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깊을수록 미안한 게 많다 - 반야암 지안 스님의 산중 수상록
지안 지음 / 불광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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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 무엇인가요?”

신입 시절, 회사에서 제법 높은 자리에 계신 분께 
패기 넘치는 신입다운 (?)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호탕한 웃음 뒤에 남겨진 단어는 바로 ‘내려놓기’였다.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조직을 떠난 뒤, 
평범한 동네 아저씨로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말씀이었다. 

사회초년생이었던 내게 그 대답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지안 스님의 《인연이 깊을수록 미안한 게 많다》를 읽는 내내 
그때의 ‘내려놓기’가 떠올랐다.

🌿

이 책은 반야암에 머무는 지안 스님이 계절의 흐름과 산사의 일상을 통해 삶을 기록한 산중 수상록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연을 읽는 일이 어느새 사람과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어진다
조용한 산사의 일상을 통해 삶의 본질을 들려준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사실 우리는 “내려놓기”를 흔히 삶의 황혼기에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타인의 화려한 삶이 실시간으로 소비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2030에게도 
내려놓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연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난과 고용 불안, 끝없는 비교 속에서 과도한 불안을 덜어내고 
자신만의 속도를 찾는 일은 이제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내려놓기는 특정 세대의 과제가 아니라, 모든 세대가 평생 배워야 할 삶의 태도인지도 모른다.

💬

지안 스님은 “꽃이 지는 것은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맺고 다음 봄을 기약하기 위한 거룩한 후퇴”(p.76)라고 말한다. 

사라짐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며, 
지나가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흘러가는 결을 따라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면 세월은 그리 두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또한 인연이 깊을수록 오히려 미안한 것이 많아진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는 제행무상의 이치와 “사는 것을 원하지도 죽는 것을 원하지도 않으며 오직 인연을 기다릴 뿐”이라는 사리불의 말은 삶과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전한다. 

산수(傘壽, 80세)에 이른 스님의 문장은 오랜 세월을 살아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위로처럼 다가왔다.

🌧

비가 온 뒤 통도사로 향하는 다리 아래 강물은 더욱 세차게 흐른다. 

그 물소리를 벗 삼아 벤치에 가만히 앉아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속세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던 누군가의 헛소리와 끝없는 비교, 근심과 불안도 함께 씻겨 내려가는 듯한 후련함이 있다. 

책 속 산사의 풍경은 단순한 자연 묘사에 그치지 않는다. 
내려놓음이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마음속 소음을 하나씩 덜어내는 일임을 조용히 일깨워 준다.

✍️

같은 책을 읽어도 오래 머무는 문장이 다른 이유는 저마다의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내려놓기’가 그 문장이었다. 

우리는 더 많이 가지는 법은 익숙하지만,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는 좀처럼 배우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음이 지쳤을 때 읽는 위로의 에세이를 넘어, 
바쁘게 살아갈수록 한 번쯤 걸음을 늦추고 삶의 방향을 돌아보게 해준다.

언젠가 누군가 다시 내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예전보다 조금은 담담한 마음으로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내려놓는 사람이 되는 것.“ 이라고 말이다.

《인연이 깊을수록 미안한 게 많다》
지은이 지안 스님
발행인 박상근 
펴낸 곳 불광출판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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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본 도서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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