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을 샀어요
벤저민 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받아들고는 분명 소설이라고 생각했었다. 손꼽히는 갑부가 아니고서야 동물원을 샀을리가 없으니까. 산뜻해 보이면서도 특별하게 당기지 않는 표지 덕분에 한참을 망설였다. 책장을 넘기기까지도 오랜 시간을 두었지만, 6월에 완독한 책을 8월에 서평을 쓰고 있으니 이것참...에세이를 좋아하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내 안테나는 자꾸 책을 반기지 않았다.... 소설이겠거니, 시작한 책은 실화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실제로 일반인의 신분으로 동물원을 매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저자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책 소개를 검색하면서보니 올 12월에 맨 데이먼 주연의 영화로도 탄생한다고 하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영화 개봉전에 원작을 읽어주는 쎈쑤~~를 발휘하겠다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칼럼니스트였던 벤저민 미. 그는 어느날 쓰러져가는 동물원 하나를 사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온전한 정신을 가진 일반인이 감히 꿀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는 시크릿 법칙을 알았던지~~ 당기고 당겨서 결국 동물원을 사기에 이른다. 어머니와 투병중인 아내, 자녀들과 형제들 가족까지 일심동체가 되어 한가지 꿈을 꾸고 발로 뛰니 어느순간 그들은 동물원의 주인이 되어있었다. 오호, 내용을 정리하니까 딱 여기까지인 것 같으네,,

 

사실 제목만 보더라도 내용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이 동물원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 그렇다고 동물에 대한 지식이 깊은 것도 관련 업종에 종사한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님에도 말이다.. 그와중에 아내는 투병생활을 시작하고 그것과는 별도로 바쁘게 동물원 운영을 해나가고... 벤저민 미의 이야기는 영국 BBC를 통해 방영되면서 굉장히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는 매입하게 된 동물원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동물 하나하나에 이름까지 지어주는 쎈스만점에 자상한 주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책의 첫머리에 보면 그의 동물원에서 살고 있는 여러 동물들의 일상과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렇게 규모가 크고 뭔가 대단한게 나올 것 같은 이야기가 술술 읽히지 않는 것은 왜 일까? 모든 에세이가 피부에 와 닿고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있지만, 그가 너무나 감격에 벅차서 꺼내놓는 이야기들이 진부하게까지 느껴진다.

 

 

 

사실 어머니를 설득하는 일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워낙 모험심이 강한 데다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분이었다. 어머니가 일흔셋 되시던 해에 어머니를 모시고 사자 보호구역에 간 적이 있다. 사자가 수염 한 가닥만 실룩거려도 아드레날린이 확 분출되어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놈들 턱 밑을 살살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유, 정말 예쁘지 않니?”---p.47

던컨 형이 뛰어들어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대형 고양잇과 동물 한 마리가 탈출했어! 훈련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야!”
그러더니 쌩하니 다시 달려나갔다. 나는 이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밖으로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몸을 일으켰다. 이때만큼 기분이 묘했던 적도 드물지 싶다.---pp.88-89


“뭐 하고 있었어?”
“어, 방금 재규어 한 마리한테 마취총을 쐈거든. 녀석이 완전히 잠든 것 같아서 우리 안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어. 가서 들것으로 실어 내와야지.”
잠시 침묵.
“뭐 거기나 여기나 정신없긴 마찬가지구나. ”---p.243

이 더할 나위 없이 위험한 동물을 운반하는 동안 얼마나 곤혹스러운 심경이었는지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나는 어쩌다 보니 또다시 머리 쪽을 잡게 되었고, 그건 정말이지 끔찍한 경험이었다. 태미의 머리는 커다란 수박 덩어리보다도 크다. 30초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태미가 눈을 번쩍 뜨는 재앙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걸었다. 상자 안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면서 태미를 안으로 밀어넣은 뒤 문을 내리고 단단히 빗장을 걸었다. 그러고 나자 갑자기 분노가 솟구쳤다. 이런 일을 겪어야 했다는 사실에. p.267-268

 

 

 

일분일초가 다급하고 위험스럽게 보이는 그들의 일상이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와우, 내가 관심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 더불어 경험해보지 않고 보편화되지 않은 이야기가 이렇게 다른나라 이야기처럼 읽혀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꿈을 향해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발로 뛰고 결국 성과를 얻어내었다는 것 만은 정말 대단하다고 인정하고 싶다. 그는 암으로 투병중인 아내를 잃었다. 이 모든 일들이 동물원을 인수하고 운영을 배우는 과정에서 일어났지만, 그가 꾸던 꿈을 이루었다는 것, 아내가 그 과정을 함께 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과연 우리는 가슴에 담은 꿈을 얼마나 이루고 살아갈까? 그게 큰 꿈이건, 작은 꿈이건 말이다. 그리고 그런 꿈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며 살고 있을까? 지금 내 나이는 늦은 나이일까, 아니면 이른 나이일까?.. 책을 읽기전 기대에는 많이 못 미쳤던 조금은 지루한 작품이었지만, 나를 돌아보는 좋은 계기를 준 책임에는 분명하다. 꿈을 향해 도전하고 이루어, 정말 '꿈 같은 인생'을 사는 그들에게 다시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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