에트는 이렇게 말하는 테드 헤로우의 이야기에 감탄하고 자기도 모르는 큰 사건에 말려들게 된다. 그리고 조금은 그를 사랑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결말에 가까이 가면 나타나지만 이렇게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 가진 이상은 그릇된 것이었고, 그는 자연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괴로운 과거 때문에 인간과 가난을 증오해서 이런 일에 가담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아내게 된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무시무시한 사건이라는 것을 알아 냈을땐 과감하게 폴을 찾아가 도움을 구하고 사건을 처리할 수 있또록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다시 헤로우에게 돌아간다.

 

 

" ...생략... 오히려 치명적인 위험은 가난한 나라들입니다. 가난한 나라들은 전통적 에너지나 미개한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유독가스를 방출하는 주범이라고 할 수 있죠. 엄청난 인구 증가와 미개한 경작 방식으로 지구상의 마지막 보존 지역들을 개간하고 있고요. 야생동물을 살육하고, 강을 죽이고, 보호 동물을 암거래하고, 귀한 나무를 베어 넘어뜨리고, 수십만 킬로미터의 해안을 오염시키고, 해마다 낡은 디젤 자동차들이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으니까요."

p360-361

 

젊은 시절의 이상을 실현시키고 싶은 욕말을 품는 것이 노인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되는지 당신은 모를 거요. 우리는 그 방법을 논의했고, 방대한 계획이지만 우리의 능력 범위 안에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물론 해결해야 할 어려움은 있었고. 지금은 우리 모두 프릿츠 교수의 세미나에 참석했던 가난한 학생들이 아니라 잃을 것이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따라서 우리의 계획은 반드시 비밀리에 진행해야 했지요. 우리 중 누구도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되니까. p466

 

로굴스키는 콜레라가 창궐해서 7번째 대유행이 시작되면 20억이 감염되어 그중 50퍼센트는 죽을 거라고 예상했지요. 그 20억은 30년 동안 지구상에 태어난 인간들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 1967년에 존재하지 않았던 인간들이기 때문에 그때 우리가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과오를 뒤늦게 바로잡는 것이 되지요.  p469

 

 

폴과 케리는 그들이 쫓는 범인이 프릿츠 교수의 30년전 제자들임을 알게되고 그들이 인구를 감소시킬 계획을 왜 가지게 되었는지 밝혀내는데, 너무 맹신해서 그렇지 그들의 말 또한 설득력이 있어보이긴한다. 그래도 인간일 뿐인데, 자신들의 야망을 위해서 대규모 살생을 저지른다는 것은 신이 아닌이상 당연히 있어서는 안될일. 결국 그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거대한 계획을 했던 이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오랜 공백기간끝에 폴과 케리가 업무를 한다고 해도 허술한 전략이나 실수를 보이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는 것. 사실 일반인인 나라고 해도 그렇게 준비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지? 싸움이 안될뿐이지.. 그와중에 폴과 케리의 야릇한 관계와 특별한 사랑, 쥘리에트와 해로우의 사랑일지 의무일지 낚시질일지.. 하는 그런것들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더욱 흥미로웠던 것 같다. 더불어 작가의 직업인 '의사'와 봉사활동을 통해 쌓아온 여러가지 현장 경험들이 글 속에 녹아있어 더욱 생생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부디... 이렇게 환경과 관련된 무서운(?) 일들이 상상에서 그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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