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2026.가을 - 70호
자음과모음 편집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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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단어나 한 문장을 놓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찾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적이지만,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랄까.

오히려 그래서 활자가 담긴 책을 통해 관심사에 관해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펼쳐주는 작가를 찾아보는 것 같다.

양방향 탐구 생활 , 「시소」 💌
이번 자음과 모음 가을호에서 가장 먼저 눈길이 머문 곳은 노태훈 평론가와 이동휘 소설가가 편지를 주고받는 「시소」였다.

소설을 읽고 편지를 나누는 행위는 요즘 SNS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교환 독서’를 떠올리게 했다. 다른 사람이 책에 남긴 메모를 읽다 보면 저마다의 시선이 얼마나 다른지 느끼게 된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장이나 장면을 새롭게 바라보는 일도 생긴다.

특히 이동휘 소설가가 "소설 읽기를 통해 제자리를 찾는다고 이야기하는 부분"과 "인물과 사건, 시간과 공간을 없던 자리에서 만들어내거나 존재한다고 믿게 하는 것이 소설의 힘"이라는 노태훈 평론가의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책을 펼치기 전과 읽는 도중에 자기 자신을 흘끗 바라보게 된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두 사람의 편지를 따라가다 보니 나도 누군가와 이런 양방향의 소설 탐구를 해보고 싶어진다.

키워드의 변주, ‘오컬트’ 👻
이번 자음과 모음 계간지 가을호의 주제는 ‘오컬트’다. 거두절미하고, 정현우 시인의 시 「프렉」 을소개해 보고 싶다.

"(•••)상실을 선언하러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굴절 속에서 빛 한 조각을 들고 들어올 뿐, 누군가는 방을 빠져나간 것들을 탓하지 않고, 빛의 작은 갈래를 이식하러 오는 구원을 마다하지 않을 뿐, 푸른빛이 이미 꺾인 손가락들을 끌어안고 있는 그를 조용히 비추고 있다."

감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데도 이상하게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시인 특유의 문체와 문학적 분위기에 취해 오래도록 머물렀다.

오컬트라고 하면 특정 마니아들만 즐기는 장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요즘은 오컬트가 다른 장르와 결합해 OTT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확장되고, 하나의 놀이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령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나폴리탄 괴담을 만들고, 흉가 체험 장면을 캡처하고, 댓글로 감상과 경험을 정리하며, 각자의 해석을 덧붙여 이야기를 재생산하는 방식이다. 오컬트라는 문화가 기괴함을 넘어 몰입형 ‘놀이’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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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영 편집 위원의 글인 「읽는 게임, 보는 괴담, 놀이형 스토리」에서는 웹소설《괴담출근》을 통해 달라진 독서 문화와 독자의 참여 방식에 대해 말한다.

"게임과 유튜브 실황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향유되던 문화가 대중적인 독자층을 포섭하면서 이야기를 즐기는 방식도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석하고, 공유하고, 함께 노는 것이다. "

글을 인용해서 소개하자면, 웹소설《괴담 출근》은 치밀한 설계와 긴 호흡의 연재를 통해 독자들의 해석 놀이를 지속시키며, 장르의 벽을 허물었다기보다 모든 독자를 벽 안쪽의 관람석에 앉혔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
플랫폼 시대의 문학이 성행하는 요즘, 기술 환경이 독서와 창작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문학을 누리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독자의 자리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무엇을 읽을지뿐만 아니라 누구와 함께 읽을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흩어진 기억을 연결하는 언어, 서사의 시점 변화가 만드는 긴장감, 타인과의 연결에 목말라 있는 독자들의 서정성까지 사로잡은 내용들이 가득한 자음과 모음 가을호였다.

관심사를 나눌 누군가를 찾고 싶어 책을 펼쳤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보니 이미 여러 사람과 긴 대화를 나눈 기분이 든다. 문장을 통해 맺어지는 느슨한 연결이란 이런 경험이 아닐까. 📝

#자음과모음 #계간지 #가을호 #오컬트 #도서협찬
인스타 @mogamjoo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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