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 탈출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혹성 탈출'은 영화를 통해서 알고 있는데, 그 영화를 본적은 없지만 고릴라들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내용이라고 기억이 된다. 물론 그런 기억때문에 내가 더더욱 그 영화를 볼 일은 없었다.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SF,추리 소설들은 별로 안좋아하는 나이기에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존재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이번에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이 개봉하면서 책도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는 걸보니 상당히 재미있는 모양이다.

 

표지에서도 보이듯 고릴라가 어딘가를 째려보고 있다.. 아,, 그래서일까? 책이 계속 손에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서 손에서 떼어놓지 않고 책을 읽었다는 사실... 아! 이래서 영화가 또 나오는구나!!! 검색을 해보니 1968년작 영화가 있는 걸 보면 007시리즈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영원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를 떠돌던 편지 한통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유인원은 고등 동물이 되고 인간이 하등동물이 되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그 날을 이야기한다. 인간들이 실험에 이용하는 동물중 가장 흔한 것이 유인원인데, 그들은 그런 실험을 통해서 점점 진화하기 시작하고 인간들은 귀차니즘에 빠져 그들에게 모든것들을 내어주기 시작한다.  서기 2500년 지구로부터 약 300광년 떨어진 초거성 베텔게우스를 탐험하게 된 기자 윌리스 메루. 그가 남긴 이 편지에는 믿을 수 없는 진실들이 담겨있다. 탐험대가 발견한 '소로르'행성. 그곳엔 인간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왜인지 동물의 느낌을 많이 준다. 점점 더 드러나는 소로르의 모습. 그곳은 바로 유인원이 지배하는 곳으로 유인원은 고등동물이 되어있고 인간들은 언어조차 존재하지 않는 하등동물이 되어있다. 탐험대 또한 유인원들의 포로가 되어 잡혀하게 되고, 윌리스는 일행중 유일하게 그들과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그렇게 자신이 고등 동물임을 증명하는 윌리스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일단, 기대도 하지 않았고 손에 잡기조차 어려웠던 이 책은 흡입력이 대단했다. 그리고 평소 내가 즐겨하지 않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무한 상상력에 저절로 혀를 차면서 한장 한장을 읽게 되었다. 고릴라들이 화면에서 잔뜩 보이는게 싫어서 영화를 접하지 않았던 것이 무지막지하게 후회되면서, 책을 읽고나서는 개봉중인 혹성 탈출을 꼭 보겠노라고 다짐했고 결국 그렇게 했다. 마치 책이 씌여진 그 날이 서기 2500년인듯 섬세하고 세밀하게 씌여있는 글들을 보면서 작가가 천재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데!! 이 작품이 1963년 작품이라니! 요즘 사람도 상상해내기 힘들지경으로 무한 상상력에 쏙 빠져본다. 더불어 우리가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그들이 더욱 진화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소름이 돋기까지 한다.

 

그들의 생명을 쥐락펴락하는 인간들. 하지만 고등동물이 된 그들 또한 인간을 대상으로 같은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조직을 구성하고 정치를 시작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게 되고, 또 그들이 실험하는 인간들은 점점 더 진화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는 윌리스 메루. 그의 용기가 매우 가상하면서도 그가 탈출을 통해 돌아온 지구에서 그를 반겨주고 있는 존재들을 상상하니 '헉!'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나는 지금까지 관찰한 모든 것―대체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억된―을 떠올렸다. 이 고릴라들과 침팬지들은 전혀 우스꽝스럽지 않았다. 나는 이미 유인원들이 변장한 동물, 혹은 서커스를 위해 재주를 부리도록 훈련받은 원숭이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고릴라가 머리에 쓴 모자가 지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웃음을 자아내는 볼거리겠지만 나에게는 고통의 원인이었다. 이곳에서 유인원들은 전혀 우습지 않았다. 모자와 머리는 조화를 이루었고, 유인원들의 모든 몸짓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암컷 고릴라는 귀부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어느 사냥꾼 고릴라는 호주머니에서 파이프를 꺼내 꼼꼼하게 담배를 채운 후 불을 붙였다. 그 행동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웠다.---p.70

 

"젠가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날이 올 거야.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인간의 뒤를 계승한 것은 우연의 결과가 아니야. 이 사건은 진화 계통수에 기록되어 있지. 이성을 지닌 인간이 임기를 끝내자 우수한 유인원이 인간을 계승했고, 비록 침체기이긴 하지만 지금은 인간이 일으킨 문명을 보존하며 그 결과들을 제 것으로 만들고 있어. 그리고 이제 곧 새로운 미래를 위해 도약할 거야." --- p202

 

 

 

책을 덮고 부랴부랴 개봉중인 '혹성 탈출'을 봤다. 원작의 내용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정말 궁금해서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 정도로 책을 너무 재미있게 봤던 것이다!! 물론 영화는 책과는 사뭇다른 이야기, 더불어 '진화의 시작'이라는 부제와 걸맞게 흥미진진한 내용은 뒤로하고 유인원의 시초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무진장 지루하고 하품이 나오더라는.. 물론 영화자체만의 평점이 좋긴하던데, 책을 기대하고 보았던 나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지라 과거의 혹성 탈출 시리즈를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정말 이정도의 이야기라면 '해리 포터'를 능가하는 시리즈물이 탄생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한권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엄청나게 아쉽다. 기대를 하지 않았었기에 더욱 좋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피에르 불의 상상력을 뒤흔드는 작품은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 처럼 이런류의 책에는 전혀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무엇을 생각하든 상상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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