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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2만 리 1 ㅣ 비룡소 클래식 25
쥘 베른 지음, 드 뇌빌 외 그림, 윤진 옮김 / 비룡소 / 2011년 2월
평점 :
미지의 공간을 탐색하는 인간의 본능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미지의 세계란 곧 새로운 무언가의 등장을 의미한다.
산업 혁명의 정점에서 증기 기관과 전기가 세상을 바꾸던 19세기 후반,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뜨리며 불쑥 나타난 '바다 괴물'의 소문은
당시 사람들의 도파민과 지적 탐욕을 한껏 자극했을 테다. ⚡️
과학이 만물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던 시대상을 고려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를 둘러싼 해양 학계의 열띤 찬반 논쟁과
이를 추적하기 위해 출항하는 링컨호의 모습은 정복과 탐험을
말미암아 제국주의적 시대상과 맞물려 보였다.
“바다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무대다.”
피에르 아로낙스 박사의 말처럼 당시의 바닷속에는
지식이 다다르지 못한 어둠의 문명이자,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초자연적인 공간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괴물을 마주한 인간은
자신들이 창조한 최첨단 증기기관 앞에서 괴물이라고 칭하는 바다 고래조차
결국엔 지쳐 굴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미지의 존재를 향한 순수한 호기심과 기술 문명의 힘으로
자연을 제압할 수 있다는 19세기 인간의 오만이 교차하는 부분이라 인상 깊었다.
작살잡이 네드와 하인 콩세유, 그리고 아로낙스 박사만이 망망대해 한가운데, 괴물이라 믿었던 존재 위에 남겨진다.
드디어 괴물의 정체가 철제 잠수함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신묘한 옷차림에 알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네모 선장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자유를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은
철저히 감추고, 필요하다면 타인의 자유까지 제한하겠다는
네모 선장의 태도는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런 그가 아로낙스 박사에게 해저 세계 일주를 제안한다.
특히 11장에서 노틸러스호의 내부를 둘러보는 장면은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흥미로웠다.
바닷속을 항해하는 잠수함 안에 이토록 놀라운 공간이 존재하다니!
네모 선장의 서재에서 '책이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유일한 끈'이라
설명에서도 그를 더욱 비범하고 신비로운 존재로 다가오게 했다.
이어지는 12장에서는 오직 전력으로만
움직이는 노틸러스호의 동력 원리와 보트의 구조까지 다루어지는데,
디테일한 과학적 지식이 앞으로 펼쳐질 해양 탐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다.
아무래도 수상했다.👀
황홀한 바닷속 풍경을 아로낙스 박사의 눈을 빌려 보고 있어도
네모 선장과노틸러스 호에 대한 미심쩍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확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놀이동산’에 입장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즐거운 공간이라도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퇴장해야 할 때가 존재한다. 그런데 노틸러스 호에서는 그 시간을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여러 해역을 넘나들던 노틸러스 호는 암초에 걸려 좌초한다.
보름 후 만조가 다가오면 자연스레 벗어나리라 확신하는
네모 선장은 육지 탐방에 나서는 세 인물을 막아서지 않는다.
오랜만에 육지에 발을 디딘 세 사람은 동물의 고기와 과일을 탐하지만,
그곳에서 마주친 원주민들은 식인종이자 ‘야만인’이라 지칭한다.
여기서 작품에 반영된 시대적 인식의 차이를 실감했다.
비유럽 사회를 미개하다고 표현하고,
유럽 문명의 우월성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선에는
문화적 다양성을 동등하게 바라보지 못했던 당대의 한계가 드러난다.💡
지금까지 쥘 베른이 묘사한 아름다운 바닷속 이야기는
내게 동화 속 세상, 꿈같은 놀이동산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즐겁게 바라보던 바다 풍경도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잘 생각해 보면 아로낙스 박사와 잠수함을 이끄는 네모 선장 일행 모두
바닷속 생물에게는 야만인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우월함을 과시하듯 만들오진 금속 잠수함의 엔진 소음은
당시 기술적 한계를 고려하면 해양 생물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주민은 야만인이고, 노틸러스 호의 사람들은
문명인이라고 구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
"박물학자들이 정확히 관찰한 바에 따르면 산호는 나뭇가지 모양으로 자라나면서 광물이 된다. " p.391
"관산호, 뇌산호, 별산호, 버섯산호, 패랭이산호가 눈부신 보석이
흩뿌려진 꽃 카펫처럼 발 아래 펼쳐져 있었다. 진정 말로 그려 낼 수 없는 광경이었다!" p.394
그럼에도 바다가 선사하는 즐거움은 여전했다.
산호가 동물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웠다.
산호가 이루는 아름다운 장관을 마치 영상이 재생되듯
문장으로 바라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네모 선장과 아로낙스 박사가 나누는 바닷물의 밀도와 수압에 관한 논의도
새롭게 배울 수 있어 흥미로웠다.
같은 바다라도 해역과 환경에 따라 물리적 특성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한편,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잠수함에도 호기심이 일었다.
작품 속에서 완전무결한 잠수함처럼 표현되는 노틸러스 호를 보면서
19세기의 잠수함과 실제 공학 기술이 발전해 온 역사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쥘베른의 상상력이 독자로 하여금 과학의 역사까지 들여다보게 만든다.
문학과 과학은 과거와 미래를 서로 공유하는 매개체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된다.
과연 《해저 2만리》 2권은 또 얼마나
의뭉스럽고 새로운 세계로 나를 초대할까.🐚
멀리서 나타난 하나의 점을 보고
네모 선장과 부선장이 일행에게 숨긴 비밀은 대체 무엇일까.🤔
인스타 우주 @woojoos_story 진행 및
비룡소 출판사의 도서 협찬으로 우주세문단 단톡방에서 함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