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책 사냥꾼’의 환상적 모험을 그린 지적 판타지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갖게 되는 제목. '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으로 한의사의 길을 가고 있는 오수완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이번작품을 통해 등단을 했다고 하는데 등단과 함께 대단한 상을 거머줬으니 멋진 등장인 것 같다.더불어 동갑내기 작가 고은규의 '트렁커'와 공동수상하게 되어 더욱 이목이 집중된 것 같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책탐에 관한 소설로 사라진 책들과 잊어버린 책들,미움받은 책들과 사랑받은 책들, 버려진 책들과 파괴된 책들, 불탄 책들과 젖은 책들, 도둑맞은 책들과 팔린책들을 찾아다니는 '책 사냥꾼'의 세계에 대한 내용이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책 사냥꾼 반디에게 비밀 조직 미도당의 총수가 '베니의 모험'을 찾아주길 의뢰한다. 그는 이 책이 책 사냥꾼 세계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단 한 권의 완전한 책인 '세계의 책'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쾌감에 빠져든다. 그런 반디는 책을 쫓고 다른 책 사냥꾼은 그를 쫓기 시작하는데... 

 

 

 

 책 사냥꾼이 되기로 했다면 그는 쫓는 인생이 아니라 쫓겨 다니는 인생을 선택한 것이다. 책 사냥꾼은 밤에 걷고 낮에 머물며 눈길이 머무는 곳을 피해 다니다 벽 뒤에 이르러 한숨을 쉰다. 도둑과 강도와 칼잡이 들이 책 사냥꾼의 친구이며, 도둑과 강도와 칼잡이 들과, 그리고 책 사냥꾼과 경찰이 책 사냥꾼의 적이다. (중략) 책 사냥꾼 주위에는 또 다른 일곱 명의 책 사냥꾼이 있고 이들 중 셋은 적이고 셋은 친구이며 나머지 하나는 신이다.
 훌륭한 책 사냥꾼이 되기 위해서는 잠입과 은밀한 행동은 물론이고 신분을 위장하고 기척을 감추는 따위의 일도 능숙해야 했다. 그들은 달리는 버스에 뛰어오르기도 하고 가시가 돋아난 담을 넘기도 하고 3층 높이의 건물에서 창을 깨고 뛰어내리기도 하고 화장실의 청소함에 숨기도 하고 가스관을 타고 건물을 기어오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해칠 무기 대신 고작해야 노끈을 자르기 위한 주머니 칼 정도를 갖고 있을 뿐이며 싸움보다는 도망을 선택하고 은신처를 만들기 위해 골몰하고 그곳에서도 늘 탈출로를 염두에 두고 어쩔 수 없이 적과 마주하면 은근한 암시와 교묘한 속임수로 따돌리려 한다.
 과거에는 책 사냥꾼 주위에 세 명의 친구와 세 명의 적이 있다고 했지만 근대 이후의 책 사냥꾼의 세계는 홉스가 지적한 대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장이 되고 말았다. 책 사냥꾼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외로운 불신의 세계에 살고 있어서 자기 주위에 있는 일곱 번째 책 사냥꾼이 정말 신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pp.85~87)



 

 

 내가 수상작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심사자들과 같은 높은 안목을 지니지 않아서인지 수상작치고 재미있게 읽어 내려간 책이 별로 없었던 기억때문이다. 책 사냥꾼을 접하기전에 함께 공동수상한 '트렁커'를 보고 나의 편견에 대해 반성을 했었다면 책 사냥꾼은 '역시나 그런걸까?'하는 생각을 조금 갖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작가는 한의사 생활을 하면서 일과 시간 이후에 책을 써나갔다고 한다. 물론 곱절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그렇게 탄생한 책은 이렇게 독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얼마나 정교하게 공들여 책을 썼는가는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실제와 허구에 존재하는 수 많은 책들이 등장하고 그것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하기까지 하니까.

 

 

누군가 표지를 여는 순간 책은 책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어떤 책은 끝까지 다 읽히지 못하고 자신의 비밀을 간직한 채 서가에 잠들어 있다.  어떤 책은 책장마다 무수한 삶의 흔적을 지닌다.  어떤 책은 복되게도 여러 주인을 섬긴다.  물과 불과 칼과 햇빛과 습기와 벌레와 짐승이 책을 병들게 하거나 해친다.  책의 가장 큰 적은 사람이다.  무지한 한 사람은 책에 상처를 내고 무지한 100명의 사람은 다락방에 책을 넣고 잊어버리고 무지한 1만명의 사람은 도서관을 불태운다.  책은 죽을 때 소리를 낸다.   /p212

 

 

 

 처음 책을 접하기 전에는 단순히 제목만으로도 끌렸다. 그리고 책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중에 한명인 나에게도 '책탐'이라는 것이 있었기에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랄까? 작가의 문체 또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 많은 쉼표 속에 연결되어있는 문장들과 스토리속에 자주 나타나는 책의 소개는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종종갖게 해주었다. 기대가 컸기에 조금은 실망이 컸던 작품. 더불어 읽기의 속도가 붙지 않아서 더욱 고심하고 어렵게 읽었던 작품이지만 책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책이 책을 만나고, 사람이 책을 통해 만나고, 책이 사람을 통해 만나고, 책이 사람을, 사람이 책을 만나고 있었다. 그런 만남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345p

 

 

 

 

‘다행히도……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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