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희망 있습니다 - 줄기세포 연구자의 치매 탐구 보고서
라정찬 지음 / 끌리는책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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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희망 있습니다.

가치있는 인샏을 산다는 것이 인생 전반기의 목표라면, 생의 후반부는 '우아한 죽음'이 대신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그리고 어쩌면 정복을 못할 질병들 앞에서 본인의 다짐과 결심에 상관없이 
잔인하게, 그리고 예기치 않게, 질병은 우리를 수치의 나락으로 떨어트린다.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육체는, 주위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매일 마주하는 잔인한 현실은, 죽음이 허락될 때까지 매일매일 반복되고 한다.

개인적으로 무엇이 두렵냐 라고 한다면, 난 사망순위 1위라는 '암'보다도, 알츠하이머를 꼽겠다. 
내가 존경하였고, 우러러 보았고, 사랑했던 이가 나를 기억에서 지우고, 어린아이보다 못한 행동을 보일 때, 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상상만으로도 괴로움이 더해진다.

비단 그것은 내 가족에게서 벌어질 일이라는 가정 뿐만 아니라, '내'가 그 병의 환자로서 '희생'이 될때도 마찬가지다.

목숨을 길고, 사랑하는 이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 때문에 병의 고통보다 더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 것이다.
현재 치매에 대한 연구는 과거에 비하여 진일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러나 체감지수는 한겨울 온도보다도 낮다.

현실적인 가장 효과적인 이 병의 대처방법은, 그래서 "예방'이 될 수 밖에 없다. 줄기세포 전문가 이고, 의학자인 저자가 책의 절반 이상을, 치료보다, 삶의 변화된 태도와 식습관에서 치매로부터 자신을 지키라고 말하는 것도 그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눈앞에 보이는 치매라는 질병은, 어느 날 찾아온 저승사자 보일지 모르지만, 그러나 우리의 익숙한, 그러나 나의 몸을 배려하지 않는 식습관은, 우리가 치매의 억울한 피해자라고 말하기 힘든 이유가 된다.  건강한 지금의 내 몸은, 마치 군대처럼, 유사시를 대비하여 준비되어 있어야 하지만, 지금 당면하지 않은 어려움 앞에선 다짐들은 매일 무너지고 만다.

저자가 오히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인, 투옥생활에서 육체의 몸은 더 건강해 졌던 것 처럼, 우리 스스로에게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땀을 흘려야 하고, 인스턴트를 줄이며, 스트레스를 줄이는 명상활동만으로도, 우린 이미 치매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가 우리에게 찾아온다면, 저자가 주장하는 줄기세포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 그리고 장별로 삽입된 만화로 정리된 친절한 설명에도, 문과생인 나는 세포의 세계를 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러나 줄기세포 치료가 만병통치약처럼 우리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몸이 그러한 질병과 싸울 수 있는 건강한 세포를 만들어 준다는 것으로 간단하게 받아들였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뇌는 어렵다.
그것이 인체의 다른 어떠한 기관의 질병보다, 뇌 질환에 대한 연구의 속도가 더디고, 어려운 이유다. 알츠하이머 박사가 병을 발견하고, 명명한 이후 100년이 지났지만, 발전이 없다고 의학자들을 원망하고 나무랄 수 없다. 어쩌면 향후 100년 뒤도 뇌는 우주 개발 보다 더딘 진보를 보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바람처럼 뇌에 대한 줄기세포 연구가 더 많이 자리잡기를 바란다. 
요즘 보는 드라마에서 나온 표현대로 '판을 흔드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적어도 다음 세대에게는 치매가 치료불가능한, 21세기 흑사병으로 인식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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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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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언제나 내 이력서의 취미에 '독서'와 '영화감상'이라고 쓰고 있다.

얼마나 해야 그것을 온전히 취미로서 남들에게 말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될때가 있지만, 난 주기적으로 한달에 한번은 그러한 행위(일반적 독서, 영화관 방문), 혹은 그와 유사한 행위(잡지, 신문, 흘러간 영화 감상)을 해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행위의 부산물로 난 늘(혹은 가끔 늘) 감상문을 쓰고, 스스로에게 부산물의 분비물이 조금이라도 '뭍기'를 희망한다.

그러니까, 감상문이란 그러한 행위를 지속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 포장과 다짐, 그리고 증거물의 복합체인 셈이다.

이러한 일종의 자기 강제성 행위가 늘 즐거운 것은 아니다. 

재수없게 재미없고, 의미없는 행위를 할 경우, 그만큼 부산물을 만들어 내는 것도 고역이다. 

반면에 마지막 장을 덥고 한글자라도 적을 수 있는 기력(기억의 힘)이 있을 때 적으려는 지금과 같은 심정은, 최고의 부산물의 조건이다.

정치를 '실패'하고 다시 글쟁이로 돌아선 '유시민'은 말과 행동보다 글이 멋있는 사람이다. 그것이 그에겐 욕일지 모르지만, 그의 최고의 재능은 글을 생산하는 것에 있다.

이 글은 58년생 개띠인 그가 스스로의 해석과 삶의 기반으로 바라본 해방 전후부터 2014년 세월호 사건까지의 지금을 정리하고 있다.

주위의 많은 이들이, 역사에 관심이 없고, 더군다나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 부모가 겪었던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것을 보곤 한다.

난 그것이 '아프고', '속상하다.'

저마다의 소질과 관심을 인정한다. 환영한다.

허나, 

최소한의 '역사' 지식과, 본인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력', 그리고 측은지심이 바탕이 된 '사회적 관심', 마지막으로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자아관'이 구비되지 않은 사람은..

