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통함이 잊힐 것이 두렵고, 또다시 번들거리는 얼굴로 웃게 될 것이 두렵다. 죄악의 구렁텅이에 더 깊이 잠겨들며 죄악이 죄악인 줄도 모르고 마음이 무디어 질 것이 두렵다.
우리는 또다시 아이들을 줄 세우고, 결국 따지고 보면 너는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뜻으로 요약될 말로 훈계를 할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예능’을 찾아 채널을 돌리며 우리가 잘 살고 있다고 흐뭇해할 것이다.
천년 숲이 불도저에 형체도 없이 무너져도 다른 숲이 아직 많다고 말할 것이며, 개펄에 둑을 쌓아 생명의 땅을 사막으로 만들고도 지도를 바꾸었다고 자랑할 것이다.
저 높은 크레인 위에서 한 인간이 목에서 피가 넘어오도록 소리 질러도 우리는 땅만 내려다보고 걸을 것이며, ‘희망퇴직’을 당하고 목매단 사람이 내 가족도 내 친척도 아닌 것을 우선 확인할 것이다.
무슨 말이 이 무서운 망각에서 우리를 지켜줄까. 적은 호두 껍데기보다 더 단단해진 우리의 마음속에 있으며, 제 비겁함에 낯을 붉히고도 돌아서서 웃는 우리의 나쁜 기억력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