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에 단풍이 토해내는 붉은 빛이 어우러져 가을도 한층 깊어만 간다. 딸과의 일상들을 글감으로 많이 사용하는 이상권의 글은 역시나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정다움으로 가득하다.경험에서 나온 글은 아빠와 솔이의 대화체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장난끼 어린 솔이와 든든한 모습으로 딸을 지켜주는 아빠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베어난다. <거기에 미산 계곡에 가면 만날 수 있어요>, <해치와 괴물 사형제>의 작품으로 유명한 한병호의 그림이 딱 떨어지게 조화를 맞춘 멋진 그림책이다.설정을 그림일기 분위기로 정한 작가는 대부분의 그림을 왼손으로 작업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존 버닝햄의 그림처럼 스케치한 연필자국이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그 위로 맑게 채색된 가을 산이 따뜻하고 푸근한 정취와 부녀간의 끈끈한 사랑을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그림이 두 페이지 전면에 채워져 확 펼쳐진 가을 산을 느끼는데 충분하다. 아빠하고 딸하고 단둘이 오르는 산행 길은 얼마나 즐거울까 상상하며 그림책 속 산행에 동참해 본다. 동물 흉내도 내어보고, 나뭇잎으로 가게 놀이도 하고, 아빠가 만들어준 나뭇잎 눈도 맞으면서 단풍 미끄럼틀도 타고, 억새풀 화살 날리기와 각시풀 이쁘게 땋기 게임도 있는 가을 산, 커다란 무대 바위 위에 앉아 바위 이름도 지어 주고, 이사간 박새 집도 찾아 보고, 청설모 뛰어가는 데로 달리기도 해보고, 힘들면 그 넉넉하고 푹신한 산에 누워 붉은 빛으로만 가득한 단풍잎을 바라 볼 수 있고 고사리 손 가득 도토리도 주워 보는 가을 산행이 부러워진다. 밧줄 잡고 올라가는 산 꼭대기로의 길이 무서움으로 가득하지만 한 발 한 발 영차 영차 오른 곳은 삭막한 빌딩 숲 속에서 가을빛으로 우뚝 솟아 있다. 그 꼭대기 위에 아름다운 아버지와 누구보다 행복한 추억을 가슴에 하나 가득 품었을 딸이 있다. '야호'라고 외치면서...... 학습적인 것에만 초점을 두는 삭막한 세상에서 바쁨의 대명사인 우리들의 아버지와 딸을 연결 짓는 따뜻한 이야기가 반갑기만 하다.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가진 아이들이 열어가는 세상은 좀 더 아름답게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를 품어보게 되는 책이다. 산에 오르기 전에 그림책 속의 아빠에게서 쉬어 갈 줄 아는 여유와 자연을 즐길 줄 아는 지혜를 배워본다면 세상 모든 엄마 아빠가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