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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사전 2 - 알아두면 쓸모 있고 읽다 보면 빠져드는 사물의 세계 ㅣ 그거 사전 2
홍성윤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10월
평점 :
“왜 그거 있잖아.”
정확한 명칭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필수 지식은 아니지만, 모르면 괜스레 궁금해지는 수많은 '그거'들을 위한
《그거 사전 2》가 돌아왔다.
실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물건 외에도, 대화 중에 불쑥 등장하지만
이름을 몰라 답답했던 무수한 '그거'들의 진짜 이름을 찾아보자.
책을 읽으며 내가 유독 경계를 나누는 구조물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패닉 바’,
심리적 장벽을 만드는 ‘인제책’,
공간의 소속을 나타내는 ‘문주’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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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바는 이름에 들어간 ‘패닉’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알고
나면 마음이 아려 오는 물건이다.
피로 쓰인 안전의 역사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좀처럼 읽지 않는 문장이 있다.
바로 문에 적힌 ‘미시오.’와 ‘당기시오.’이다.
과거 건물의 출입문 중에는 안쪽으로 당겨야 열리는 구조가 많았는데,
화재와 같은 긴급 상황에서 사람들이 출입구로 한꺼번에 몰리면
문을 열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대피하려는 사람들이 문 앞에 밀집하면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이러한 비극은 비상구의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패닉 바는 문에 설치된 가로 막대를 밀기만 해도
바깥으로 열리도록 만든 비상 탈출 장치다.
내게는 건물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려던
이름 모를 사람들의 목숨이 새겨진 물건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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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책이라는 단어를 보면 쉽사리 어떤 물건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진짜 그게 뭐야? 하는 사람이 많을 테다. 나도 그랬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작품 앞에 낮게 설치된 정중한 선을 인제책이라고 한다.
40~100cm 높이의 비교적 낮은 구조물이지만,
선 하나가 주는 심리적 장벽은 생각보다 크다.
우리는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려다가도
그 앞에 설치된 선을 발견하면 한발 물러서서 감상한다.
선을 긋는 행위가 하나의 규정을 만드는 셈이다.
작품과 관객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나타내면서도, 안쪽에서는 작품을 보호하고
바깥에서는 관객의 배려를 끌어낸다.
강제적인 통제보다 서로를 존중하는 약속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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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라는 단어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시골 마을을 지나다 보면 ‘수달 마을’이라고 적힌 표지석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와 비슷하게 아파트 입구에 브랜드나 단지명을 내세워
설치한 구조물을 문주라고 한다.
아파트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며,
첫인상과 상징성을 결정하는 대형 구조물로 변모해 왔다.
그런데 책에서는 문주의 역할을 단순히
아파트의 상징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인 출입 금지에 관한 논의로 이어간다.
하나의 문처럼 여겨졌던 문주가 내부인과 외부인을
구분하는 경계선으로도 작용한다.
__🤔👀💭
그렇다면 경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세 가지 물건을 살펴보니 경계가 지닌 역할도 제각각이었다.
패닉 바는 위급한 상황에서 경계를 열어 생명을 구하고,
인제책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작품과 관객을 보호한다.
반면에 문주는 소속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장벽이 된다.
여기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네 것과 내 것’을 구분 짓는 문화가 떠올랐다.
우리는 소유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데 익숙하다.
내가 사는 아파트와 남이 사는 아파트, 입주민과 외부인으로 기준선을 딱 그어버린다.
재산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구분은 필요하지만,
때로는 그 선을 넘어 사람의 소속과 자격까지 구분하려 한다.
그 중에서도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시설이
타인을 배제하는 수단으로 작동하는 순간에는
경계가 지닌 본래의 목적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공간일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일까.
인제책에 주목한 이유도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높고 견고한 벽을 세울 필요는 없다는 점이었다.
낮은 선 하나로도 사람들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지만,
배려가 사라진 높은 장벽은 단절의 상징으로만 남는다.
《그거 사전 2》를 통해 이름조차 몰랐던 사물들의 쓰임을 알아가면서도,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의 의미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선을 긋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경계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누군가를 보호하려 만든 선이 타인을 밀어내는 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경계는 열려야 하고, 어떤 경계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거 사전 2》📗
지은이 홍성윤
발행인 문태진
펴낸곳 (주)인플루엔셜
일러스트 안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