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이데올로기 - 수저 계급 사회에 던지는 20가지 질문
조돈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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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고소득자가 다수의 저소득자를 지배하는 불평등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불평등 체제는 자본계급을 중심으로 한 지배 세력의 이데올로기인 '불평등 이데올리기'와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한 피지배 세력의 이데올로기인 '평등 이데올로기'의 투쟁의 결과에 따라 더 불평등하거나 더 평등해질 수 있다는 보수 경제학 출신의 피케티가 역설하는 '이데올로기 투쟁의 역사'관점을 기반으로 불평등 이데올로기를 파악한다.

불평등 체제는 절대다수를 구성하는 피지배자들이 불평등 체제에서 피해를 받으면서도 불평등 체제를 정당한 것으로 수용하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피지배자들이 불만을 가지고 평등을 요구하면 불평등 체제는 불안정해진다. 시장경제 모델로 불평등 체제를 분석했을 때 미국은 지배계급의 불평등 이데올로기가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스웨덴은 노동계급의 평등 이데올로기의 영향력이 강하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독일이나 스페인처럼 미국와 스웨덴 사이에 있다. 불평등 이데올로기가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피지배계급의 평등 이데올로기를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라서, 한국은 불평등 체제는 불안정하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서 등장한 금수저, 흙수저와 같은 수저 계급 명칭은 노력의 중요성보다 출신 배경의 중요성이 상승하는 추세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출신 배경의 상대적 우위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세습 자본주의의 특성, 즉 소득과 자산, 교육을 매개로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왜 불평등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벗어날 여지는 없는지를 이데올로기 중심으로 분석하는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 실태와 불평등이 어떻게 심화되는지 설명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에서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데, 이러한 불평등 배분 구조의 형성과 유지는 계급 역학관계와 이데올로기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2부는 불평등 이데올로기가 한국 사회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지배하는지를 검증한다. 여기에서는 지배계급의 불평등 이데올로기를 구성하는 다음과 같은 세 개의 기본 명제가 나온다. '불평등은 없다.', '불평등이 있다 하더라도, 불평등은 정당하다.', '불평등이 정당화될 수 없다 하더라도 대안적 평등 사회는 실현 불가능하다.'

3부는 한국 사회의 공정성 담론을 불평등 사회의 공정성 원칙과 함께 분석한다. 여기에서는 공정성 문제를 연구행 온 상대적 기준의 공리주의 공정성 원칙과 과정 중시 절대적 기준의 존 롤스 공정성 원칙을 검토한다.

4부는 한국 사회에서 전개디고 있는 불펻응과 불공정 관련 담론의 쟁점을 분석한다. 여기에서는 인국공 ㅅ타ㅐ를 중점으로 국가의 공동선 실현 과제와 반대 담론을 분석하며 공정성 가치를 동원한 반대 담론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해부하고, 재벌을 보호하며 공정성 원칙에 역행하는 현상을 분석하여 재벌의 상호적 공정성 원칙 위반 현상을 설명한다.

5부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체제가 구조적으로 불안정함을 촛불 항쟁 사례로 설명하고 향후 변화 가능성을 논의한다. 여기에서는 촛불 항쟁과 이후의 시기를 분석하며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건설을 위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던 촛불 민중이 개혁을 포기한 정부에 실망하며 지지를 철회하는 현상, 평등 사회 대안 관련한 시민들의 모순적 태도를 분석하고 평등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을 제시한다.


불평등한 현실에 불만을 지닌 시민들이 평등한 복지국가를 희망하면서도 그 전형적 모델인 북유럽보다 불평등하고 복지제도가 덜 발달한 미국을 선호한다.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시민들이 북유럽보다 미국을 더 선호하는 현상은 미국의 실체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강대국에 대한 막연한 선망, 그리고 북유럽에 대한 지식·정보 부족 탓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배계급 이데올로기의 영향력도 상당 정도 반영하는 것으로 의심된다. 이는 불평등 체제를 둘러싼 이데올로기 투쟁의 수혜자-피해자 대립 구도에서 불평등을 정족당화하는 지배계급이 승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318,319쪽_불평등 이데올로기

한국 불평등 체제의 수혜자인 고자산·고소득층과 지배계급은 미국식 자유시장경제 모델의 주창자다. 그것은 미국식 모델이 유럽형 조정 시장경제 모델에 비해 사회적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율성과 자본의 지배력을 최대한 보장하기 때문이다. 미국식 자유시장경제 모델의 정책·제도들은 1997~98 외환 위기와 뒤이은 경제 위기 속에서 IMF 구제 금융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도입·실행되기 시작했다. IMF에 의해 강제된 정책 패키지는 금육 시장 개방, 노동 시장 유연화, 공기업 민영화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들이었는데, 현재 한국 시장 질서의 모델이 이미 상당 정도 제도화되어 있다는 사실은 시민들도 자유시장경제 모델에 친화적인 시장·자본의 논리를 내면화하며 적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지배계급은 좀 더 극단적인 자유시장경제 모델을 원하고 있다.

319쪽, 320쪽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하는 가장 큰 숙제는 불평등이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체제는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10명 가운데 아홉 명은 불평등 수준이 심각하다고 보고 불평등에 대한 불만도 높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소득이나 비정규직을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전체 사회가 책임져야 할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불평등과 불공정 수준이 높고 시민들의 불만도 강하고, 노동의 저항고 강력하고, 시민들의 상대적 공정성 원칙에 대한 헌신도가 높고 공정성 원칙 위반에 대한 응징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불안정한 불평등 체제로 언제든이 다시 촛불 항쟁처럼 불평등한 상황을 뒤집으려는 저항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책의 부제처럼 '수제 계급 사회에 던지는 20가지 질문'으로 구성된 책에서 각 질문을 만날 때마다 가까운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평등한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저소득을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평등 이데올로기를 실현하고 싶은 않은 의지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는 세습 자본주의의 고리가 느슨해져서 소수에게 한정되었던 기회가 다수에게 열리기 위해서는 노동자 중심 주체 형성과 소득 재분배가 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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