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도 괜찮아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그 두 번째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그 두 번째 이야기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지난주에 접했다. 영화를 보기전에 이미 후작인 '결혼해도 괜찮아'를 읽고 있었기에 소설이 아닌 한 여인의 인생을 담아낸 실화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먹고..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읽고 있었지만 전작과 크게 연결되는 부분은 없었기에 읽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영화라도 보지 않았다면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 책속의 이런 고민들과 감정들을 더 깊이 이해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엘리자베스 길버트. 그녀는 8년의 결혼생활을 힘겨운 이혼으로 마무리하고 30대 초반의 조금은 늦은 것 같은 나이에 자신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새로운 친구들과 고민의 연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17살차이의 남자친구 펠리페를 만나게 된다 (먹고...의 내용).
'결혼해도 괜찮아'는 이미 이혼의 상처를 아주 심하게 안고 있는 작가의 '두번째 결혼에 대한'아주 깊은 고민과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실화인 것을 알기 전에는 결혼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싱글들에게 결혼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행복한 선택인지에 대해서 알려주는 재미있는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요즘은 결혼의 시기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미혼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많다. 코드가 맞는 배우자를 만나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고 행복한 생활인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리라.(실로 결혼 6년차인 나는 결혼하길 잘 했다고 생각하는 부류중에 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어디선가 백마탄 왕자님이 나타나서 결혼으로 신분상승을하고 공주가 된다는 결혼에 대한 허황된 기대를 갖는 사람에겐 결혼이 현실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쳐드니 이미 결혼을 '끔찍한 법적 제도'쯤으로 겪어본 작가의 '재혼'에 대한 고민이었고, 그래서 결혼은 하지 않기로 했던 그들이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헤어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결혼'을 행복한 제도로 받아들이기위한 연구(?)와 노력에 대한 이야기들 이었다. 
 
사실 이혼에 대한 아픈 상처를 경험한 적도 없고 주변에서도 아직 그런일이 일어난 적이 없기에 '어느정도면 이렇게 재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까?'싶을 정도로 그녀의 결혼에 대한 공포는 실로 대단했다. 논문을 찾고 세계 곳곳의 여러사람들에게 결혼이 왜 중요한지, 왜 해야하는지, 그들의 결혼문화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탐구를 끊임없이 하는 리지. 그덕인지 너무 결혼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파고들려는 내용에 지루함도 있었다.
 
 
 
 
몽족 여자들을 만난 날, 옛 속담 하나가 떠올랐다. "기대를 심으면 실망을 수확하게 되리라." 몽족 할머니는 아내를 미칠 듯이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남편의 의무라고 배우지 않았다. 애초에 미칠 듯이 행복해지는 일이 자신의 본분이라고 배운 적도 없다. 처음부터 그런 기대를 한 적이 없으니 당연히 결혼 생활에 특별히 환멸을 느낄 일도 없다. 할머니의 결혼은 그 역할을 완수했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본분을 다했으며, 결혼의 의미에 부합되니 그것으로 된 것이다.    < P  70 >
 
 
붓다는 인간의 모든 고통은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가르쳤다. 이것은 누구나 다 아는 진리다. 원했던 것을 가져보지 못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붓다가 말한 고통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그중에서도 다른 사람을 원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욕망이다. 그중에서도 다른 사람을 원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욕망이다. 누군가를 원하는 순간, 우리는 수술용 바늘로 그 사람의 살갗에 우리의 행복을 봉합해놓는다. 따라서 그 사람과 조금만 떨어져도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무슨 수를 써서든 그 욕망의 대상을 손에 넣어 다시는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앉으나 서나 머릿속에는 온통 그 사람 생각뿐이다. 그런 원초적 욕망에 사로잡혀 더 이상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욕망의 하인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 P 132 >
 
 
 
 
그녀는 여러곳에서 이러한 깨달음을 얻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서로 다른문화에서 성장했다는 것. 과거처럼 정략결혼이나 얼굴한번 보지 않고 결혼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미 우리 나라만해도 자유연애의 시대이고 내 배우자는 내가 선택하며 고로 그 안에서 수 많은 꿈과 욕망을 품는 건 어쩜 당연한 것이 아닐까? 몽족의 문화는 이해하지만 지금 당장 자신에겐 적용시킬 수 없음을 알아낸 작가는 자신이 꿈속에서 수 많은 욕망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첫 결혼이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는 것이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나 또한 연애시절 남편에 대한 욕심과 욕망을 버리지 못 했던 수 많은 기억이 떠오른다. 어쩌면 집착에 가까운 상대에 대한 욕망으로 내 스스로를 힘들게 하진 않았을까?
 
 
 
시인 잭 길버트는 결혼이란 "기억에 남는 사건들 사이"의 일들이라고 썼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배우자의 사망과 같은 이유로 결혼 생활을 뒤돌아보면 기억나는 "휴가와 비상사태", 즉 가장 좋은 때와 가장나쁜 때뿐이다. 나머지는 그저 똑같은 일상이 희미학 ㅔ뒤섞여 있다. 그러나 길버트는 결혼을 이루는 것은 바로 그렇게 희미하게 뒤섞인 똑같은 일상이라고 주장한다. 결혼은 별다른 특징 없는 2천번의 아침을 먹으면서 나누었던, 별다른 특징 없는 2천 번의 대화이며 바로 거기서 친밀감의 바퀴가 서서히 굴러간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친밀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일이다. 서로를 너무 잘 알고, 눈만 돌리면 곁에 있어서 공기에 버금갈 정도로 필수 불가결한 존재.    < P 260 >
 
 
 
시인 잭 길버트의 결혼에 대한 정의는 정말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희미하게 뒤섞인 똑같은 일상... 지루할 것만 같은 이 말은 그 일상속에서 안정과 행복을 찾는 행복한 가정이 연상되기도 한다. 겨우 결혼 6년차인 나도 언제나 눈을 돌리면 내 곁에 있어주는 남편과 아이. 잠시라도 떨어져있으면 낯설어지는 익숙함. 연애시절의 두근거리는 설렘은 없을 지라도 또 다른 깊은 사랑이 자라게 되는 것이 결혼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펠리페와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결혼을 선택해야했기에 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자신이 이해할 수 있고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결혼의 정의에 대해서 찾아나섰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그와의 소박한 결혼과 정착에 성공했고 그렇게 책은 마무리 된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아직 책으로 접하지 못 하기에 전작과의 내용이나 스타일을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그녀의 경험이나 일상보다는 결혼에 대한 수 많은 연구와 이론에 대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가끔은 몇장을 넘기기도 전에 졸고 있는 내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영화를 너무 좋게 봤기에 곧 '먹고...'를 읽어볼 생각이긴 하지만 그 만큼의 책을 기대하고 두번째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면 약간의 실망을 안을 수 있다는 점. 여기서도 욕망을 살짝 내려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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