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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기 안내서 - 더 멀리 나아가려는 당신을 위한 지도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반비 / 2018년 11월
평점 :
앞서 읽었던 <멀고도 가까운>에서 솔닛의 사적인 사연과 글쓰기의 공적인 의도가 잘 만나지 못한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바로 그 부분이 탁월하게 잘 조화되어 비교된다. 원문을 읽지 못하는 한국인 독자로선 번역된 문장, 번역가의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는 일은 감수성과 지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명상적이고 아련한 경험이다.
상실이 주는 선물, 그 정수인 예술에 대해 말하며 그 자체로 예술이 된 너무 멋진 에세이.
과거를 잊는다는 것은 물론 무언가를 상실했다는 감각마저 잃는 것이다. 그런데 상실의 감각이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풍요로움에 대한 기억이자 우리가 현재에 길을 찾도록 도와줄 단서들에 대한 기억이기도 하므로,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익혀야 할 기술은 과거를 잊는 기술이 아니라 손에서 놓아주는 기술이다. 그리고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그 상실 속에서 풍요로울 수 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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