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의 거리를 걸으면서 새삼스럽게 길을 포장한다는 이 사치스러운 인간의 문화를 생각하게 된다.

도로 포장의 혜택은 평민과 가난뱅이들에게도 주어지는 도시의 선물이다. 발에 흙탕칠을 하는 것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서울 거리의 어디에나 인도의 포장이 제대로 된 곳이 한군데도 없다. 으스러지고, 뒤집어지고, 찌그러지고, 무시로 파헤치고, 다시 엉터리 포장을 하고, 서양 도시와 우리 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는 이 길을 덮는다는 것에 대한 감각의 차이에 있지 않나 싶다.

우리는 그 일을 그렇게 기본적으로 중요한 일로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문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농촌에서 흙탕물에 발을 담그고 살아온 감각 때문일까? 논농사를 하지 않고 밭에서만 일을 해온 사람들의 감각 때문일까?

유럽의 골목들이 아름다움은 그러고 보면 그 골목이 모자이크처럼 견고하게 포장된 때문일까? 유럽의 도시는 길바닥도 도시인 것이다.

20층, 30층짜리 빌딩에서 한발 밖으로 나서면 거기는 발목이 삐기 십상인 초라하고 불결한 인도가 있는 우리나라.

파리나 로마는 현대 도시로서의 다른 기능은 몰라도 보통 사람들, 소시민들이 안심하고 걸어다니고, 길가의 찻집에서도 쉬고 갈수 있는 리듬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