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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 오늘이 끝나기 전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들
존 릴런드 지음, 최인하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6월
평점 :
나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이 책의 표지를 넘기자마자 받은 질문이다. 이 페이지에 잠시 머물렀다. 이 질문의 답을 해야할 것 같아서. 과연 나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먼저,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떤 삶일지 나 스스로 정의내릴 줄 알아야 한다. 나에게 가치 있는 삶은 나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고 뿌듯하며 그런 삶이 되돌아봤을 때 후회되지 않는 삶, 다른 누군가의 의견이나 판단 말고 내가 나에게 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대답해줄 수 있을 정도로 행복한 삶이다. 결국, 난 행복하고 싶은 것이고 행복한 삶이 곧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인생의 최종 가치는 '행복'이니까.
그런 면에서 난 '긍정적 편향'을 갖춰나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젊었을 때는 아둥바둥 내가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조건 하면서 사는 삶을 꿈꿨다. 어떤 면에서는 완벽해야 했고 다른 사람의 질타나 지적받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있다. 내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지금의 내가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만족도 어느 정도 갖췄다. 물론 아직도 시기나 질투에 마음이 움직일 때면 이내 나 스스로를 책망한다. 나는 과거의 그 치열했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으니까. 난 지금의 이 선택과 상태가 딱 마음에 든다.
행복해지는 비결이 뭐냐고? 여기서부터 시작해보자. 사람들이 당신에게 베푸는 모든 친절을 고맙게 받아들이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보답하라. 친구가 당신에게 점심을 살 수 있게 해주고 그 보답으로 친구를 도와줘라. 도움은 도움대로 받고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면서 더 큰 보람을 얻게 된 것이다.(98쪽)
이게 참 안 되는 사람이었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받는다는 것이 부담이었다. 그래서 안 받고 싶었다. 누군가가 주는 것에 대한 대가가 반드시 있을 것이고 그 보답을 해야한다는 마음의 짐이 내내 불편함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주고 받지 못하는 것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보답을 바라고 주는 것이 아니니까. 다시 뒤돌아보니 이중적인 잣대로 살고 있었다. 자꾸 주려는 사람을 의심하고 관계를 힘겹게 만들었다. 이게 아니구나, 싶었다. 행복은 한끝 차이라는 걸 느꼈다.
"어젯밤 텔레비전에서 경기를 보고 펄쩍 뛰어올랐다니까. 침대에 아내가 없기에 망정이지 아마 그렇게 침대를 박차고 뛰어나가는 걸 봤으면 나를 미쳤다고 했을 거야. 그 순간에는 그게 행복이었지. 내 생각에 슬픔은, 전에 일어났던 어떤 나쁜 일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인 것 같아."(142쪽)
고령의 나이가 되면 이제 행복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죽음을 앞두고 얼마나 두렵고 슬플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 속의 인물들은 그런 생각 따위는 자신의 삶에 넣을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그저 지금, 현재의 삶이 충만하고 만족스러우며, 그 안에서의 모든 순간들을 사랑, 기쁨, 만족, 행복으로 가득 채우려는 모습으로밖에는 안 보였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억지로 만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통해 자연스레 축적된 태도임이 느껴졌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들이 다른 젊은 사람들보다 훨씬 건강하다고. 부럽다는 생각도 했다.
행복, 목적, 만족, 우정, 아름다움, 사랑과 같이 인생의 좋은 것들은 내내 그 자리에 있었다. 우리는 그것들을 얻기 위해 특별히 뭔가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좋은 음식, 친구, 예술, 따뜻함, 가치와 같은 것들을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그렇게 살기로 결심하기만 하면 된다.(317-8쪽)
지금도 점점 나이를 먹고 있지만, 더 나이를 먹은 후의 삶에 대해 쉽게 상상이 잘 안 된다. 그리고 그런 나이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어느정도 있다. 어쩌면 이런 마음은 아직 살아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비롯될 것이다. 누가 나서서 가르쳐주지도 않으니 내내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수밖에. 그래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마련인 것이다.
헌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이든다는 것이,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이 그리 무섭거나 힘든 여정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따지고보면 다 마음 먹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우리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살고 있기도 하니까. 어떤 가치관과 마음으로 그 순간을 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는 슬픔이고, 미래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현재의 어느 지점에서 내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게 꼭, 고령의 나이에 되어서야 필요한 생각이 아니라는 것도.
오늘 나는, 마치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는 사람처럼 살아야겠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나를 치장하고 닦아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가장 행복한 기분으로 하면서 보내는 시간. 그 시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삶이면 될 거니까. 편안한 미소가 지어지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