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 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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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을 읽으면서, 하권에서는 오현우의 삶을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하권은 한윤희의 일기를 통해, 그녀의 삶이 주요 스토리로 진행된다. 그래서 였을까. 윤희의 삶이 지속될 수록 현우의 삶이 더 안타까웠고, 한 사람의 삶의 시대의 잘못 속에 묻혀버리고, 잊혀진 것을 누가 보상해 줄 수 있는가 싶어서.
오현우 그 자신의 삶도 그러했지만, 그 속에서 한윤희도, 그들의 아이도 누릴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을 잃었기에 이 이야기가 나는 더 안타까웠다. 

윤희는 송영태를 돕다가 독일로 떠난 유학길에서 희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를 사고로 잃고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그녀는 그와 그녀의 이름으로 갈뫼의 오래된 시골집을 구입한다. 그리고 매 해 방황하던 시간 마다 그곳을 찾으며, 그와의 시간을 떠올리고, 일기를 남기지만 결국 건강이 악화되어 떠난다. 출소후 그곳으로 돌아온 그는 그녀의 마지막 일기를 읽는다.

그녀의 마지막은...
"당신은 그 안에서 나는 이쪽 바깥에서 한 세상을 보냈어요. 힘든 적도 많았지만 우리 이 모든 나날들과 화해해요. 잘가요. 여보" p.309

화해할 수 있을까. 현우는 딸과의 만남을 통해 미래를 꿈꾸는듯한 결말을 보이긴 하지만, 나는 과연 화해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변한 시대 속에 원망할 대상도 사라졌다. 미래로 한발자욱 나아가야 함에도, 18년이나 잃어버린 나의 삶을 나는 과연 원망치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윤희가 일기 속에 남긴 것이 비단 딸뿐은 아닐것이다.
그녀가 남긴 삶의 기록 속에,

현우가 있었고,
그와 그녀의  삶이 있었고,
그리고 딸이 있으니,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그가 나아가기를 바라는 그녀의 마음을 깊이 느끼면서도,

그래서 그녀의 마음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가 보이지만,
이 책을 읽는 나는 여전히 화가 난다.

그래서 이 책의 결말이.
나는 참 슬프다.

제목만큼.

"오래된 정원"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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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 - 상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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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작가님의 작품 중 하나인 심청을 오래전에 읽었드랬다. 별 생각없이 도서관에서 집어든 작품이였는데, 우리의 현대사 속에 녹아있는 여인의 삶이 너무나 처절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책이다. 그러다 읽은 이 책.
역시나 현대사 속의 한 인간의 삶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하지만 기억 속에서는  몽글몽글 아름다움으로.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오현우.
시골학교 교사 한윤희.
우연히 만난 그 둘은 쫒기는 현우로 인해 갈뫼라는 시골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다. 정말 부부처럼. 조용하게.
하지만 여전한 바깥세상은 현우와 윤희를 그냥 두지 않는다. 결국 현우는 다시 동지들과 만나고 투쟁을 위해 나가던 중, 결국 잡혀, 무기형을 선고받는다.
그리고 지난 18년. 형을 채우고 출소한 현우는 윤희의 편지를 쫒아 윤희와 함께 했던 갈뫼를 찾는다. 그녀가 병으로 죽었다는 것을 알고도.
그리고 그곳에서 윤희가 자신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윤희의 글을 읽으며 자신에 대한 윤희의 생각. 그리고 딸의 흔적을 찾는다.

이 소설은 현우와 윤희의 과거, 현우의 현재를 교차하며 현실은 안타깝지만, 추억 속에서는 그저 아름다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18년. 누군가의 잃어버린 시간. 그저 사상법으로 시대의 아픔으로 뭉뚱그러버리기엔 한 사람의 잃어버린 시간의 갭은 너무나 컸다.
자신의 삶을 살수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수도,
자신 아이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
누구도 돌보지 않은 오래된 정원은 자취는 남지만 황폐함만 남는 공간이다.
그 공간을 다시 돌아온 현우는 그 정원을 다시 그때의 모습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나 가까운 과거인데, 그 시간이 그저 처참함으로 다가오니까. 그저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에도 그러한데, 그 피해의 한가운데 있는 오롯한 한 인간의 삶이 끊어져버린 자취를 읽는다는 것은 소설이지만 아프니까.

하권은 윤희와 함께 하진 못하지만, 현우가 윤희와 현우의 아이 은결을 만나 새로운 정원을 꾸미길 바라며.

하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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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를 기다리며 위픽
조예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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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숨바꼭질 기억해?" 
이라는 부재가 표지 전면에 있는 책이라니. 지인의 추천으로 받은 책의 전면을 보고 책을 잘못 넣었나..? 했는데ㅋ
얇고 작은 책이였고, 조예은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라 아무~ 배경지식도 없이 읽기시작한 책이다.
스릴러일줄이야.
제목은 스릴러가 아니였는데...

