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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곱하기.십 - 내 인생의 발칙한 3일 프로젝트
장현웅 외 지음 / 소모(SOMO)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여기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1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3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 무얼 하고 싶은가요?"라는 짧은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10명의 저자들이 보낸 특별한 삼일간의 시간들을 다루고 있다.
3..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 너무 적지도 그렇다고 너무 많지도 않은 모자람도 넘침도 없는 숫자. 보통의 여행이 2박3일, 3박4일 하듯... 3일이라는 시간은 심리적으로 가장 편안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생을 살면서 온전히 나만을 위한 3일을 갖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만으로도 설레이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 학창시절엔 공부하느라, 성인이 되어서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결혼을 하고서는 가족과 아이들을 돌보느라 온전히 나만을 위해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다. 수십년을 살면서 단 며칠간의 자유도 만끽하지 못 하는 사람들도 수 없이 많으리라.
재미로만 읽게 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읽는 내내 생각에 빠지게 하는 책이 있다. '삼 곱하기 십'은 주제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나라면 3일간의 시간동안 무엇을 할까? 그 시간을 채우는 계획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무작정 3일내내 집에 있고 싶기도 하다가 여행을 떠나고 싶기도 하다가 누군가를 만나고 싶기도 하다가.. 10명의 작가들도 3일간의 시간에 앞서 많은 생각들을 했을 것 이다. 쉽게 주어지는 시간이 아닌만큼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을 테니까.
이름만 들어도 '아! 누구구나!'하는 유명인들은 아니지만 작가들의 프로필은 가히... 입이 떡 벌어졌다. 그만큼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프로라는 증거이겠지. 누구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냈고 있었을 그들의 3일은 어떤 모습일까? 누군가는 동물원으로 나섰고 누군가는 여행을 떠났다. 누군가는 얼굴도 모르는 오래된 인연을 만나기로 했고 누군가는 소중한 지인들을 만나며 3일을 보낸다. 특별할 것도 없었던 일상에서 이어진 인연들과 추억들이 그들이 3일을 보내는 출발점이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면에서는 조금 지루했다. 유명인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쪽이 어쩌면 더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인도 아닌 그들의 추억과 여행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흥미롭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그렇게 조금은 지쳐있을 즈음 눈에 띄였던 작사가 조은희씨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편은 가장 특별한 3일로 기억에 남는다. 오래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 하고 있었던 그녀는 3일의 시간이 주어지자 그 약속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현대를 살아하는 우리들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가 지키지도 못 하는 약속들을 수없이 하는 것이 아닐까? 지키지않고 싶어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빡빡한 삶에 자연스럽게 잊혀지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TV에 나오는 연애인도 아닌 작사가를 동경하는 팬을 만나러 떠난 여행은 가장 신선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것 같다. 얼굴한번 본 적이 없는 그를 만나기 위해 큰 마음을 먹고 직접 찾아나선 조은희씨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내다.
아직도 결정을 할 수는 없다. 나에게 3일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할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할지 여행을 떠나야할지 아니면 그저 3일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야 할지.. 내게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위해 가끔은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계획을 세워보아야겠다. 나에게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그들과 더불어 나의 지친 몸과 영혼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