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읽고 함께 살다 - 한국의 독서 공동체를 찾아서
장은수 지음 / 느티나무책방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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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 읽어본다
장으뜸.강윤정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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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강윤정 편집장의 (SNS) 독자다. 내가 그의 인스타 계정을 우연히 발견하고 보게 된 시점에 그는 허리 디스크(아마도 직업병일...) 로 인해 많이 아팠고, 휴직 상태인 것 같았다. 한때 내가 많이 읽었던 마음산책 에세이도 편집했던 이력이 있는 것도 알게 되었고, 결국 다시 일로 복귀해 또 책을 만드는 모습에 내적 안타까움도 느끼고... 최근 배수아와 장혜령의 책에 이르러서는 독자인 내가 '미처 기다린지 몰랐던' ( 팟캐 '네시이십분 라디오'에서 밝힌 강편집장의 말을 인용한 것) 책을 만들어주심에 감동에 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내게 남편 장으뜸 대표는 강 편집장의 SNS에 종종 과묵하게 등장만 하는 존재, '대상'이었다. 그래서 직접 말/글을 듣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만난 으뜸님의 글은 익히 알던 윤정님의 유려한 말/글과는 결 다른 감동이었다. 


그의 글은 홍대의 명소였던 북카페 '카페콤마'를 운영하는 일상을 바탕으로 했는데, 더 풀어낼 이야기도 많을 것 같은 풍부한 느낌이라 독서록의 부분으로 스며든 게 아까웠을 정도였다. 별개의 책 하나로 묶여도 충분히 기능을 하면서도 아름다운 에세이였을 것 같다. 


책에 대한 애틋함, 문학 전공자로서의 순정. 그 마음을 간직하고 놓지 않으면서도 매일 현실적인 운영을 궁리해야 했을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는데 담담한 문체가 엄청 인상적이다.  


나는 국문과에서 전공 인정이 되는 문예창작학과 수업을 많이 들었었다. 으뜸님의 글을 보는데 그 때의 향수가 아득하게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글 하나를 낳았다면 이것은 왜 그날의 밥벌이, 일, 업이 되지 못할까, 장정일의 시가 생각나며 숙명같은 슬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내는 오랜 전부터 자신의 동굴에 불을 밝혀놓은 사람이다" 이런 찡한 글 한 줄,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 않냐며...)  


많은 책들을 검토해야 하는 두 분의 직업적 특성상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쌓이는 게 같은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비슷한 점이지만, 특별히 이 책이 내게 더 오래 남았던 건 이런 여운 때문이었음을 꼭 적어두고 싶었다. 또다른 책, 글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많이 내 주세요 :-) 


어제의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매일 발버둥치는데, 기업들은 나를 기호화된 범주 안에 잡아두려고 발버둥친다. (장으뜸)

"그대는 나날이 나아가십시오. 나 또한 나날이 나아가겠습니다. (연암 박지원) "

이 책이 특히 더 인상 깊게 남는 건, 그래, 이 맛에 소설을 읽지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사건‘을 ‘삶‘으로 바꾸는 일. 들리지 않고 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리고 보이게 기록함으로서 그들의 삶을 복원하는 일. 기억되도록 하는 일. 그저 그렇게 되어버린 삶이라 치부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일. 끝끝내 불편하지 않기 어려울 세계를 보다 섬세하게 인식하고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소설의 효용을 체감하며, 소설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자 문학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어느 면에서는 안도와 위안의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강윤정)
- P187

어딘가를 가고 있는데
목적이 없다는 점에서
문학은 산책 같다.

절대 뛰는 법 없이 느릿느릿
자기 안을 걸어다니는 예술가의 살찐 영혼이
오늘은 구름처럼 포근하다.

- 로베르토 발저 <산책자>에 대한 글 (장으뜸)

삶은 여전히 지불유예인데,
우리는 살면서 한 가지 역할놀이만 한다.
채무자채무자채무자채무자채무자
- ‘있을 법한 이야기‘에서

씁쓸한 마음이 들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앞부분엔 "부채감이 우리의 존재감"이라는 시구가 있다.
시의 효용이란 이런 시구에 공감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스스로 덧붙이는 데 있겠지.
비유이기도 하고 실제이기도 한 이 고단한 ‘역할놀이‘에 문제의식을 품고 나름의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것.
친애하는, 이 망측한 사물들과의 관계 속에 삶이 내미는 위로인지 경고인지 모를 손을 잡고 오늘을 살아내는 것.