주인공 정해는 그림을 그린다. 늘 바다를 배경으로 쌍둥이를 그린다.  남자친구 형석의 프로포즈를 받은 날 우영의 자살 소식을 경찰로부터 전해듣는다. 아주 오랜만에 듣는 이름.
우영이 자살을 했고, 익사체로 발견이 되었고, 그녀에게 남긴 메시지가 있었기에 경찰은 연락을 해온 것이였다. 
그 메시지는 
"우리 숨바꼭질 기억해?"

그녀는 우영과의 추억이 있는 장소 영산으로 향한다.
그녀가 아는 우영은 자살을 할 인물도, 더더군다나 죽기위해 바다로 뛰어들 사람도 아니였다. 그래서 정해는 궁금했다. 대체 왜.
그리고 도착한 영산에서 만난 복은이 건낸 손수건에 표식. 그리고 적힌 문구 '재회'를 보고서는 그녀를 따라 영산교의 산주가 있는 곳으로 간다. 우영은 영산교와 관련이 있었고, 영산을 소유한 인물이였으며, 그곳의 산지기 였으니까.
그리고 되살아나는 영산에서 정해와 우영의 시간들. 그리고 그녀가 쫒는 우영의 흔적들.
산주 최양희.
산지기 우영.
그리고 복희.
그리고 정해.

영산에 숨겨진 일은 무엇이였고,
정해는 그곳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누구를 만날까.
잔잔한듯 스산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책을 펼친 순간부터 눈을 뗄수가 없었다. 정해가 살아있는 우영을 만날 것 같아서.
영산이 그녀를 우영에게로 보내어 줄것 같아서. 
그리고 산주가 이끄는 심야 기도회에서 정해는 우영의 목소리를 듣는다.
'정해야'

영산은 신비로운 곳이다. 많은 이들이 떠난 이를 만나고 싶어 그곳에 물건을 두고 간다. 산지기인 우영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그 물건을 치우고, 산을 관리하는 인물이면서도 영산이 주는 힘을 믿는 사람이기도 하다. 도시의 정해는 그런 것들을 믿지 않지만, 우영이 떠나고야 비로소 돌아온 영산에서 우영과 마주한다.
만조. 해수면이 가장 높은 때.
우영과 정해는 만났을까.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속에서도 전혀 고립되지 않았던 우영과 도시에 살면서도 우영과의 시간 속에 있던 정해. 과거 그 둘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면서도, 현재의 정해가 우영의 자취를 쫒아가는 느낌은 스산하다. 그러면서도 왠지 영산이라는 묘한 기운이 우영의 죽음이 사실인듯 거짓인듯 뿜어내는 그것은 마치 뿌연 안개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실인지 허상인지 조차 가늠 할 수 없게.

정해는 왜 만조를 기다리는 것일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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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멜라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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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으로부터 몇년전에 처음 소개받아 읽기시작한 수상작품집.  매년 끊을수가 없다. 아. 이런일이 있었지 싶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주제들이 가득하고,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는 기쁨을 주는 책.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작품은 김지연 작가님의 반려빚. 처음에 빚을 빛으로 읽고서는 빛에 반려라.. 뭐지? 싶었는데 빛이 아니라 빚이라니... 빚에 허덕이는 모습에 반려라는 표현이라. 정현의 빚의 대부분은 사랑했던 서일로 인함이였다. 그리고 그녀는 떠나갔다. 빚만남은 정현. 닥치는 대로 일을했지만 빚은 줄지 않고, 내 목을 옥죈 빚은 꿈에서조차 내가 먹고싶은 커피한잔을 하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서일. 하지만 정현은 서일을 매몰차게 끊어내지못한다. 이혼 후 돌아온 서일은 제법 큰 돈을 나에게 입금했으나 이자는 계산하지 않은 금액이였다. 하지만 나는 서일이 남기고 간 빚을 다 해결하고, 카드로 살아간다. 또다른 빚의 시작인걸까. 어느 날 반려빚은 너무나 당연히 나의 꿈속에 나타난다. 나는 이미 그 빚을 다 떠나보냈음에도. 너무나 당연히. 
정말 놓은 것일까.
이 시대 안에서 그저 나의 힘으로만 서야 하는 많은 이들에게 빚은 정말 평생의 반려처럼 붙어있다. 그 끔찍을 '반려'라는 말과 붙인 작가가 가혹하다 해야 할지, 긍정적이라 해야할지. 이 소설을 읽으며, 그저 헛웃음이 지어졌다. 

