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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냥 마음에 안들어 이여자..'
손미나라는 사람을 접할 때마가 왠지 모를 거부감이 가슴 한켠에 있었다. 그녀가 아나운서일때도 여행에세이 작가로 활동을 시작할 때도.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첫 인상이 호감을 주지 않았고 이유는 그것 뿐이었으니까. 그래서일까? 여행작가로 변신하여 성공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도, 에세이를 좋아하는 나임에도, 선물받은 그녀의 책이 책장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데도 아직 그녀의 작품을 한번도 손에 든 적이 없었다.
아나운서 출신의 4개국어에 능통한 여자. 한번의 이혼을 겪었고 그 아픔을 여행으로 치유했다는 그녀. 이제 한국나이 마흔의 그녀는 누구보다 화려하고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런 그녀가 이젠 소설가로 데뷔를 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즐기고 열정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그러니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의 길을 달릴 수 있는 거고, 또한 계속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일테니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책,만화책을 즐겨보던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로맨스'라는 신세계를 접했다. 신영미디어의 '할리퀸 시리즈'는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매달 신간이 나오는 로맨스 소설인데 고등학교 3년 내내 할리퀸 시리즈를 섭렵했던 것 같다.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하기가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가끔은 19금이 등장하는 그런책이 왜 도서관에 있었던 거지?? 지금도 책이 잘 읽히지 않거나 머릿속에 휴식이 필요할 때 로맨스를 찾아 읽곤 하는데 그녀의 첫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로맨스 소설'이었다.
'미모자'는 노란색으로 눈부시게 피어나 누구나 한 번 보면 반할 수밖에 없는 미모자 꽃.
그 미모자꽃이 주위를 온통 둘러싸서 꽃을 밟지 않고는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다는 프로방스의 봄레미모자 마을.
그리고 두 쌍의 연인이 사랑을 키워 나가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는 그림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 손미나
한인 여자와 프랑스인 남자의 로맨스. 이 한권의 책에는 두 커플이 등장한다. 고스트라이터(대필작가) 생활을 하는 장미는 이미 고인이 된 화가 레아최의 책을 대필하기 위해 부족한 자료를 수집하고자 프랑스에 방문한다. 그런데 도착하고 얼마되지 않아 레아와 그녀의 연인 테오에 관한 자료가 들어있는 가방이 식장에서 바뀌는 사건이 발생한다. 가방을 찾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 의사 로베르. 로베르의 집에 걸려있던 한폭의 '미모자꽃이 있는 풍경'그림을 시작으로 그와 그녀는 서로 다른 이유에서 화가를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새 책을 손에 쥐면 항상 그러하듯이 일단 띠지에 있는 내용을 읽고는 표지에 있는 글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본다. 방송일로 발이 넓은 그녀여서 그런지 이름만 대더라도 누구나 알 법한 쟁쟁한 인물들의 추천사와 감사의 글에 등장하는 소설가들의 이름을 보고 있자니 '유명세를 등에지고'나오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그런데 책을 몇장 넘기지 않아 그런생각은 이미 잊혀지기 시작했고, 두 아이를 돌보는 정신없는 일과중에서도 틈만나면 책을 들고 있기 일쑤였다. 책속에 등장하는 두 커플중에 장미와 테오의 입장으로 번갈아가면서 씌여지는 독특한 구조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프랑스와 런던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속의 묘사가 영화를 보고 있는 듯이 눈앞에 펼쳐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리라. 그녀의 다른 작품을 접하진 못 했지만 이 단 한권의 책으로 나의 호감을 사기에 너무 나도 충분했다.
첫째, 내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좋아할 로맨스이기때문에.
둘째, 영화를 보는 듯한 배경의 아름다운 묘사덕에 대리만족이 가능하기 때문에.
셋째, 단순히 로맨스라고만 보기 어려운 많은 것을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에... 등등...
" 손미나의 첫 소설은 연애소설이자 예술가 소설이고 여행 소설이자 추리 소설이기도 합니다 . -p348 김탁환(소설가) "
소설의 내용상 로맨스와 예술, 여행과 추리가 함께 들어가 있다는 김탁환 작가의 말이 딱 적절한 것 같다. 첫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해낸 손미나 작가가 참 대단해보인다. 주인공 장미의 일이 꼬이고 꼬이고 너무 꼬이거나, 가끔은 정리되지 않은 듯한 너무 길게 늘어지는 문장들이 보이긴했지만 겨우 2%부족하단 생각.. 벌써부터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