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 진실, 진영에게 띄우는 엄마의 첫 번째 편지
정옥숙.이이림 지음 / 웅진윙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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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가족중에 나를 많이 아껴주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것이 크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어린 나이이지만 '죽음'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내 눈에서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설움이 북받쳐 오르면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눈물 한방울이 나지 않더니, 혼자 있는 방안에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마, 그전에는 가까운 사람중에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이후에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 사이에는 난 가까운 곳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이 없다.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어느 덧 한발 더 늙어가고 있는 친정 부모님이 생각날때가 종종있다. 난 친정 바로 옆동에 살면서 매일 부모님을 뵙고 있지만, 가까이 있기에 아직도 편하고 그만큼 불만이 많기도 하다. 하지만 주변에서 부모님을 잃는 가까운 친구들이 하나 둘 생길때마다 '아직 우리 부모님은 정정하신데,, 언제고 이런일이 내게 일어나면 어쩌지?'하는 생각을 종종해보게 된다. 짧게 생각해 보더라도 아마 난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효녀축에 들지도 못 하는 내 생각이 이럴진데 자식을 먼저 하늘로 보낸 부모의 심정을 어떨까? 그것도 단 둘뿐인 자식을, 모두 먼저 보냈어야 하는 어미의 마음은 어땠을까?

 

국민배우 최진실. 난 그녀의 팬도 아니고 그녀에게 관심이 있던 국민의 일부에도 속하지 않는다. 야구선수 조성민과의 결혼으로 큰 뉴스거리를 만들었던 그녀는 둘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이혼을 감행하고, 그렇게 아빠없는 아이 둘을 엄마와 동생 최진영과 함께 키우게 된다. 아마 이정도 내용은 나처럼 그녀에게 특별히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후로 들려오는 여러가지 소문들... 말은 참 무섭기도 하지, 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부터 거짓인지 구분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사람들사이에 떠돌기 시작한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을 그녀가 '장밋빛 인생'이란 드라마로 재기에 성공하지만 2008년 10월 그녀는 자살을 택하고 만다.. 그렇게 두 아이를 남겨두고 홀로 떠난 그녀. 그녀가 지어야 했을 짐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하지만 그녀가 떠난 그자리, 그 무거운 짐은 동생 최진영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졌던 모양이다. 동생 최진영 또한 2010년 3월 누나의 곁으로 떠나고 만다.

 

이 책은 최진실, 최진영의 엄마 정옥숙씨의 에세이다. 그들의 어려웠던 시절부터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 그리고 아픔을 겪게 된 그들의 생활과 진실, 진영의 죽음까지... 두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엄마의 두 손으로 씌여졌을 생각을 하니, 참으로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집필을 했을거란 생각에 가슴이 미여진다. 그들은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만큼 열악한 환경속에서 살았다. 이제 국민배우로 거듭나서 행복하게 사나 싶었는데, 그녀는 결혼을 하면서 부터 삶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용을 보니 그 둘의 결혼을 양가에서 모두 반대를 했는데, 조성민이 약을 복용할 정도로 진실을 사랑했고 그렇게 허락된 결혼이었다. 말 그대로 목숨까지 걸고 했던 사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중인 아내를 두고 외도를 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아마 모두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시작된 것 같다. 그럼에도 두 아이를 위해 꿋꿋하게 살아가려 했던 그들. 시간이 지나면 왠만한 일들은 희석되기 마련인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들의 앞엔 더 많은 시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똑똑한 여자가 남자 잘 못 만나서 망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던 터라, 그리고 눈으로 목격한 경험도 있고... 그녀가 대스타지만 너무나도 순진하고 맑은 사람이었음이 너무너무 아깝다. 정말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 한다는 말이 맞는구나... 하지만 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대로 되지 않았던 것일까?

 

사실, 책을 집어들기 전에도 '그녀에 관한 여러가지 루머들에 대해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지 않겠나?'하는 호기심이 상당히 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왠만한 궁금증이 이 한권으로 풀리게되었고, 같은 여자로써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상처를 안고 있었을 그녀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실은 평소 생활중에 일기같은 메모를 수시로 남겼다고 한다. 책 안에 펼쳐지는 그녀의 필체에서조차 아픔의 무게가 느껴진다. 더불어 그녀가 힘들어했을 당시의 많은 기록들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엄마, 내가 왜 이러지?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나 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나 보다. 왜 이렇게 아무 느낌이 없고... 나 왜 이러지?"

진실이는 봄부터 가을까지 밥을 먹어도 헛헛하고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다고, 사는 게 즐겁지 않다고 했다.

"아파서 그래, 네가 아파서. 너도 아프고 엄마도 아프고."

"엄마는 왜 아파? 엄마보다 내가 더 아파."   p200

 

너희만 멀리 가니 편안하냐고, 남겨진 엄마의 슬픔은 왜 헤아리지 못했느냐고 나는 가끔 허공에 대고 원망의 말을 쏟아붓는다. 그때마다 두 아이가 "엄마,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너희도 너무 힘들어서 그런 선택을 했겠지.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었던 거라고 화를 내다가 깜박 잠이 들면 어느새 날이 밝아 있다. 그러면 또 하루가 버겁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귀한 이 아이들을 지켜주자고, 손자손녀가 다 클 때까지 힘을 내자고 다짐한다. p133

 

 

 

나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자식을 먼저 보낸 어미의 마음을 상상하는 것 조차 힘에 겹다. 이 책을 단순히 그녀의 루머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에 적합한 흥미로운 책이라고만 분류하고 싶지 않다. 배우이기전에 여자였던 그녀의 삶과 아픔이, 그래서 좋은 선택은 아니었지만 결국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심정을 이책을 통해 누구든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살아있을때 제대로 된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마음편히 말할 수 있거나, 국민들에게 조금의 이해라도 받았다면 아마도 그녀는 지금도 스크린에서 환하게 웃고 있지 않을까?

 

남아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평생 지니고 가야하는 상처. 그 상처들을 생각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칠순을 바라보는 외조모는 오로지 그 아이들을 위해 살아간다. 많이 늦었지만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고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 많은 응원이 될 것 같다. 부디 두분모두 하늘에서 평안하시길,,, 환희와 준희 모두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주길 다시한번 기도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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