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 - 택꼬의 630일간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기
김태현 지음 / 더난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보고도 금방 고민에 빠진다. "그럼 나는 청춘인걸까? 아닌걸까?" 결론은 쉽게 나지 않는다. 나이로는 물론 난 청춘에 해당되지만 청춘이라면 떠나야한다는데 내가 앞으로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확율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 아.. 그게 그러니까 난 결혼했고 남편하고 이제 둘째가 태어나면 아이가 둘이 되고.. .에... 또 하고 있는 공부도 있고 12년간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것 원없이 해보자'고 마음먹은지 10개월째 접어들어서 이젠 주머니도 숭숭거리기 시작하니까....' 결론은? <떠날 수 없다>가 아니고 <언제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이다. 물론 결혼전부터 친구들과의 소소한 여행을 즐겼던 나이기에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여행 경험을 가지고 있고(비록 패키지지만 푸헐헐~) 결혼을 하고도 남편과 아이와 먼곳 가까운곳 자주 여행을 했기에 가망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홀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건 왠지 자신도 없고 겁도 덜컥나고 조금은 더 확율이 떨어지는 것 같다. 정했다. 일단.... 아이들이 중학생쯤이 되면 떼어놓고 신랑이랑 둘이 손잡고 다녀와야지... ^^
 
 
 
택꼬의 630일간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기
 
 
여행에 빠져 9년째 대학생 신분을 유지중인 택꼬님. 630일간 자전거를 타고 아메리카여행에 나선다. '9년째 대학생 신분이라면서 2년에 가까운 시간을 해외에서 보낸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아니, 그 비용은 누가 대주는거지? 부잣집 아들인가??' 이런 생각부터하는 나는 역시 아줌마이상이 아닌가보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던것이 기억난다. 처녀시절엔 멋진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에 가면 경치나 분위기에 빠져 너무 좋다고 생각하기바쁜데 아줌마들은 모이면 "돈 많은가봐. 인테리어비 얼마나 들었을까?"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고.. 그래 맞는 말이긴 한 것 같다. 조금은 팔자좋은 사람들의 여유있는 스토리일거라 생각했던 내 편견은 작가 소개를 읽어내려가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진짜 '검소하다'못 해서 '지독하게'까지 보이는 작가의 모습에 '정말 팔팔한 청춘이 아니면 시작할 수 없는 고생길'이 그의 여행길임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북아메리카 - 중앙아메리카 - 남아메리카로 이어지는 그의 여정은 책의 마무리에 보니 비행기로 반나절 걸리는 거리. 그는 그 거리를 630일간 달렸고 '여행기'라고 하기엔 조금은 안타까운 힘겨움들이 담겨 있었다. 모든 자전거 여행자들이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하기도 어려운 저렴한 예산으로 630일을 버티려는 그는 사막에서는 버려진 물병이나 음료수병에 남은 음료를 마시고 식사는 뽀글이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고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거나 노숙을 일삼는 여행을 했다.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여행. 그는 보통의 여행자들이 갖는 낭만과 편안함, 휴식을 위해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라 '자연친화적,인간적'인 여행을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았다. 흑..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먹고 자는것 자체가 힘들면 장기간 여행이 절대로 불가능해보이는데, 그는 그걸 해냈다니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tecggo(작가 블로그)

 
 
한국에서는 밥을 먹고 잠자는 것에 대해 고민했던 적이 없다. 어떻게든 밥을 먹을 수 있고 잠을 잘 수 있다.
대신 어릴 적부터 경쟁하고, 이에 따른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다. 미국의 사막을 자전거로 여행할 땐, 하루에 세 번 배가 고파질 때마다 끼니를 걱정하고, 하루에 한 번 해가 질 때마다 잘 곳을 찾아다녀야 했다. 하지만 경쟁도 스트레스도 없었다. 언제나 배가 고프고 잠자리 걱정이 끊이지 않았지만, 더불어 자유도 느끼기 시작했다.                        < P 033 >
 
 
 
 
 대부분 여행서나 여행에세이는 뭔가 큰 깨달음을 주거나 그곳의 경치와 유명한 관광지를 다녀온 저자들의 글과 사진 솜씨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반면, 이 책은 읽으면서 내가 너무 힘들었다. 마치 내가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여행을 떠나고 있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면서 '그냥 포기하지.. 이렇게 위험하고 힘들면서 왜 꼭 가야하지?'하는 생각을 몇번이고 했다. 그의 책에는 유명한 관광지가 거추장스러운 설명도 없다. 딱 남자다운 짧고 약간은 무뚝뚝해보이는 문체. 그래서 가끔은 보태어도 좋으니 조금의 표현이라도 더 해줬더라면..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나만의 작은 바램까지 갖게 만들었으니까. 책을 읽는 초입에는 그런마음에 조금은 조급하기도 했고 재미없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과 함께 그래서 결론은 뭘 얻었다는거지?하는 말도 안되는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한장한장 책장을 넘겨가면서 그가 여행을 통해 자연과 사람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급하게 돌아다니며 유명한 곳에서 사진을 찍기바쁜 패키지지 여행이 아닌 조금은 느린 걸음이지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이 여행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면 도시에서는 위험한 순간이 많이 찾아오지만, 시골에서는 따뜻한 인정을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어느 나라를 가든 도시보다 시골이 더 따뜻한 느낌이 들겠지만, 중앙아메리카는 이런 차이가 특히 많이 났다. 이상하게도 어느 정도 잘사는 곳을 여행할 때 위험한 경우가 더 많았다.         < P 134 >
 
