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6일 - 유괴, 감금, 노예생활 그리고 8년 만에 되찾은 자유
나타샤 캄푸쉬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1998년 3월 2일. 독일 오스트리아에서 10살 소녀가 납치된다. 바로 '나타샤 캄푸쉬'.

그녀가 언론에 밝혀지고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이유는 8년간 납치생활에서 극적으로 탈출을 했고, 너무나 영리하게 오랜 납치와 감금생활을 버텨냈기 때문이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삶. 그런 삶을 살아온 주인공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3096일'의 납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요즘 '도가니'가 영화화 되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있고,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말도 안되는 범죄들을 생각하면 세상이 참 팍팍하고,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어른으로써 부모로써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지난달 '3096일'이라는 책 소개를 신문기사에서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10살 소녀의 8년간 감금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당사자가 직접 썼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정신적으로도 충격이 크기 때문에, 사건에 대해 말하거나 노출되기를 꺼려할텐데, 자신의 손으로 '에세이'를 출간하다니... 내가 읽었던 기사에서는 자신의 비극적인 과거를 상업화 할 수 있는 그녀의 재주와 능력에 대해서 감탄을 하고 있었다.

 

나타샤 캄푸쉬. 어릴적 불안전한 가정에서 자란 소녀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었다. 부모의 이혼과 자녀에 대한 양육방식..  엄마에게 수시로 따귀를 맞고 생활하는 그녀는 진정한 부모의 사랑이 그리웠던지 소변실수를 밤낮으로 하는 퇴행을 맞게 된다. 이쯤되면 10살소녀가 될때까지 얼마나 정신적으로도 스스로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웠을지 짐작이 간다. 반면, 혼자 학교를 가는 날이 없을 정도로 엄마는 그녀를 과보호 하기도 한다. 그런 안정적이지 못 한 환경속에서 살던 그녀는 엄마와 다투고 화해도 하지 않고 혼자 등교하던 98년 3월 2일... 평범해 보이는 한 남자에 의해 납치되고 만다. 수 많은 사람들의 증언으로 범인의 집앞까지 경찰이 찾아오지만 더이상의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그녀의 사건은 해결도 되지 않은 채 오리무중에 빠지고 만다.

 

범인은 돈을 원하지도, 그녀의 목숨을 원하지고, 그렇다고 그녀를 성적대상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10살 소녀를 납치한 그는 그녀를 위해 동화를 준비하고 먹을 것과 책과 TV를 준비하는 등 그녀가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돌봐준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자신을 '주인님'으로 부르라고 하기도 하고 폭행을 일삼기 시작한다. 폭행을 가한 뒤에는 먹을 것을 주면서 미안해하는 그는 누가봐도 정신적으로 큰 이상이 있는 남자다. 지하 5평방 미터안에서 살던 그녀는 수개월 후에 지상의 그의 집으로 발을 내딛게 되고 그에게 주말이면 찾아오는 엄마가 있다는 것과, 결벽증에 가깝도록 청소와 정리에대해 집착하는 환자임을 알게 된다.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손등을 벽에 비벼 상처를 내는 것은 기본이고, 그녀에게서 음식과 문화를 빼앗는 등의 벌로 그녀를 조정하려고 한다. 나타샤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오는지 납치된 직후부터 범인에게 적응하면서도 그를 조정하려고 노력한다. 살아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8년간의 긴 세월을 버텨냈다. 시간이 흐른뒤에 나타샤는 범인과 외출할 정도가 되지만 그에게서 탈출할 용기를 내지 못 한다. 그런 그녀가 18살이면 스스로 독립적인 인간. 성인이 되겠다고 평생 다짐했었는데 그녀의 18살에 운명의 그날이 다가오게 된 것이다.

 

자신의 밝히기 힘든 과거를 에세이로 펴낸 그녀가 참 대단하고 대담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글을 읽다보니 그녀가 아니면 8년의 생활을 버틸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스러운 상황에서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10살 소녀. 더불어 범인에게 적응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조차 하기 싫어진다. 그녀는 글에서도 어떤 공포도 감정의 치우침도 없이 담담사게 써내려갔음이 느껴지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비난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놈의 언론들, 말들.. 과연 우리중에 누가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 그녀가 범인과 8년을 보내면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당사자의 입장과는 다르게 여러곳에서 수근대는 소리가 싫어 그녀는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감금생활동안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도 그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그녀의 가혹한 생활동안 범인에게 받았던 폭행과 학대는 정말 끔찍했지만, 가장 끔찍했던 것은 극적으로 탈출한 그녀가 이웃들에게 도움을 요청할때 그녀를 문안에 조차 들여주지 않고 '하필이면 왜 나를 찾아왔냐'는 식으로 대응했던 사람들... 그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끔찍했다. 우리가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니.. 남다른 정신력과 사고를 가지고 힘든 시기를 보낸 그녀가 정말 대단하다. 범인에게서 그리고 사회로 돌아와 많은 사람들에게서 받았을 끔찍한 상처가 쉽게 치유되진 않겠지만, 그녀가 사회적인 편견을 없애고 정상적인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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