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소설가 또는 비직업적 소설가의 소설들, 그리고 그러한 소설들이 소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나 편견,또한 독자나 가끔은 소설가로 활동하는 소설가나 비평가로 활동하는 비평가도 가지고 있는 오해가 아닐까.
소설은 이야기, 그러니까 어떤 아이디어, 독특한 발상, 상상력이 머릿속에 있고 그것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라는 것. 소설이 단순히 독특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시시할까. 그것은 독특한 아이디어 밑으로 작품이 수렴되는 것인데,
그건 그림이 단지 그 그림이 묘사하는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 사진이 어떤 상황을 알리는 역할만 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
소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쓰는 게 아니라 알고자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거나 볼라뇨의 말처럼 "어둠 속에 머리를 처박은 채 허공으로 뛰어내릴 줄 아는 것",
다시 말하면 어떤 단일한 주제나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금정연씨와 나는 나눴다.
엉성한 문장, 나이브한 자본주의 비판(일반적이고 상식적이고 단순해서 전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고 반성도 불러오지 않는 비판)이 <엄청멍충한>을 재미없게 만든다고 우리는 말했다.
-p.32
독립 출판을 하는 이들은 실험적이거나 도전적인 작업을 하(려고 하)는 이들인데 소설은 오히려 퇴행적이라는 사실은, 이들이 소설에 대해 사실은 굉장히 관심이 없다는 것,
이를테면 미술은 현대미술이나 추상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문학에 대해서는 미술로 치면 인상파 이전의 인식, 현실이나 관념을 모사해내는 것(뛰어나게든 기발하게든)이라고밖에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한 아이러니에 대해 말했다.
- p.33
바틀비 증후군
베케트는 침묵에 빠져 있었고, 조이스 역시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경우에도, 대화는 자주 두 사람 다 슬픔에 젖어 침묵만을 교환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베케트는 대부분 세상 때문에 슬펐고, 조이스는 대부분 자신 때문에 슬펐다.
- <바틀비와 바틀비들> (엔리께 빌라―마따스 저, 조구호 역, 소담출판사(2011) 에서 재인용.
- p.35
C.S. 루이스는 <문학비형에서의 실험> 을 통해 어떤 사람이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문학적인 취향을 판단하던 일반적인 관습을 뒤집어 어떤 사람이 문학을 읽는 방식에 따라 어떤 장점을 찾아낼 수 있는지 추론하는 사고실험을 제안한다.
그는 서로 다른 독서 방식을 가진 다수와 소수로 독자들을 구분한다.
하나. 다수는 어떤 책을 두 번 다시 읽는 법이 없다.
반면 소수는 다시 읽기의 기쁨을 아는 독자이고 좋아하는 책이라면 열 번, 스무 번, 서른 번도 읽는 독자다.
둘. 다수는 아무리 책을 자주 읽는다고 해도 독서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수는 정확히 그 반대로 한동안 독서를 하지 못하면 마음이 가난해지는 것을 느낀다.
셋. 소수는 어떤 문학작품을 읽고 영원히 바뀐다.
다수는 조금은커녕 아무런 변화도 겪지 않는다.
- P.58
글쓰기에 대한 역사적 유형학
롤랑 바르트는 작품과 이상 자아에 가까운 나의 연관관계에 따라 문학을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1. 내가 증오스럽다 -> 고전주의적 2. 내가 자랑스럽다 -> 낭만주의적 3. 내가 시대에 뒤졌다 -> 현대적
- <롤랑바르트, 마지막 강의> (롤랑 바르트 저, 변광배 역, 민음사(2015) 에서 재인용.
- p.89
우리가 이중의 시대착오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선생님의 지적은 참으로 지당합니다.
시대착오적인 시대를 살며 아무도 읽지 않는 한국문학을 논하는 시대착오적인 행위를 하는 우리.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시대착오인지 모릅니다. 하나의 거대한 충동 혹은 제어할 수 없는 의지로서의 시대착오 -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말씀입니다.
찰스 다윈
하지만 나는 오늘 몸이 매우 좋지 않고, 매우 바보 같으며, 모두가, 모든 것이 싫소.
- 1861년 10월 1일, 찰스 다윈이 찰스 라이엘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2010년 9월 18일, 미국의 에픽스 채널에서 방송된 자신의 쇼 <완전 웃긴> 에서 루이스 C.K. 는 기술-문명의 발전과 인간의 삶에 대해 고찰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경이로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이걸 싫어하거든. 난 아직까지 한 번도 누가 내 폰이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이러는 걸 못 봤어.
다들 이러지. 아 진짜 좆같아서 못 쓰겠네. 이거 왜 안되고 지랄. 이런 식이라고.
일 초만 기다려! 그걸 못해? 딱 일 초만 줘봐! 그 신호 우주까지 날아간다고! 신호가 우주까지 날아갔다 돌아오는 데 일 초도 못 기다려?
빛의 속도도 네 성에 안 차냐? 그냥 좀 기다릴 수 없겠어? 숨 한 번만 가볍게 쉬어볼 수 없겠냐고!
우린 다 그냥 화가 나 있는 거 같아. 내 폰 진짜 존나 싫어!
아니, 아니거든! 그거 대단한 거야. 이 세상에서 제일 구린 폰조차도 기적이나 다름없다고!
그 폰을 쓰는 네 인생이 좆같은 거지!"
- p.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