마이꼴과 콜롬비아와 한국, 남미와 아시아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일,동물, 날씨,문화...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사람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동경한다.                             < P 183 >
 
 
 
물론 그의 여행에서는 위험한 상황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 스스로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상황들도 자주 나타났고 지갑이나 소지품을 도둑맞는 경험들과 심지어는 돈이 없어 구걸하는 남들은 평생가도 해볼일 거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일쑤다. 더불어 그는 장기간의 여행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비통한 소식을 접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기간이 또 수일 걸리기에 할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모습마져 지키지 못 한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올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던때가 바로 이때. 할머니의 소식과 함께 여러가지 안좋은 일들이 그를 힘들게 만들고 정말 심각하게 여행을 포기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지만 그는 결국 남은 여행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너무나 사랑하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게다가 1년 내내 손에서 놓지 않아 모든 면이 반질반질해졌을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그 바람에 큰맘 먹고 90달러나 되는 티켓을 사서 관람했던 쿠스코 태양 축제를 찍은 사진까지 날아가버렸다. 노트북과 외장 하드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두 달 동안의 여행기도 사라졌다. 쿠스코에서 리마, 리마에서 쿠스코, 다시 리마. 꼬박 하루가 걸리는 구간을 몇 번이나 왕복했다. 한국에서 택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군 시절을 떠올리며 여행을 떠난 이후 가장 힘든 이 순간을 이겨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 P 248-249 >
 
 
 
여행기를 계속 읽어가면서 아메리카여행에 '일본'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와서 조금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그 작은 땅덩어리의 민족이 정말 대단한 힘을 가졌는지 멀고도 먼 아메리카에서도 여러가지면에서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났다. 특히 여행자들중에 일본인 여행자가 많았다는 것과 사람들이 동양인이라고 하면 의례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일본인들이 고마운 존재라고 여겨지는 것.. 책의 마무리쯤에 작가 또한 자신의 여행일정중에 수없이 접하는 일본에 대한 생각을 기록하고 있다.
 
 
 
여행을 시작한 지 500일이 넘었다. 우리나라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메리카를 여행하고 있지만, 의외로 이웃 나라 일본에 대해 생각할 때가 많았다. 곳곳에서 보이던 일본국제협력기구 자이카, 성공적으로 진출한 일본 대기업들, 유별난 일본 여행자들, '세계 인류의 평화를 기우너합니다'라는 글을 적은 막대기, 일본 정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칠레의 일본 정원, 동해를 'Sea of Japan'이라고표시해놓은 지도들, 그리고 일본 문화에 열정적으로 호감을 표하던 수많은 서양인들, 일본의 봉사 활동을 감사히 여기는 많은 원주믿늘..... 일본은 우리와 정말 가깝고 비슷한 나라이지만, 그만큼 다른 면도 정말 많은 나라다.        < P 293 >
 
 
 
그의 여행이 외롭고 힘겹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새로운 곳에서 만났던 수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친절, 그리고 여행자 친구들. 더불어 그가 여행을 하면서 포스팅을 했다는데 그의 글을 보면서 힘이 되어주는 후원자들이 함께 했다고 한다. 2주넘게 씻지도 못하고 냄새를 풍겼다는 글과 화장실에서도 노숙을 마다하지 않는 그. '거지여행'포스를 날리면서 630일간의 여행을 마무리하는 그에게 남은건 무엇일까? 여행의 진정한 매력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지만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또 다른 여행을 분명 준비하게 될 것이다. 떠나는 자들은 떠남에 중독되기 마련이니까. 그의 여행은 오지로 떠나는 봉사활동도 유명한 관광지를 소개하는 재미난 여행도 아니다. 하지만 그가 보지 못 한 세상, 그리고 우리가 접하지 못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연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같다. 사실 그의 바램대로 난 책을 마무리하면서 '당장 떠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이렇게 힘들게 장기간 여행할 자신도 체력도 없으니까. 여행이라면 어느정도 즐거움과 휴식을 줘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나니까.^^ 하지만 언젠가 시간적인 여유가 많이 허락될 때는 자전거 여행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문화와 일상에 녹아내리는 장기간의 여행을 떠나보고 싶은 충동을 들게 만들었다.
 
책을 다 읽고 찾은 작가의 블로그에는 책에 실리지 않은 이야기들이나 특히 생생한 사진들이 많이 담겨있었다.
책으로 편집되기 이전에 올린 그의 조금은더 투박하고 짧은 여행기를 맛보고 싶다면 작가의 블로그를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tecggo(작가 블로그)
 
 
 
 
 
어제는 꿈에 불과하고
내일은 단지 상상일 뿐이나
오늘을 잘 살면
모든 과거를 행복한 꿈으로 만들고
내일의 희망을 볼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을 잘 보살펴라.
 
- 파타고니아의 어느 호스텔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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