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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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주도로 떠난다. 왠지 말해줘야 할 것 같아서.'

그게 전부였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지인 몇몇이 휴가를 더해 제주도를 향해 떠나며 카톡으로 남긴 인사말은 그게 다였다.

위로와, 미안함과, 기대함이 범벅된 복잡한 인사말 속에서 밀린 일을 하느라 야근을 하는 나에겐, 오직 '부러움'만 남아 있었다.

그 때 나에게 아내가 선물해 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고작 여행 기문으로 대리 만족이나 하라는 실질적인 위로에 가까운 해결책이지만, 고작 방구석에 앉아서 남들이 직접 경험하는 그 모든 것들을, 그저 책으로 접해야만 하는 것이 파편처럼 초라해 보였던게 사실이다.(실제로 이책을 참 좋아함에도 말이다.)

그렇게 툴툴 거리는 마음으로 이 책과 함께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을 함께 했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삽화로 꾸며진 풍경을 보느라, 그리고 내용에 취해서 한번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기도 하였다.
지하철에 내 몸을 실었지만, 그러나 이미 가 있는 누구와도 부럽지 않은 포만감이 몰려왔다.  
감사함이 몰려왔다.
내가 이미 제주도에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당최 내가 지금껏 알았던 제주도는 뭐였지?라는 의구심이 몰려왔다.

최근 2년에 한번 꼴로, 친구들 혹은 연인과, 이도 저도 안되면 홀로 다녀온 제주도는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정확한 동선이 없어도 아름다웠고, 이 땅이 우리나라에 속해 있음을 감사했지만, 그 땅이 가지고 있는 아픔에 대해서는 차마 묻지도, 느끼지도 않았다.

탐라국 이래로

몽고에 의한 지배
삼별초의 대몽 투쟁
목호의 진압
이재수의 난
일제 시대

그리고 4.3 사건까지. 제주도의 아픔은  오랜시간 축적되어 왔지만
그러나 내가 제주도를 좋다고 말하는 것에는 

그저 낯설고 이국적인 여행지에 불과했다.

가장 좋았던 이 책의 부분을 떠올린다면 
추사 김정희와 제주도의 인연에 대한 것이었다.

쉰이 넘은 나이에 귀양지로 제주도가 정해진 그는, 9년이라는 시간동안 귀양지 밖을 제대로 벗어나지도 못한 채 살았고, 그와 육지에 두고 온 아내와의 사연은 몇번이나 맘을 애잔하게 만들었다.

서신이 왕래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아내가 병을 얻어 이미 운명을 달리 했음에도, 그 사실을 모른 채 아내가 걱정된 추사의 사모곡을 읽을 땐, 결국 목이 매였었다.

3월에 다시 제주도를 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여행짐은 당일 새벽에 싸는 거야. 라는 평소의 지론대로 분명 떠나는 날 분주한 새벽을 보내겠지만, 그러나 이 한권의 책은 분명 그 짐속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올 한 해 24권의 책을 볼 생각이다.

50권이나 백권의 목표와 멀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 어느 해보다 깊이 있는 독서를 해 볼 생각이다.

2013년 첫번 째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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