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죽었다
론 커리 주니어 지음, 이근애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론 커리 Jr. 전업 작가가 되기전 여러 음식점에서 요리사로 일했다던 그의 첫 소설. 그렇다면 그는 손으로 하는 모든것에 재능이 있는 것일까?

제목만 보더라도 조금은 자극적인, 나와 같지 않은 종교에 심취에 있거나 절실하게 믿는 그들이 본다면 아마도 '금서'가 될 것 같은 이 책은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말 그대로 그의 첫 소설은 '신의 죽음'이후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신은 실제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가? 신을 믿지 않았던 나였지만 지금 글을 쓰려고 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중에 하나인데, 그의 책을 읽고 있으니 단순히 활자들만 보자면 재미로 볼 수 있는 문제가 누군가에겐 머리아픈 문제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수단의 딩카족 여인의 몸으로 땅에 내려왔던 신은 그렇게 인간의 몸으로 한없이 나약하게 운명을 져버리고 만다. 물론 이런 내용의 첫 이야기를 보면서는 신이 한없이 능력이 대단할 진데 왜 여인의 몸으로 땅에 내려와 온갖 고난을 겪다가 원하는 일 하나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 하고 그렇게 목숨을 잃었어야했는가...하는 물음부터 생긴다. 그냥, 인간의 몸으로 왔으니 영적인 능력은 사라져 버렸을 것이란 갈끔한 마무리를 혼자서 해보며 글을 계속 읽어 나간다.

그런데 여인의 몸으로 내려온 신의 감정과 몸짓 하나하나는 이상하리만치... 눈에 눈물이 고이게 만들었다. 그 어깨제 지어진 짐이 마치 내게도 느껴지는 듯.....

 

 

난민촌 사람들은 이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음을 깨닫고, 다시 한 번 백 가지 다른 지방의 언어로 신을 부르짖었다. 신은 울고 웃었다. 그에겐 수많은 이름이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에도 대답하지 못 했다.. <중략>.. 땅이 요동쳤다. 신은 두 눈을 감고, 자신이 기도를 올릴 누군가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p48

 

 

책을 읽으면서도 신의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한 여러 단편들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 한채, 앞 이야기와 계속해서 연결지어 생각만했다. 그래서 그런지 각 장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달라지고 이야기가 달라지고 하다보니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읽기가 수월하지 않기도 했다. 인간들은 신이 죽음을 맞이하자 자신의 아이를 신처럼 대하는 엉뚱한 현상이 일기도 한다. 어이없는 이런 상황이 더욱 어이없는 것은 '가능할 것 같은'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자녀를 두고 있는 내가 읽으면서도 '어쩌면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섬뜩하기까지 하다. 잘못 된 방향,사랑,믿음,행동.. 그로인한 사회적 혼란..

 

 

 

얼마 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점차 우리는 여전히 아침엔 해가 떠오르고 밤에는 해가 저물며, 밀물과 썰물이 주기에 맞춰 반복되고, 우리와 우리가 알고 지낸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 숨 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텔레비전 뉴스 앵커와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수많은 이론을 제시했는데, 일반 사람들 대부분이 이해한 요지는 이랬다. '신은 우주를 창조하고 우주가 잘 돌아가도록 관리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주는 계속해서 덜컹거리며 돌아갈 것이다.'  p 115

 

"신이 죽어서 가장 힘든 게 이런 부분인 것 같아." 셀리아가 말한다. " 있잖아, 전에는 나쁜 일이 생기면 항상 하늘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숨 죽여가며 욕지거리를 퍼부었잖아. 신이 나를 이런 빌어먹을 상황에 처하게 했으니 내겐 화를 낼 권리가 있고, 신도 이 상황을 이해할 거라고 확신하면서. 지금은 상황이 더럽게 나빠져도 책임을 물을 상대가 없어."   p143

 

 

작가는 마치 이런 일이 실제로도 있었던 것 마냥, 여러가지 상황들을 이야기한다. 신의 사체를 먹고 겁나게 영특해진 들개무리. 그들개의 이야기를 듣고 신의 사체를 찾아 한입에 먹어버리는 무바락. 사실 내 기억에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던 부분이 바로 들개와의 인터뷰였다. 인터뷰 형식의 글도 특이했지만, 사체를 먹은 들개가 그의 영적인 힘을 얻어 인간의 말을 하고 감정을 느끼고 온갖 신기한 능력을 갖게 된다는,, 그리하여 신이 고민했던 그런 감정까지도 느끼게 되는 들개라니.. 그러니 그 들개의 이야기를 들은 한 인간은 당연히 자신도 신의 힘을 가질 수 있을거라는 기대하게 그의 사체를 먹는 어마어마한 일을 벌이지 않겠는가? 사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마 신의 사체는 뼈마져도 없어졌을 것이다.

 

'신의 죽음'이라는 어마어마한 사건 이후에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여러 모습. 그리고 오히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더욱 특별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 그로인해 더이상 의지할 곳이 없어지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사건과 사고들... 요리하면서 어째 이런 상상력을 동원했는지, 작가의 상상력도 대단하고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단순히 재미로 썼다는 그의 글을 읽고도 분명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겠지? 다만 종교적으로 '금서'가 되지 않고 읽는 재미를 느끼는 독자로써 이 책을 접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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