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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트 피크닉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영화로 탄생했던 원작 소설 '나의 블랙 미니드레스'의 작가 김민서. 난 그녀의 책을 처음 접한다. 1985년의 젊은 그녀는 모습도 어리고 여려보이지만, 상당한 미모를 지닌 것 같다. 순간 그간 많은 책들을 펼채내고 자신의 자리를 굳힌 그녀가 정말 젊은 작가라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에어포트 피크닉은 2010년 발생한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인해 인천공항에 발이 묶여버린 영행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각기 다른 이유에서 한국에 머물렀던 그들은, 같은 이유로 '공항 노숙자'신세가 되어간다. 하루이틀을 보낼 사이가 아니었기에 처음엔 서로에 대해서 경계를하고 자신을 숨기던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출세한 영화감독, 과거의 영광만 생각하든 전쟁 영웅, 미래를 고민하는 십대.. 그렇게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던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인천 공항에서 울고 웃고 친구가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공항.. 내가 사는 지역에서 인천공항까지는 약 3시간거리다. 아마도 <공항>이라는 단어만으로 여행을 떠나본 사람이든, 아직 떠나지 못 한 사람이든 가슴속에 무언가 두근거리는 것을 품게 될 것이다. 나 또한 해외여행을 생각하면 마음부터 들뜨니까. 안그래도 여행에 목말라있던 내게 '에어포트 피크닉'이란 제목자체가 너무 인상깊에 받아들여졌다. 공항으로 소풍을 떠나는건 어떤 기분일까? 2년전 여름휴가로 4살 아이와 함께 괌에 다녀오고, 둘째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일로 해외는 당분간 나가지 못 할 상황.. 사실 해외를 떠나서 9개월된 둘째까지 데리고 국내를 여행하는 일도 쉽지 않다. 기회가 되어서 인지 1-2년에 한번씩은 해외 여행을 해왔던터라,, 경제적인건 둘째치고 나가지 못 하는 상황에 매우 목이 말랐는데, '공항'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릿속에 피톤치드가 송송 솟아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막상 내용을 보고 있자니 뭐랄까.. 처음접하는 김민서 작가가 나와는 소통이 잘 되는 않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화산폭발에 대한 사건을 보고 이런 생각을 꺼냈다는 발상이 신선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뭐랄까.. 책을 통해서 무언가 가슴속에 확~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나이가 많아서 인생 전반에 걸친 경험이 많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은 무언가 확,, 느끼게 하고 싶은데 100% 발산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고나 할까? 공항에 체류하고 있는 국적과 인종이 다른 수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여러 인생과 고민들은 꺼내어 이야기하고, 그렇게 그들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살짝 발만 담그고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든다. 조금은 지루한 부분도 있었고, 정말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상황들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영화 <러브액츄얼리>의 마지막 공항 장면이 연상될 정도..
그래도 <에어포트 피크닉>은 쉼없이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원치 않은 휴식의 시간을 가졌을때, 그 상황을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할지, '나라면 어떻게 그 시간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끊임 없이 해보게 해주었다. 더불어 그렇게 인천 공항게 남게 된 여러 사람들도 어쩔 수 없는 화산사태로 인해,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고 결국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과 희망을 가슴에 품고 각자의 길로 떠난다는 마무리도 가슴에 아련하게 남는다. 결국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인생자체가 떠나고 돌아오는 일상의 연속이리라.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거나 낡은 것을 잊지 위해서, 경험하거나 기억해 내기 위해서, 쉬거나 일하기위해서, 다른 사람이 되려 하거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 여행하는 사람들. p332
책의 덮고나니 다시 여행에 대한 욕구가 샘솟는다. 때마침 신랑이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괌이나 사이판말고 어디가 좋냐고 물어본다. 떠나지 못 한다고 해도 생각해보는 것 만으로 피로의 반은 풀리는 것 같다. 여행, 그간 나는 무엇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났던 것일까? 다행히 나는 추억을 만들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 떠났던 것 같다. 부디 앞으로도 여행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설레이는 <에어포크 피크닉>을 상상해본다.
밤하늘은 새카맣고 별도 보이지 않지만 황금빛 불빛이 활주로를 수놓았다. 잠결에 뒤척이듯 이따금 움직이는 활주로가 그들에게서 최근의 비일상적인 일상이 심어준 미지의 감각을 이끌어냈다. 인생은 잠시 정지되었으며 다시 정상적으로 운행되기 직전, 그 찰나의 간극에 갇혀 있다는 감각, 현실도 비현실도 아닌 세계에서의 피크닉이 그들을 케케묵은 삶의 고민들과 미루고 싶은 결정들에서 잠시나마 자유롭게 만들었다.---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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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공항을 품고 있다. 그곳엔 아무것도 머물 수 없다. 채워지는 순간 필연적으로 비워지는 곳. 가족과 연인, 친구와 일, 멋진 집이나 차,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거대하고 황량한 벌판. 그것은 인간이 철저히 홀로 끌어안아야 할, 인류 공동의 블랙홀과도 같다. 어쩌면 사랑은 그 미지의 땅을 정복하기 위한 인간의 마지막 몸부림일지도 모른다.---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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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이란 곧 떠나고 돌아오는 곳. 일상을 함축적으로 담은 캔버스다. 특수한 공간에서도 계속되는 보편적인 삶. 사람들은 그 보편적인 삶을 무기로 하루하루 외로움과 맞서 싸우고 있다. 이것은 고요한 일상이자 치열한 전투다. 그리고 그 안에, 진짜 이야기가 있었다.---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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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출한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혹은 커다란 트렁크를 끌며 혼자서,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그들 모두 공항에서는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여행자.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거나 낡은 것을 잊기 위해서, 경험하거나 기억해내기 위해서, 쉬거나 일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되려 하거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 여행하는 사람들. 유리창 너머로는 활주로가 펼쳐져 있다. 그 광활한 벌판은 여행자들을 사색에 잠기게 한다. 하늘로 날아오르기 전, 그들은 커다란 유리창 앞에 서서 여행의 목적을 다듬으며 티켓에 설렘을 싣는다.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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