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학년이 될 우리 딸이 받아 온 책에는 슬기로운 생활 대신 사회와 과학이, 즐거운 생활 대신 음악, 미술, 체육이 등장했습니다.
과목 수가 많아진 만큼 그 이름이 재미나 흥미보다는 전문성으로 가고자 하는 변화를 겪다보니
슬쩍 사회책을 들추어 보게 됩니다.
3학년이면 이제 학교 생활의 틀이 잡혀가고 있는 시기라
오히려 엄마들이 한걸음 뒤로 물러나는 때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사회책을 펼쳐 보니 첫 단원에 지도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요.
이미 2학년 때에도 맛보았던 부분이지만
드디어 그 어렵다는 용어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네요.
그 옛날의 저 또한 방위표는 알겠는데 진짜 동서남북이 어떻게 되는지 헷갈려 두 팔을 벌려서서 앞이 남쪽인가 뒤가 남쪽인가 고민했던 모습이 어슴프레 떠올랐구요.
처음부터 이런 어려움을 갖고 시작하면 3학년이 힘들어지기 시작하겠다는 생각에 고민에 빠집니다. 그래서 3학년 사회 문제집도 보고 유명하다는 인터넷 강좌 맛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요점정리에 단순암기의 어두운 분위기만 가득하네요.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이 책은 정말 신나는 참고서입니다.
그저 입에 쏙 집어 넣기 쉬운 주먹밥같은 전과는 아니라는 겁니다.
아이들과 김밥 만들기 해보셨나요?
서툴지만 김 위에 울퉁불퉁 두껍게 밥을 펼치고
그 위에 몇 가지 야채며 햄과 달걀을 올리고는
둘둘 말아 놓으면 정말 두껍고 터져버리기도 하는
자신만의 김밥이 만들어지죠. 남보기는 영 아니지만 성취를 느끼고 잘도 먹습니다.
싫어하는 당근도, 시금치도 자기가 만들어낸 요리(?)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죠.
이 책이 그렇습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시고 지리교육 박사과정 중이신 저자가
경험에서 나온 방식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전문가의 눈높이에 딱 떨어지는 비유와 간결함과 즐거움을 대하게 됩니다.
어려워서 피하고 싶던 방위나 나침반이나 기호나 색깔의 의미들이
자기가 만든 김밥 속의 당근과 시금치가 되어 버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지요.
사진과 지도 그리고 그림지도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이니 등장하는 지도도 당연 우리나라의 지도들입니다.
제주도를 찍은 사진과 제주도 지도와 제주도 그림지도를 시원스럽게 보여줍니다.
그러니 비교가 자연스럽게 됩니다.
그림지도의 구성요소를 설명할 때에도 저자는 그림지도 친구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저학년 아이들에게 편하게 다가갑니다. 그냥 외우라는 것이 아니라 그림지도를 그리기 위해 왜 그런 것들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방위의 별명 주문은 이제 1학년이 될 둘째녀석을 먼저 사로잡습니다.
해가 뜨는 동, 해가지는 서, 아랫마을 남, 윗마을 북!!!
이어지는 방위표가 변신한 나침반 주문 또한 기가 막히죠.
오른팔의 동, 왼 팔의 서, 파란바늘 남, 빨간 바늘 북!!!
저희 집 벽에는 세계지도와 우리나라 지도가 붙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그린 우리집 지도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직접 만들어낸 기호와 의미를 담은 색깔옷을 입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지도를 완성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