채플린처럼 "가리는 울음과 드러내는 웃음이 반반 섞"인 표정을 지어보는 것 (‘눈물의 원료‘) ,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삶이라는 환멸을 견디며 최소한의, 그러나 최선의 인간적 선善에 가까워지는 일일지 모르겠다.

- 이현승 <친애하는 사물들>에 대한 글 (강윤정)

언어는 무한한 정성으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끊임없이 고사하는 관목들이다. 우리 내부에서 어떤 토양도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바람 속에서 한결같이 서로에게 매달린다. 우리는 사막에서 쉬지 않고 뿌리를 더듬는다. 우리의 기력은 계속해서 쇠퇴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어둠과 침묵에 합류한다. 마치 물이 도랑으로 흘러들 듯이. (장으뜸)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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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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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통함이 잊힐 것이 두렵고, 또다시 번들거리는 얼굴로 웃게 될 것이 두렵다. 죄악의 구렁텅이에 더 깊이 잠겨들며 죄악이 죄악인 줄도 모르고 마음이 무디어 질 것이 두렵다.

우리는 또다시 아이들을 줄 세우고, 결국 따지고 보면 너는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뜻으로 요약될 말로 훈계를 할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예능’을 찾아 채널을 돌리며 우리가 잘 살고 있다고 흐뭇해할 것이다.

천년 숲이 불도저에 형체도 없이 무너져도 다른 숲이 아직 많다고 말할 것이며, 개펄에 둑을 쌓아 생명의 땅을 사막으로 만들고도 지도를 바꾸었다고 자랑할 것이다.

저 높은 크레인 위에서 한 인간이 목에서 피가 넘어오도록 소리 질러도 우리는 땅만 내려다보고 걸을 것이며, ‘희망퇴직’을 당하고 목매단 사람이 내 가족도 내 친척도 아닌 것을 우선 확인할 것이다.

무슨 말이 이 무서운 망각에서 우리를 지켜줄까. 적은 호두 껍데기보다 더 단단해진 우리의 마음속에 있으며, 제 비겁함에 낯을 붉히고도 돌아서서 웃는 우리의 나쁜 기억력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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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기 안내서 - 더 멀리 나아가려는 당신을 위한 지도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반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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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었던 <멀고도 가까운>에서 솔닛의 사적인 사연과 글쓰기의 공적인 의도가 잘 만나지 못한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바로 그 부분이 탁월하게 잘 조화되어 비교된다. 원문을 읽지 못하는 한국인 독자로선 번역된 문장, 번역가의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는 일은 감수성과 지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명상적이고 아련한 경험이다. 
상실이 주는 선물, 그 정수인 예술에 대해 말하며 그 자체로 예술이 된 너무 멋진 에세이.


과거를 잊는다는 것은 물론 무언가를 상실했다는 감각마저 잃는 것이다. 그런데 상실의 감각이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풍요로움에 대한 기억이자 우리가 현재에 길을 찾도록 도와줄 단서들에 대한 기억이기도 하므로,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익혀야 할 기술은 과거를 잊는 기술이 아니라 손에서 놓아주는 기술이다. 그리고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그 상실 속에서 풍요로울 수 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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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를 옮겨온 번역자가 매료될 만한 글이다.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4장 ‘비행‘은 읽고 쓰는 독자/작가를 매료시키고 내내 용기를 줄 만한 문장들이 빛난다.

또한 ‘감정이입‘과
‘동일시‘가 ‘나‘를 확장해 당신과 연대한다는 의미이고, 자아의 한계가 사랑의 한계이므로 위험과 고통이 분담되더라도 위축된 우리의 자아와 사랑의 경계를 넓혀야 한다는 6장 역시 그녀의 여느 글들에서 만날 수 있는 통찰이 인상깊다.

그러나 더 많은 부분에선 저자의 사적인 얘기와 공적인 의도가 내게는 잘 만나지 않아, 깊게 빠지지 못하고 흘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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