그리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김지연 작가님의 파주. 군대 선임의 폭력에 시달렸던 피해자 현철이 가해자 정호를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현철은 정호에게 한달에 백만원씩 당신이 나를 괴롭힌 벌로 1년을 달라한다. 그러면 사라지겠다고. 그런 현철을 바라보며 정호는 욕을 해대지만, 돈을 입금하고, 정해진 날짜에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현철은 정호의 곁을 어김없이 헤매인다. 어떤 언급도, 해악도 끼치지 않지만, 정호는 현철이 두렵다. 왜일까. 현철은 아무것도 안하는데. 돈을 주기 싫어서이지만 정호는 현철에게 사과도 했다. 그런데도 현철은 딱 1년 한달에 백만원을 요구한다. 
그것 만이라도 해야겠다는 현철은 1년이 지나 정호의 곁을 떠났지만, 이제는 과거를 떠나보냈을까. 수년이 지나고도 잊지 못해 결국은 그것만이라도 해야겠다 찾아오는 현철을 떠나보낸 정호는 다시 원래의 일상을 찾는다. 현철은 위로 받았을까. 정호는 현철을 정말 잊었을까. 최근 밀양 사건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고, 피해자는 아직도 고통속에 살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감히 피해자의 상처를 가늠할 수조차 없기에 파주라는 이 작품이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에 대해서 말이다.

대상 작품인 김메라 작가님의 <이응이응>. 육체적인 쾌락과 정신적 사랑의 묘한 대응이랄까. 그리고 선택적 공감으로 인한 혐오가 일상이 된 지금 공감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어차피 세상은 멸망 할 텐데>, 교육자에 대해 학생에 대해, 지금의 학교가 학생에게 가르치고하는 것과 학생이 학교로부터 원하는 것의 괴리랄까. 묘한 씁쓸함을 남긴 <보편 교양>, 가짜와 진짜 사이에서 진심을 다한 가짜가 스스로 진짜가 되어버린 <혼모노>, 그리고 스릴러일까. 돈과 권력의 수직적 관계를 보여주면서도, 등장 인물 모두가 회색 빛처럼 보이는 <언캐니 밸리>. 지금의 시대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보이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였다. 그래서 늘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즐겁다.

올해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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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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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OTT 에서 드라마로 먼저 알았지만, 지인이 책을 먼저 읽어보라는 추천에 드라마보다 책을 먼저 집었다. 

그리고 한숨에 읽었다.


화자인 '나'의 시선을 따라 떠난 덴마크 브리쉘. 그곳에서 기사로만 만난 이니셜 'L'의 흔적을 따라간다. '내'가 'L'을 찾는 여정속의 '박'의 이야기도 함께다.

책은 타자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3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윤주의 병을 뒤로하고 'L'을 쫒아 덴마크로 왔다.

'박'은 누군가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진 인물이다.

'L'은 어머니의 죽음을 값으로 치르고, 덴마크로 왔다.

'나'가 윤주에게 해야 했지만, 하지 못한 말을 가슴에 묻은 채, 'L'의 일기를 토대로 그의 흔적을 쫒아 덴마크로 온다. 

그리고 'L'이 머물렀던 장소를 찾고, 그곳에 머물고, 그가 만났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윤주에게 해야 했던 말을 할 수 있었다. 

그 여정을 함께 하여주던 '박'은  '나'에게 타인의 이야기를 하지만 어느덧 '나'는 그것이 '박'의 이야기임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에게 위로를 건낸다. 침묵으로. 그의 말을 들어줌으로.


이 책을 관통하는 공감이라는 감정은 요즘 사회에서 보여지는 선택적 공감이 아니다. 

이 책이 내게 신기했던 점은 이 책의 이야기는 화자인 '나'가 로기완을 이해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내가 로기완의 삶을, '나'의 삶을, '박'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꽤나 신기한 경험이였다. 작가가 써놓은 감정을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실로만 접했다면 절대 이해하지 못했을 타인의 삶을, 책 속 화자의 '나'의 눈을 통해 이해하게 한다.

이야기가 주는 힘이란 이런 것이지.

타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세사람의 이야기를 그저 사실로만 읽었다면,

나는 어떤 입장이였을까.

아마도 판단을 하고 비판을 했겠지. 어떻게 저럴 수 있어.라며 쉽게 말이다.

하지만 책 속 그들의 삶을 알아가며, 가장 감정의 바닥까지 떨어진 인물들이 쉽게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면서도 삶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그 사실을 감히 공감하게 했다.

'나'가 윤주에게 해야했던 말.

'L'이 로기완이 되어서 살아야했던 삶.

그리고 '박'이 가지는 죄책감이 어쩌면 그가 아닌 그녀의 선택이였다는 것. 감히 누가 그 상황에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슬펐다.

제목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는 책.

그것을 책을 읽으며 알았지만,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니지만,

읽으며 행복했고 슬펐던 책.


추천.


"희망은 하나여서 절박했고 절망은 그 후를 약속해주지 않아서 두려웠다."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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