난 올바른 성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사는 교과서의 과거가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과 그것의 바탕이 되는 바로 전 역사의 기반이다.

놀랍게도 그것이 지금의 당신이 살고 있는 이 사회와 공동체에 영향이 있다.

궁금하지 않은가?
흥미가 가지 않은가?

이 책은 가장 쉽고, 바르게 정리된 현대사 최신 버전 중 하나이다.

심지어 유시민은 '중립적'으로 저술하였다. 그것이 맘에 걸렸을 까봐 한마디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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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소행주.박종숙 지음 / 현암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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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다는 것이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보다 더 꿀릴 때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금 없다고 하여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내가 마주친 현실에서 적어도 내가 탐낼만한 것들을 마주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요즘 난 어린 나보다 더 많은 꿈을 꾼다.


그것이 오히려 날 더 '쪼기'도 하고, 채근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노력'을 한다.


집을 가진다는 것보다, 같이 산다 라는 것이 내 소망 중 하나이다.


부동산 재테크 보다, 나머지 9 식구를 가족을 둔 이들의 주거문화가 미치도록 탐이 난다.


가장 매력적인 사실은 이들이 결코 나보다 우월한 상황에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래 아는 지인이 아닌, '같이 살고자' 지인이 되었던 이들이, 더욱 대단하다. 


도시를 벗어날 수 없다면, 거기에 맞게 적응하여 꿈을 이뤄가는 것이 합리적인 듯 싶다. 

국가는 주거정책을 만들수 있지만, 주거 문화는 결국 스스로가 할 수 밖에 없다.


좋은 지침서 였고, 가이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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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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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껍지만 두껍지 않았다.

재미에 취해서 한장 한장 넘기는게 아까웠다.

소설이란 필력보다는 결국 작가가 만들어 놓은 허구에 얼마만큼 취하냐가 관건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리 넓지 않은 무대를 가지고도 사람을 쥐었다 폈다 하는 재주 면에선 기가 막힌 실력을 가지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소설은 인간의 뇌 속에 있는 상상을 끌어내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때론 그것이 답답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어떠한 유희도 글을 이길 수 없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다시한번 그 단순한 이치를 깨닫게 해주었다.

추신.게이고의 작품을 "추리"로서 호응을 했던 독자라면, 이번엔 저자의 이름을 가리고 보는게 좋을 듯 싶다. 이 이야긴 좋은 잠언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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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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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주도로 떠난다. 왠지 말해줘야 할 것 같아서.'

그게 전부였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지인 몇몇이 휴가를 더해 제주도를 향해 떠나며 카톡으로 남긴 인사말은 그게 다였다.

위로와, 미안함과, 기대함이 범벅된 복잡한 인사말 속에서 밀린 일을 하느라 야근을 하는 나에겐, 오직 '부러움'만 남아 있었다.

그 때 나에게 아내가 선물해 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고작 여행 기문으로 대리 만족이나 하라는 실질적인 위로에 가까운 해결책이지만, 고작 방구석에 앉아서 남들이 직접 경험하는 그 모든 것들을, 그저 책으로 접해야만 하는 것이 파편처럼 초라해 보였던게 사실이다.(실제로 이책을 참 좋아함에도 말이다.)

그렇게 툴툴 거리는 마음으로 이 책과 함께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을 함께 했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삽화로 꾸며진 풍경을 보느라, 그리고 내용에 취해서 한번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기도 하였다.
지하철에 내 몸을 실었지만, 그러나 이미 가 있는 누구와도 부럽지 않은 포만감이 몰려왔다.  
감사함이 몰려왔다.
내가 이미 제주도에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당최 내가 지금껏 알았던 제주도는 뭐였지?라는 의구심이 몰려왔다.

최근 2년에 한번 꼴로, 친구들 혹은 연인과, 이도 저도 안되면 홀로 다녀온 제주도는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정확한 동선이 없어도 아름다웠고, 이 땅이 우리나라에 속해 있음을 감사했지만, 그 땅이 가지고 있는 아픔에 대해서는 차마 묻지도, 느끼지도 않았다.

탐라국 이래로

몽고에 의한 지배
삼별초의 대몽 투쟁
목호의 진압
이재수의 난
일제 시대

그리고 4.3 사건까지. 제주도의 아픔은  오랜시간 축적되어 왔지만
그러나 내가 제주도를 좋다고 말하는 것에는 

그저 낯설고 이국적인 여행지에 불과했다.

가장 좋았던 이 책의 부분을 떠올린다면 
추사 김정희와 제주도의 인연에 대한 것이었다.

쉰이 넘은 나이에 귀양지로 제주도가 정해진 그는, 9년이라는 시간동안 귀양지 밖을 제대로 벗어나지도 못한 채 살았고, 그와 육지에 두고 온 아내와의 사연은 몇번이나 맘을 애잔하게 만들었다.

서신이 왕래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아내가 병을 얻어 이미 운명을 달리 했음에도, 그 사실을 모른 채 아내가 걱정된 추사의 사모곡을 읽을 땐, 결국 목이 매였었다.

3월에 다시 제주도를 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여행짐은 당일 새벽에 싸는 거야. 라는 평소의 지론대로 분명 떠나는 날 분주한 새벽을 보내겠지만, 그러나 이 한권의 책은 분명 그 짐속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올 한 해 24권의 책을 볼 생각이다.

50권이나 백권의 목표와 멀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 어느 해보다 깊이 있는 독서를 해 볼 생각이다.

2013년 첫번 째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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